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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액션] 정녕 ‘레저의 조커’만을 원하시나
이화정 2009-02-17

“만약 당신이 히스 레저가 지금껏 조커를 연기한 배우 중 가장 훌륭하다고 생각한다면 다시는 <배트맨> 시리즈에서 조커 캐릭터가 등장하지 않아야 한다는 우리의 입장에 동참해주시기 바랍니다.”

농담이냐고요? 아닙니다. ‘히스 레저의 조커’를 지지하는 팬사이트 ‘Ultimate joker’(www.theultimatejoker.com)의 메인 화면에는 레저 말고는 이제 더이상 다른 조커를 원치 않는 팬들의 구구절절한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제발, 이 불멸의 이미지를 훼손하지 않도록 영원히 박제해버리자는 것이지요. <다크 나이트>를 연출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말처럼 “그는 이제 사라졌지만, 잊혀지지 않을 것입니다”라는 말이 딱 맞는군요.

‘Ultimate joker’ 사이트의 관리자인 퍼 바벨라는 wired.com과의 인터뷰에서 “우린 레저가 최고의 조커임을 의심하지 않는다”며 “다른 어떤 배우가 연기를 해도 더 잘해낼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영원히 ‘레저의 조커’ 하나만을 남겨두길 원한다”는 회원들의 바람을 전달했습니다. TV나 애니메이션은 자신들 영역 밖의 문제니 건드리지 않겠지만 스크린만큼은 사수하자는 것이 이들의 주장입니다.

팬들의 희망 하나는 바로 곧 열릴 아카데미 시상식입니다. 만일 레저가 <다크 나이트>로 남우주연상 수상의 영광을 안게 된다면 자신들의 주장도 좀더 폭넓은 지지를 받으리라는 기대를 갖는 거지요. Ultimate joker 사이트뿐만 아니라 사진 블로그 사이트 ‘플리커’에 계정(www.flicker.com/photos/heathultimatejoker)를 개설해 자신들이 조커 카드를 든 사진을 업로드하는 이벤트까지 마련했습니다.

사실 레저가 창조한 악당 조커를 부정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횟가루 칠한 백색의 얼굴, 귀까지 찢겨 올라간 시뻘건 입술, 불에 타다 남은 듯 흉측스러운 머리카락, 그리고 지옥에서 들려올 듯한 그 기괴한 웃음소리까지. 총명한 배우 레저는 조커가 실재한다면 정확히 그랬을 조커를 너무도 훌륭하게 그렸습니다. 그렇지만 잭 니콜슨부터 시저 로메로, 마크 해밀, 그리고 좀 과소평가된 케빈 마이클 리처드슨까지, 이들의 조커도 나름의 매력이 있었습니다. 그러니 이후의 조커에게도 또 다른 가능성을 줘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과연 할리우드가 조커를 영화에서 은퇴하게 놔둘까요? 조커라는 순수악을 블록버스터 장르영화에서 내동댕이치는 순간 그들이 벌어들일 수익에 막대한 차이가 생길 게 불보듯 뻔할 텐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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