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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 말 감독의 <마음의 속삭임> 공개
이화정 2008-11-19

일시 11월14일 금요일 오후 2시 장소 아트하우스 모모

이 영화 1954년 프랑스 디종의 봄. 15살의 로랑은 ‘까뮈’를 읽고 자살을 논하고 ‘찰리 파커’의 신보에 열광하는 재즈광이다. 엄마인 ‘클라라’의 눈에는 여전히 예민하고 순수한 어린 아이일 뿐이지만 로랑은 변화의 길목에 서서 한껏 객기를 부리고 있다. 처음 맛 본 쌉싸름한 담배의 맛, 갖고 싶은 물건을 살짝 가방에 넣는 손의 떨림, 대책 없이 취해 무작정 훔쳐버린 여인의 입술 감촉, 이 모든 것이 로랑의 마음을 간질이며 두근거리게 하는 것들. 하고 싶은 모든 것이 금지되어 있는 로랑의 심장은 열로 달아오른다. 그러던 중‘Heart Murmur’(류마티스 성 열병)라는 병에 걸린 로랑은 아빠와 두 형들과 떨어져 엄마와 단 둘이 요양을 가게 된다. 온천 치료로 유명한 리조트로 향한 둘은 모자 사이가 아닌 친구 사이처럼 스스럼 없이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평소 엄격하고 차가운 아빠 보다는 열정적이고 자유분방한 엄마와 각별한 관계이긴 했으나 로랑은 점점 더 복잡한 감정을 가지게 되고 리조트에서 축제가 벌어진 어느 날 둘 사이에 특별한 일이 벌어진다.(자료제공 백두대간)

100자평

<마음의 속삭임>은 한국관객들에게 <데미지>(1992)로 알려진 루이 말 감독의 1971년작으로, 원제 <Le Souffle Au Coeur>는 영어로 "Murmur Of The Heart", 즉'심장에서 들리는 (병적) 잡음'을 뜻한다. 만15세 8개월의 소년은 '류마티스성 열'에 걸려 요양소로 가게되는데, 제목에 쓰인 '열병으로 인해 심장이 고장나서 들리는 잡음'은 소년의 '들뜬 청춘'에 대한 상징에 해당한다. 영화는 1954년 파리에 사는 영민한 중산층 소년의 성장기를 담고 있다. 영화는 부르조아 가정의 문화적 배경과 그에 저항하는 발랄한 정신을 리듬감 있게 보여줄 뿐만 아니라, 정신분석학적 의미에서 근대적 주체의 탄생과정을 세심하게 그린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오이디푸스적 금기는 억압과 타협을 통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금기를 아무렇지 않은 것으로 여기고 관통함으로써 극복된다. 영화는 근대적 핵가족이 성적 에너지가 집중된 친밀한 사적관계이며, 부르조아 가정이 인위적인 억압과 구획구분이 없다면 아주 쉽게 성적 에너지가 넘나들 수 있는 공간임을 자연스럽게 드러내준다. 때문에 영화의 마지막 '혁명 기념일'의 '모자근친상간'이 등장하지만 그것이 끔찍한 금기와 죄의식의 대명사이거나 징그러운 외설로 느껴지지 않는다. 지금껏 모자근친상간은 포르노그라피적 상상의 산물이거나 기존의 사회적 금기를 격렬하게 건드리려는 목적으로 다루어져 왔지만, <마음의 속삭임>은 근친상간이 엄청난 금기라고 여기는 관념 자체가 지극히 허위의식적인 호들갑이라고 '속삭인다'. <마음의 속삭임>은 지적이고 섬세한 성장영화이자, 정신분석학적 의미에서 근대적 주체의 탄생을 들여다 보는 대단히 흥미로운 텍스트다. 황진미 /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