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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 흑인음악 50년의 정수

<모타운 50>(Motown 50)/여러 아티스트/유니버설 발매

가수 목록 보다가 숨 넘어갈 지수 ★★★★★ 미국 이해도 상승 지수 ★★★★

“모타운을 이해하면 미국도 이해할 수 있다.” 전미유색인종지위향상협회(NAACP)의 회장이자 대표적인 흑인 지식인인 줄리언 본드의 말이다. 그의 말대로 모타운은 미국 대중문화를 정의한 어떤 축이자 기준이다. 올해로 설립 50주년을 맞이한 모타운을 기념하는 작업들이 각별한 건 그 때문이다. 심지어 2009년은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취임한 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은 드라마 같은 설정이 현실로 이뤄진 감탄과 경이로운 시간이었다. 특히 흑인시민권, 그러니까 흑인의 참정권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던 1950년대의 미국에서 흑인의, 흑인에 의한, 흑인을 위한 음악을 만들어 마침내 백인들의 지지와 돈을 끌어모은 모타운으로서는 그 감회가 특별했을 것이다. ‘모타운이 곧 미국’이라는 수식은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한편 모타운 50주년 기념 앨범은 지난 반세기 동안 모타운이 탄생시킨 대중음악의 명곡들로 가득하다. 3장의 디스크에는 스티비 원더와 포 탑스, 잭슨 파이브와 글래디스 나이트 앤 더 핍스, 마빈 게이와 템프테이션스, 슈프림스과 마이클 잭슨과 스모키 로빈슨과 다이아나 로스 등등등 그 이름도 열거하기 숨찬 슈퍼스타들을 비롯해 한국에는 크게 알려지지 않았으나 반세기에 이르는 모타운의 권세를 만들어낸 ‘신선한’ 음악가들도 실려 있다. 이를테면 ‘모타운의 여왕’ 혹은 ‘모타운 퍼스트레이디’로 불리며 60년대 초반을 풍미한 메리 웰스와 <Don’t Leave Me This Way>로 77년의 넘버원을 기록한 텔마 휴스턴 같은 가수들 말이다. 물론 70~80년대에 가장 유명한 모타운 아티스트 릭 제임스와 그의 연인이자 프로듀서, 싱어송라이터였던 티나 마리도 빠질 수 없다. 사실 지난 50년간 할리우드 역사상 가장 많은 사운드트랙으로 활용되고 가장 많은 곳에서 애창된 러브송으로 가득한 모타운의 역사를 단 3장의 음반에 담을 수 있다고 믿는 건 어불성설이다. 이건 그저 모타운의 사소한 흔적일 뿐 우리는 그 궤적을 좇는 것도 벅차다.

앨범 부클릿에는 ‘모타운에 대한 50개의 이야기’도 실렸다. 그중 하나. 모타운 최초의 히트곡이자 성공의 신호탄이던 마벨러츠의 <Please Mr. Postman>(비틀스 1집에도 실렸다)은 멤버인 프레디 고먼의 우체부 경험을 적은 곡이다. 심지어 마벨러츠는 고교 장기자랑대회에서 탈락했는데, 마침 그곳에 있던 기획담당이 다짜고짜 계약부터 해버려서 데뷔했다. 모타운의 50년 역사는 그야말로 어이없게, 혹은 운명적으로 시작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