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학력을 발표했다가 성적조작 의혹을 받은 임실교육청은 아무래도 일제고사에 나름의 ‘저항’을 한 것으로 짐작된다. 이 시험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몸소 증명해 보였으니까. 아이들 성적 향상 정도를 교원 평가에 반영하겠다고 한 서울시교육청에 견주면(대체 교장 성과급은 왜 들먹거리니?) 임실교육청의 실수인지 의도인지 모를 이번 ‘처신’이 오히려 건강해 보인다.

백번 양보해 이른바 ‘학력미달’ 아이들이 많은 지역과 학교에 그러면 더 많은 지원을 해야 말이 된다. 그래야 이 시험이 ‘교육적’이라는 명분을 얻지. 한데 그런 학교나 교사들에게 불이익을 주고 지원도 줄인다니, 뭔 수로 증진시키고 향상시키라는 거야. 때려서? 돈 줘서(교장 성과급 용도가 혹시…)? 아니면 할머니에게 애 학원 좀 보내라고 닦달해서? 우리 지역, 우리 학교가 이렇게 공부 못하는 곳으로 찍힌 건 탈북가정, 다문화가정 아이들 때문이라고 믿게 하는 교육당국의 발표를 여과없이 옮긴 언론도 할 말 없다. 완전 ‘사회적 감수성’ 마이너스다. 정책 결정자들부터 전달자들까지 총체적으로 기초학력은커녕 기초자질 부족이니, 역시 우리 교육이 문제는 문제다.

근본적으로 이 시험의 목표가 줄 세우기인 것에서 이 모든 사달이 났다. 학력 격차의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세우는 게 우선이라는 ‘올바른 말씀’도 솔직히 하나마나. 우리가 그 이유를 과연 모르나? 한부모, 조손, 저소득가정 아이들이 못 따라가는 교육이라면 그건 공교육이 아닌 거다. 똑똑한 내 아이가 1등을 해서 국위선양을 하고 많은 이들을 먹여살릴 중요한 일을 하리라 믿고 사교육에 열올리는 부모, 거의 없다(주변에 딱 한명 있는데 사이비종교 광신도 같은 표정이라 그 뒤론 말을 삼감). 대부분 내 아이가 뒤처질까봐 전전긍긍한다. 무시당하고 하고 싶은 거 못할까봐? 아니다. 궁극적으로 생존에 대한 공포다. 그 공포를 누그러뜨리는 것은 내 아이의 학교와 우리 동네는, 다른 애 학교와 다른 동네보다 괜찮다는 ‘상대 비교’뿐이다. 그렇게 믿고 싶은 거다. 강남 집값이 이래서 올랐고 소수의 작전세력은 그 공포를 부채질한다. 늘 주장하는 바이지만 교육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의료에 대한 그것으로만 돌려도 아주 많은 게 해결된다니깐. 아플 때 도움 받을 수 있다면 적어도 굶어 죽지는 않는다. 어쨌든 전국의 선생님 여러분, 부디 ‘나름의 방법’으로 일제고사를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들어주세요. 제 아이의 미래도, 당신들의 미래도 걸려 있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