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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조의 여왕> 뗏목 타고 파도 헤치는 부부들이여
강병진 사진 오계옥 2009-05-05

연출자 고동선 PD가 말하는 <내조의 여왕>의 컨셉

<내조의 여왕>의 연출자인 고동선 PD의 드라마는 하나같이 부족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달콤한 스파이>는 민생치안의 선봉장이 되고 싶지만, 의욕만 앞서는 여순경이 주인공이었고, <메리대구 공방전>은 철없는 백수 청춘들이 연대하는 이야기였다. 그는 “일종의 세계관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모든 사람들이 2%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거다. 하지만 자신이 부족한 걸 모르고 완벽하다고만 생각하는 인물들이라서 웃음도 있고 비극도 드러낼 수 있는 것 같다. (웃음)” 연이은 촬영 스케줄로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그에게 <내조의 여왕>에 대해서 물었다.

- <내조의 여왕>은 어떻게 기획된 작품인가. = 박지은 작가가 미리 쓴 4회분의 대본이 있었다. 이야기의 사이즈가 아기자기해서 좋더라. 원래 이야기는 온달왕자와 평강공주의 구도에 집중되어 있었다. 논의를 하면서 결국 남자의 사회생활에 여자가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여자의 행복에 남자는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보여주자고 했다. 남녀관계에 대한 남성적 여성적 관점도 아닌. 그 균형을 잡으려고 대화를 많이 했다.

-아줌마를 전면에 내세운 드라마는 많았다. 기존에 있는 아줌마의 이야기와 다르게 가야 한다는 고민이 있었을 것 같은데. = 솔직히 다른 드라마를 많이 보지는 못했다. 물론 그런 것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르게 다루려고 했다기보다 작가든 나든 자기 취향이 무의식적으로 밴 것 같다. 박지은 작가도 이 드라마가 코믹인지 멜로인지는 생각하지 않고 쓰고 싶은 대로 썼다고 이야기하더라.

- <내조의 여왕>의 컨셉이 모호한 점이 있다. 두 여자의 자존심 대결 같기도 하고, 직장생활의 비애를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고, 부부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연출자로서 중점을 두는 부분은 어디인가. = 우리도 많이 헷갈려 했다. 결국에는 이건 부부에 관한 드라마라고 갈피를 잡았다. 주요 등장인물들이 모두 부부로 엮여 있다. 조연 격인 부인회원들도 각각 남편이 있는 것으로 설정했고. 한 부부가 조그만 뗏목을 타고 험난한 파도를 건너는 이미지를 떠올리면서 컨셉을 맞췄다.

- 김남주는 어떻게 캐스팅했나. 천지애 역에 맨 처음 떠올릴 이미지의 배우는 아니다. = 비교적 쉬웠다. 일단 내조의 여왕이니까, 여왕같이 생긴 사람이어야 하는데 시녀의 이미지도 필요했다. 김남주는 CF를 보면 세련된 도시여성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주변 이야기를 들으면 소탈하고 여장부 같은 면이 있다고 하더라. 새로 시작하는 드라마는 배우에게서 이전에 없었던 모습을 보여주는 게 있어야 한다. 여러모로 천지애에게 딱 맞는 배우였다.

- 많은 사람들이 천지애의 캐릭터는 모든 남편의 이상형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만큼 겉으로는 현실적으로 보여도 사실 판타지에 기댄 부분이 있는 것 같다. = 아마 그런 아내를 원하는 남자는 진정한 파트너를 찾는 게 아닐까. 우리는 부부관계를 파트너십으로 이해했다. 단순한 애정이나 사랑과는 다르게 의리와 정이 제일 중요한 거다. 파트너십은 모든 인간관계에 적용될 수 있다. 속을 끓여도 포용하고 그러면서 서로가 발전하는 관계로 보면 될 것 같다. 칼로 베지 않고 꼭꼭 씹어서 쌓아나가는 거지. 많은 남자들이 천지애를 좋아하는 이유도 의리와 정이 있는 여자이기 때문이 아닐까.

- 연출자의 아내는 <내조의 여왕>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하다. = 나를 달수와 상당히 비슷하게 본다. (웃음) 내가 아니었으면 자기도 꽤 잘나갔을 거라고 공감하고 있다. 사실 어떤 부부든 비슷하게 느끼지 않을까 싶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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