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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치 잔치 열렸네, 말잔치가 열렸네
2001-11-23

남포동에서 건진 진담, 농담, 잡담

영화의 식단이 풍성해질수록 영화와 감독, 영화와 관객이 벌이는 ‘마우스 투 마우스’ 공방전은 치열해진다.영화도 많고 ‘말거리’도 많았던 축제 기간 내내 기자회견장이든 인터뷰장이든 영화의 현재와 미래를 둘러싼 낙관론과 비관론은 한치 양보도 없이 엇갈렸고, 극장을 나서는 사람들은 행복한 미소를 피워올리며 “영상이 좋았다”, “음악이 좋았다”, “많이 울었다”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관객과의 대화에서는 약속이라도 한 듯 “영화란 무엇이냐”라는 난해한 질문이 어김없이 등장하기도 했다. 가버린 축제의 시간은 돌아오지 않고 넘실대던 말들도 이제 추억으로만 남겠지만, 풍성했던 영화의 식탁이 치워진 자리에 열정과 웃음이 공존하던 순간의 말들을 그러모아 소박한 말의 식탁을 차려본다.

“사랑에 빠져도 됩니까?”

배우 구보즈카 요스케 <GO> 관객과의 대화 중, 한 관객이 “한국인과 사랑할 수 있나요?”라고 묻자.

“새벽 6시쯤 부산역에 도착했는데, 우동 한 그릇을 먹고 왔더니 이미 200여명 정도가 있었다.”

대영시네마 앞 임시매표소에 있던 한 관객 일반상영이 시작된 10일 임시매표소 앞은 새벽부터 예약이 취소된 티켓을 구하기 위한 줄이 장사진처럼 늘어섰다. 오전 6시20분쯤 매표소에 도착했다는 이들은 오전 10시30쯤에야 표를 구할 수 있었다.

“장이모 감독의 영화는 철학이 결여됐다. 중국의 현실을 전혀 담지 못한다. 그런 영화만 있다면 중국영화의 미래는 없다.”

<주말음모>의 장밍 감독 중국 6세대 일원인 장밍 감독은 장이모 감독이 중국 정부, 관객, 유행의 3자를 교묘하게 만족시키고 있다며 매섭게 비판했다. 자신은 6년 만에 두 번째 작품 <주말음모>를 만들었지만, 두편 모두 아직 개봉조차 못하고 있다고 한숨. 장밍 감독은 “중국 정부는 공포영화를 금지하고 있다”며 자신은 진짜 공포영화를 만드는 게 꿈이라고.

“내가 소주광이라고? 아니다. 절친한 친구들인 김동호 위원장과 명계남씨가 하도 권해서 예의상 마신 것뿐이다.”

뉴커런츠 심사위원 피터 반 뷰렌 부산 방문이 네 번째인 반 뷰렌은 늘 소주에 취해 살아, 소주에 심취한 준알코올중독자로 소문났으나, 정작 자신은 예의바른 사람일 뿐이라고 시치미.

“Sorry.”

<톰과 제시카> 감독 돔 로스로 관객과의 대화 중 결말에서 주인공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데, 아직 10대인 그에게 너무 가혹한 결말 아니냐는 어느 관객의 문제제기에.

“부산 삼계탕 원더풀!”

<거기는 지금 몇시니>의 배우 이강생과 <지난날>의 감독 장양이 부산의 매력을 묻자 입을 모아.

“단지 ‘서태지’라는 이름이 들어갔다는 이유로 내 영화를 보기 위해 9시간을 기다렸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힘들다.”

<이것은 서태지가 아니다> 감독 전명산 한 서태지팬이 지난밤부터 극장 앞에서 노숙을 하며 입장권을 구입했다는 말을 듣고.

“주인공 공수 역에 신하균, 명 판사 역에 안성기, 그리고 권상우, 윤다훈, 장진영, 김호정을 캐스팅했습니다.”

조회온 NDIF 참가작 <불량 토크쇼> 프로듀서 NDIF 프리젠테이션에서 작품의 개요를 설명한 뒤 “어차피 꿈꾸는 것은 자유”라며 자신들이 원하는 배우의 캐스팅 내용을 ‘발표’한다며.

“좋은 영화가 뭔진 모르겠는데 나쁜 영화가 뭔진 알겠어요”

송일곤 <꽃섬> 감독<꽃섬> 관객과의 대화에서. “독립영화, 예술영화 한다는 사람들이라면 좀더 대범해질 필요가 있다. 하루 만에 극장에서 내려오더라도 ‘그나마 하루라도 걸린 게 어디냐’며 허허 웃고, 또다른 배급 경로를 알아보면 되는 것이다.”

프랑스 독립영화 제작 배급사 <Des Films>의 배급담당 줄리앙 세비옹

<고양이를 부탁해> <나비> <와이키키 브라더스> 등의 흥행성적이 너무 저조하다는 말을 듣고.

“부산영화제의 영원한 호호 할아버지.”

백만 번째 관객 기념 시상식에서 영화제 스탭 이혁상이 김동호 위원장을 소개하며.

“누가 장르를 물으면 ‘초저예산 재난영화’라고 말합니다.”

단편 <寺景을 헤매다> 공동감독 이형석 산사 승려들의 실상을 유머러스하고 정겹게 그린 단편 <寺景을 헤매다> 관객과의 대화에서. 극중 눈이 많이 와서 스님이 미끄러질 뻔하는 장면이 나온다.

“징그럽던 기자들, 곁에 없으니 보고 싶더라.”

지난해까지 홍보팀에서 인터뷰 코디네이터로 일하던 이혁상씨 기자들에게 시달리는데 지쳐 올해는 홈페이지 관리로 옮겼는데, 막상 기계만 보고 있자니 사람이 그리워진다며.

“드골과 미테랑을 비교할 수 있나.”

잔 모로 인터뷰 중, 프랑스를 대표하는 세 여배우 브리지트 바르도와 카트린 드뇌브, 잔 모로를 비교해달라는 질문에.

“아니, 난 그냥 존재할 뿐이다.”

잔 모로 관객과의 대화 중, 스스로를 실존주의자라고 생각하느냐는 뜬금없는 질문에.

“내 영화도 엄연한 한국영화입니다.”

토니 레인즈 <장선우 변주곡>을 한국영화로 분류할 것이냐를 두고 말들이 많자.

“첫 장편이 2개의 고향에 출품돼 기쁩니다.”

헬렌 리 <우양의 간계> 감독 4살 때 캐나다로 이민, 토론토에서 활동중인 독립영화감독 헬렌 리 감독. 첫 장편 <우양의 간계>가 토론토영화제, 밴쿠버영화제에 이어 모국인 한국의 부산을 찾아 기쁘다며.

“좋은 영화가 뭔진 모르겠는데 나쁜 영화가 뭔진 알겠어요. 자본과의 타협, 상상력과의 타협, 그런 것들을 다 깨고 싶었습니다.”

송일곤 <꽃섬> 감독 <꽃섬> 관객과의 대화에서, 한 관객이 요즘 한국영화들은 팬시하거나 스펙터클한데, 그런 경향에서 벗어난 영화를 만드는 게 부담스럽지 않냐는 질문에.

“이 질문은 어려운 영화를 보여준 감독에 대한 보복인 것 같다.”

이용관 부산영화제 자문위원 <괜찮아, 울지마> 관객과의 대화에서, “그런데 감독님은 대체 영화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한 관객의 ‘차원 높은’ 질문에 민병훈 감독이 난감한 표정을 짓자.

“신선한 해산물을 먹으면, 길거리에서 예쁜 여자를 만났을 때의 신선한 기분이 든다.”

주웬 <해선> 감독 관객과의 대화에서, “인물들이 해산물을 많이 먹는데, 무엇을 뜻하나요”라는 질문에 해산물을 좋아한다면서 덧붙인 말.

“1950년대 작품부터 90년대 작품까지 여러분에게 보여주게 돼 행복하다. 더구나 북한에서 만든 영화까지 보여줄 수 있어 더욱 행복하다.”

신상옥 감독 ‘신상옥 회고전’ 첫 작품인 <지옥화> 상영 직전에. 그러나 신상옥 감독의 ‘행복’은 결국 완성되지 못했다. 그의 북한 시절 대표작이자 개인적으로 아끼는 작품인 <탈출기>는 정부의 개입으로 일반관객에게 선보일 수 없었다.

“처음엔 논지가 홍콩에서, 진가신은 한국에서, 김지운은 타이에서 만들려고 했었다.”

진가신 감독 <Three> 제작발표회장에서 ‘시장을 국내에서 아시아 차원으로 확대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지는 작품답게 한국, 홍콩, 타이 3개국 프로젝트의 초기 구상은 각국의 감독이 제각기 상대 나라를 배경으로 작품을 만든다는 것이었다고.

“이제 왕가위가 일본인이냐고 묻는 사람은 없어졌다.”

배급사 포르티시모 공동대표 바우터 바렌드레히트 91년부터 아시아영화를 유럽에 소개해온 선구자의 입장에서, 그동안 유럽인들의 아시아영화에 대한 인식준이 높아졌다고 평가하며.

“대만의 시골에서 살다가 도시생활이 부러워 타이베이로 무작정 올라왔고, 제빵사를 하다가 지겨웠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찾아 영화계에 들어가게 됐다. 언젠가 영화가 지겨워지면 그만두고 소설을 쓸 것이다.”

대만감독 린청셩 인터뷰에서 영화감독으로서는 특이한 자신의 삶은 ‘생명본능’이라는 대원칙을 자연스럽게 따른 것일 뿐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소설을 쓰는 것은 아마도 60살쯤이 될 것이라고.

“나라가 달라도 스무살들의 고민은 어찌 그리도 같은가. <고양이를 부탁해>는 지금껏 몰랐던 한국문화 그중에서도 특히 젊은이들의 문화와 일상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중국의 시네 동 감독. PPP에 참석했다가 가장 인상깊은 한국영화로 <고양이…>를 꼽으며.

“<흑수선>은 배 감독이 흥행감독으로 부활한 작품. 그러나 해방 뒤의 격렬했던 좌우 대립을 소재로 이용했을 뿐, 배 감독 자신의 민족애는 정작 느낄 수 없다.”

일본의 자유기고가 나카다 히사토 오랜만에 돌아온 배창호의 신작을 평가하는 말 중에서.

“첫 장편이 2개의 고향에 출품돼 기쁩니다.”

헬렌 리 <우양의 간계> 감독 4살 때 캐나다로 이민, 토론토에서 활동중인 독립영화감독 헬렌 리 감독. 첫 장편 <우양의 간계>가 토론토영화제, 벤쿠버영화제에 이어 모국인 한국의 부산을 찾아 기쁘다며.

“이제 PPP에 미련없다. 지난해에도 <흑안권>으로 부산을 찾았지만 별 재미없었다. PPP는 신인감독들에겐 도움이 되는 자리이므로, 나처럼 식상한(웃음) 중년감독들은 얼른 빠져줘야겠지.”

차이밍량 이미 유럽쪽에 특히 프랑스쪽과 안정적인 자금 지원체제를 구축했다며.

“영화는 영화다. 어느 나라 영화란 존재하지 않는다.”

<데자뷔> 감독 비쥬 비스와나스 자신의 영화가 ‘인도적’이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

“홍상수 영화는 우울하지만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살을 가르고 속을 파헤치기 때문에 아프고 냄새도 나지만, 그건 인간에게 꼭 필요한 수술 같은 것이다.”

베를린영화제 아시아영화 코디네이터 제이콥 웡 최근 가장 주목하는 아시아 영화감독이 누구냐는 질문에 답하며.

“변태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내가 생각하는 변태는 인생을 다르게 해석하는 태도, 변주한다는 의미다.”

김기덕 감독 <나쁜 남자> 관객과의 대화에서, 한 관객이 폭력과 섹스의 표현이 과도하다는 지적과 함께 ‘혹시 변태 아니냐’고 묻자.

“다른 사람들이 노인 역을 어떻게 표현할까 고심할 때 나는 청년 시절을 어떻게 되살릴까 고심했다. 주사를 맞아볼까 생각한 적도 있었고.”

<흑수선>의 주연배우 안성기 개막식에 앞서 열린 개막작 기자회견에서 연기하기 어려웠던 점을 이야기하며.사진 손홍주. 배찬효. 이선기. 임세호. 이정은▶ 제6회 부산국제영화제 9일간의 결산

▶ 올해의 수상작

▶ PPP 결산

▶ 남포동에서 건진 진담, 농담, 잡담

▶ 부산영화제 찾은 영화광의 새둥지, 함지골 24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