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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nk up] 인간보다 개가 호감일세

‘소프트뱅크’ 광고 중 한 장면

일본에서는 ‘비호감’이라는 말보다 ‘호감’이라는 말을 더 많이 쓴다. 연예인들 역시 어떤 사고나 문제를 일으켜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경우 “호감도가 떨어졌다”는 표현을 종종 쓴다. 당연히 ‘호감도 랭킹’은 일본 사람들이 가장 즐겨보고, 또 자주 인용하는 순위 중 하나다. 이 호감도 랭킹이 가장 위력을 발휘하는 분야가 바로 TV광고다. 일본에서는 TV광고를 영어단어 ‘Commercial’을 줄여 ‘CM’이라고 부르는데 대표적인 광고계 조사기관인 CM종합연구소는1998년 이후 매년 TV광고에 등장하는 탤런트들의 호감도 순위를 조사해 발표하고 있다. 이 결과는 상품을 팔아야 하는 기업이나 광고주의 선택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소비자들의 심리가 어떤지, 그들의 욕구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2월에 발표된 ‘2008년 CM에서 가장 호감도가 높았던 탤런트’ 순위가 재미있다. 소비자들의 가장 높은 호감도를 얻은 것은 다름 아닌 개였기 때문이다. 일본 이동통신사 중 하나인 ‘소프트뱅크’(Softbank) CM에 등장하는 훗카이도 출신의 개 ‘카이군’이 그 주인공. 얼핏 보면 아주 평범한 백구로 보이는 이 개는 CM 속에서 놀랍게도 한 가족의 아버지로 등장한다. 2년 넘게 ‘화이트 가족’이라는 시리즈로 방영되는 이 CM은 등장하는 인물의 구성이 상당히 특이하다. 아버지 역의 개 카이군뿐만 아니라 아들 역할에는 무명의 흑인 배우 댄티 커버가 등장하고, 딸 역은 일본의 어린 여배우 우에토 아야가 맡았다. 이 가족은 아버지 역할을 맡은 개 카이군이 2008년에 방영된 TV CM 속 탤런트 호감도 순위에서 전체 1위를 차지한 것을 시작으로 우에토 아야가 CM 호감도 전체 2위, 흑인 배우 댄티 커버가 3위, 어머니 역할을 맡은 히구치 가나코가 전체 순위 4위를 차지했다. 호감도를 독점한 가족의 뒤를 이어 겨우 5위에 이름을 올린 기무라 다쿠야는 몇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부동의 호감도 No.1’ 탤런트였다.

실제로 광고의 내용은 무척 황당하다. ‘개’ 아버지는 상당히 보수적인 캐릭터로, 보통 CM 속에서 우에토 아야를 훈계하는 장면이 많다. 프러포즈를 하러 온 흑인 남자친구 앞에서 아버지의 권위적인 모습을 보여준다거나 자유분방한 성격의 딸에게 예의나 조심성을 강조한다. 개 주제에. 물론 CM의 중심은 실제 인기스타인 우에토 아야지만 이 황당하고 우스꽝스러운 설정 때문에 소프트뱅크의 CM이 TV에서 흐르면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집중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CM종합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2008년은 경제위기, 사회불안, 불안정 등의 키워드가 소비자들의 심리를 지배한 탓인지 사람이 아닌 동물 캐릭터가 CM 호감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고. 이 CM을 통해 ‘국민적 애견’이 된 카이군은 DVD와 사진집까지 발매되는 등 여전히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