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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관객을 만나다-베이징] 투박하지만 희망적이야!

를 보기 위해 킹덤가든 극장을 찾은 관객 양지홍

매년 새로운 박스오피스 기록이 쏟아지는 중국의 2008년 연말 시즌. 구정을 앞두고 이미 그 반환점을 돈 요즘 극장가의 최대 화제는 오랜만에 코미디영화로 돌아온 펑샤오강 감독의 신작 <If You Are the One>이다. 첸카이거, 서극 등 거장 감독들의 신작이 줄줄이 개봉했던 치열한 지난 연말 시즌에서 이 영화는 개봉 한달 만에 <적벽대전>에 이어 3억위안의 박스오피스 성적을 기록한 중국영화가 되었다. 막바지 흥행몰이를 하는 이 영화를 보기 위해 주말의 늦은 시간 킹덤가든 극장을 찾은 양지홍을 잠시 붙들고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새로 나온 영화가 많아서 이제는 심야에만 이 영화를 상영한다. 굳이 저녁 늦은 시간까지 기다리면서 영화를 본 이유는 뭔가. =펑샤오강 감독의 영화를 좋아한다. 특별히 코미디영화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펑샤오강의 코미디에는 가슴이 따뜻해지는 무언가가 있다.

-영화는 어땠나? 많이 웃었나. =사실 아쉬운 점이 많다. 코미디영화로 볼 때는 썩 나쁘지는 않다. 하지만 스토리 구성이 허술하고 짜깁기한 느낌도 든다. 대사도 예전 작품들에 비해 진솔한 느낌보다는 인위적인 설정이 많았던 것 같다. 그리고 원래 영화 볼 때 잘 웃지 않는다.

-혹시 고향이 중국 남부지역인가? 듣기에 펑샤오강의 유머 코드는 남쪽보다 북쪽 사람들의 정서에 더 가깝다고 하던데. =나는 북부지역 사람이다. 아마 펑샤오강 감독의 예전 작품의 배경이 모두 중국의 북방이었기 때문에 그런 말이 나오는 것 같다. 하지만 특별히 차이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리고 <If You Are the One>에는 중국 남쪽지역인 항저우도 나오지 않나.

-그래도 이 작품은 이미 3억위안 넘게 벌어들였다. 이렇게 대중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 같다. =영화가 개개인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이것은 펑샤오강의 코미디영화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현대 중국 사람들의 애정관 혹은 금전관, 인간과의 소통문제 등…. 어느 특정한 시간대를 살아온 중국인들에게 영화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영화의 메시지가 희망적이다. 영화의 표현방식이 투박하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사람들은 그런 투박함을 통해 쉽게 삶에 대한 희망을 발견한다. 쉽지 않은 2008년을 보낸 중국 사람들에게 가장 즐거운 영화가 됐던 것 같다. 또 그런 점이 펑샤오강 영화가 널리 사랑받는 이유인 것 같다. 또 펑샤오강의 오랜 파트너인 주연배우 거유의 연기와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사람들에게는 그냥 웃음 자체가 되어버린 것 같다. 보기만 해도 뭔가 재미있는 것이 나올 것 같거든.

-이 영화는 대만영화 <정혼기사>의 스토리를 그대로 가져다 썼는데. 혹시 그 영화를 본 적이 있나.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본 적이 있는 것 같다. 아마 유약영이 나오는 영화일 거다. 두 영화의 스타일은 무척 다르다. 이 영화는 코미디로 끝을 맺지만 <정혼기사>는 슬픈 내용이다. 또 스토리를 풀어가는 방식도 다르다. <정혼기사>는 공개 구혼을 통해 여자주인공의 생활과 감정을 둘러싼 이야기를 보여준다. 하지만 <If You Are the One>은 주인공의 공개 구혼보다 그것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현재 생활과 그 속에 담긴 정서를 반영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중국에는 실제로 공개 구혼이 많은가. =인터넷은 물론이고 공개 구혼을 전문으로 하는 TV 프로그램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 내 주위에서 공개 구혼을 하거나, 그것에 응하는 사람을 본 적은 없다. 특히 인터넷을 통해 나오는 대부분의 공개 구혼은 가짜인 경우가 많아 그에 얽힌 사기사건도 빈번하다더라. 하지만 워낙 사람이 많으니…. 정말로 좋은 인연을 만나는 경우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무슨 일을 하나.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강의한다.

-그러면 미술인의 입장에서 봤을 때 <If You Are the One>의 미술은 어떤가. =그저 그렇다. 미술적으로 특별한 것은 없는 것 같고, 특별히 화면이 세련된 것 같지도 않다. 영화 속 홋카이도의 풍경은 좋았는데 구도나 색감은 어딘지 불안정해 보였다. 특히 코미디영화치고는 색감이 좀 어둡다고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