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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이슈] 차라리 간통을 하자
김소희(시민) 2008-12-01

두번 뭉클했다. “(전남편의 바깥생활을 예로 들며) 판사님이 보시기에 3개월 만난 모씨와 저의 죗값이 그보다 더 크다면 기꺼이 받겠다”는 ‘똑’ 소리 나는 말. 그러나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는 ‘뚝’ 소리 나는 말. 아아, 옥 여사. 왜 그래(아참, 판결이 12월17일이랬지). 간통죄의 위헌성을 다시 한번 각성시키는 물의를 일으켜준 거 오히려 고마워요. 헌법재판소는 지난 10월 말 사상 네 번째로 간통죄에 대한 합헌 결정을 내렸지만, 9명의 재판관 중 5명이 위헌의견을 낸, 위헌정족수(6명)는 못 채워도 사실상 위헌의견이 더 많았던 결정이었다. 아마 다음번 누군가가 주홍글씨를 가슴에 새기고 심판대에 선다면 간통죄는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이번에도 헌재는 ‘가족과 혼인관계 등 사회질서’ 수호 의지를 내세웠다. 일찍이 환란을 겪어봐서 알지만 가정 해체의 주범은 간통이 아니라 경제적 어려움이다. 통계청 발표를 보니 국민 10명 가운데 6명이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노인들의 절반 가까이(46.6%)가 생계를 스스로 해결하며 지난 1년 동안 한번이라도 자살을 생각해본 적 있는 사람이 100명 중 7명이다. 자살 고민의 가장 큰 원인도 경제적 어려움(36.2%)과 가정 불화(15.6%)였다. 당장 내년부터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수도 줄인단다.

대통령은 경제난국에 1분도 허비할 시간이 없으신지 미국 교민들에게 “지금 주식 사면 1년 안에 부자된다”고 호소했다. 문득 생각난 건데 집만 빼고 나머지 재산 사회에 내놓겠다더니 아직도 ‘시기와 방법’을 못 찾으셨나요? 능력으로 안되면 돈으로라도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게 어떻겠어요. 너무 아까우시다고요? 그러면 1조원 내놓겠다더니 주식 몇백억원 내놓고는 지난 여름 사면된 이후 입 싹 씻고 있는 우리의 뭉개리우스 몽구 아저씨한테나 독촉 전화를 하시든지. 그것 또한 낯뜨거워 못하시겠다면, 준법 정신을 발휘해 뚝심맨 한보 정 회장님을 비롯한 고액 장기 세금 체납자들이라도 닦달하시든지. 올해에는 10억원 이상 체납자 수가 급증했던데, 종부세 무력화되는 거 보고 다들 버티면 돈 남긴다는 믿음을 굳건히 한 건 아닌지 모르겠다. 일찍이 왕회장님 책 제목대로 (부자에게!)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는.

어쨌든 내수진작을 위해서라도 지금은 주식을 살 때가 아니라 차라리 간통을 할 때다. 자영업에 이어 제조업이 된서리를 맞고 있는데, 한가하게 내년에 큰돈 벌 꿈을 꿀 게 아니라 러브호텔 사업이나 콘돔제조 사업을 도와주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