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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회 클레르몽 페랑 영화제
2001-02-22

만국의 단편영화여, 단결하라!

◆클레르몽 페랑 영화제 2월3일 폐막

대상은 <당신에게 할 말이 있다>

프랑스 중부지방에 자리한 작은 도시 클레르몽 페랑에서 1월26일 저녁에 9일간 열리는 제23회 국제단편영화제가 막을 올렸다. 밖은 비바람이 심하여 몹씨 을씨년스러웠지만 행사의 주무대인 문화의 집 ‘장 콕토’ 실내는 1천석이 넘는 객석을 꽉 채울 만큼 많은 사람들로 들끓었다. 개막식은 같은 프로그램을 8시30분과 10시30분에 반복하는 것으로 두번에 걸쳐 진행됐는데, 나는 두 번째 개막식에 참석했다. 행사는 겉치레가 전혀 없이 심사위원들에 대한 짧은 소개와 주최자쪽의 영화제 절차에 대한 설명으로 간단히 끝났다. 그 대신 이 영화제 특유의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주인공들은 일자리를 찾지 못한 젊은 감독들이었고 이들은 이 지역의 실업자들을 대신하여 자신들이 처해 있는 비참한 현실에 울분을 터트리면서 독립영화의 사회적 중요성과 시민연대 및 정부 지원의 필요성을 큰 목소리로 강조했다.

클레르몽 페랑, 세계 단편영화의 수도

영화제쪽은 5년 전부터 지역의 젊은이들에게 발언할 기회를 주자는 뜻에서 개막식 무대를 이들에게 내주고 있다. 하기야 클레르몽 페랑 영화제가 젊은이들의 성토로 시작됐다는 걸 생각하면 이런 개막행사는 어쩌면 당연한 귀결인지도 모른다. 현재 영화제의 주역들인 앙투완 로페, 로즈 고낭, 자크 큐틸, 조르즈 불롱 등도 23년 전에 대학 강당을 무대로 당시 정부의 무관심과 차별대우에 잊혀져가던 단편영화를 살려내자는 유명한 선언문을 읽으면서 성토를 했고 그에 자극받은 관객과 정부가 이들의 손을 들어주어 영화제의 토대가 닦였다(이 영화제의 역사에 대해선 1999년 <씨네21> 190호에 자세히 썼기 때문에 여기선 빼겠다).

어디나 국제영화제들이 공동으로 안고 있는 문제는 세 가지로 집약될 수 있다. 수준 높은 싱싱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충분한 관객을 동원하고 이름난 전문가들의 관심을 많이 끄는 일이다. 그런데 <르 몽드>의 장 미셸 프로동 기자는 클레르몽 페랑 영화제는 이 세 가지에서 다 성공한, 사실상 “세계 단편영화의 수도”라고 긍정적 평가를 했다.

정말이지 클레르몽 페랑에 가면 새로운 흐름을 가늠케 하는 다양한 성향의 수작들이 너무 많아 정신을 못 차릴 정도다. 올해만도 50개국에서 뽑아온 400편의 영화가 올해 새로 생긴 2개의 시사실까지 합쳐 10개의 상영장에서 시사됐다.

클레르몽 페랑 영화제는 10회까지 국내영화제였다. 그러다 13년 전 국제영화제가 되면서 경쟁부문이 프랑스 국내 및 국제경쟁, 두개로 늘어났다. 국내 경쟁부문에는 올해 600편이 출품신청을 해왔다. 그중 경쟁에 뽑힌 영화는 60편이었다. 올해의 국내 대상은 프레데리크 펠 감독의 네 번째 영화 <부인의 조각들>에 돌아갔다. 한 노인이 부인이 죽자 자신의 과거를 지워버린다는 이야기다.

프랑스 단편영화가 성장한 배경은 시사회장 밖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필자는 영화제 동안 이 지역 공산당에서 조직한 단편영화 지원정책에 관한 세미나에 유일한 외국인으로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는 프랑스의 국보보존 문제와 탈중앙집정제의 정책을 담당하는 미셸 듀프 정무차관이 참석한 가운데 단편영화 배급사, 전 칸영화제의 비평가주간 책임자였던 장 로아, 철도 노조와 전기ㆍ가스 노조의 대표들이 발제자로 초대되어 단편영화의 구원책을 진지하게 논의했다. 프랑스 노동자 운동에 큰 영향을 끼쳤던 주요 영화들에 대한 신간 책자도 한편에서 팔리고 있었다. 클레르몽 페랑의 지금 시장은 사회당 출신이며, 어느 일간지에 실린 글대로라면 클레르몽 페랑시는 이 지역에서 만들어지는 영화의 제작지원에 앞장 서고 있다.

한국영화 3편 경쟁부문 진출

한편, 국제 경쟁부문에서는 모두 1650편이 참가신청을 해왔다. 결국 77편이 선정됐고, <자화상>(이상열), <지우개 따먹기>(민동현), <엔조이 유어 섬머>(이형곤) 등 한국영화 3편이 들어 있었다. 그리고 올해 신설된 온 라인 와나두 부문에 <망막>(김은경)이 올랐다. 이 부문은 이메일 서비스업체 와나두 시청각이 프랑스 텔레콤과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밖에 단편애니메이션 <언년이>(유진이)가 비경쟁인 어린이영화부문에 초청됐다. 국제경쟁의 대상은 그리스 출신의 여감독 카타리나 필리오투의 두 번째 영화 <당신에게 할말이 있다>에 돌아갔다. 결혼생활 20년이 지난 어느 날 부인의 순간적인 외도로 생기는 부부간의 애정 문제를 다룬 영화다.

국제부문의 심사위원은 콘스탄틴 브론지트(감독, 러시아), 와시스 이오프(배우·작곡가, 세네갈), 황규덕(감독·교수, 한국), 세드리크 칸(감독·시나리오 작가, 프랑스), 도리스 클로스터(사진작가·기자·교사, 미국)였다.

클레르몽 페랑 영화제에는 다른 영화제서 볼 수 없는 대규모 단편영화 시장이 있다. ‘제2의 칸’으로 불리는 이곳의 필름 마켓은 16년 전에 문을 열었고 영화제 기간 5일 동안 900편의 영화가 25개의 국제배급사들을 통해 소개된다. 한국에서는 2년 전부터 미로비전이, 인디스토리가 지난해부터 참가하고 있다. 올해에는 진흥위원회의 지원으로 두 회사가 같이 큼직한 자리를 마련하여 상당한 분량의 단편영화를 소개했다. 아직 그 성과에 대해 말하긴 이르지만 스페인의 카날 플러스와, 아르테 방송사, 미국의 아톰필름 등이 구체적인 관심을 보였고, 단편채널을 갖고 있는 일본의 위성방송 TV Man Union은 올 봄에 한국의 단편영화를 대대적으로 방영할 계획이다. 그리고 한두 영화제에서도 한국단편회고전을 개최하고 싶다는 뜻을 밝혀왔다.

클레르몽 페랑=임안자/ 해외특별기고가

클레르몽 페랑 영화제 국제경쟁부문 수상작

대상

<당신에게 할말이 있다>(Ela Na Sou Po) / 카타리나 필리오투 / 그리스

심사위원 특별상

<불려지기를>(To Be Called For) / 안나 멜리키안 / 러시아

관객상

<릴리>(Lilly)/ 마르완 하메드/ 이집트

리서치 상

<누군가 무엇을 죽였다(혹은 최후의 순수성)>(Alguien mato algo(o la ultima inocencia)) / 호르헤 나바스 /콜롬비아

음향창작상

<복사 전문점>(Copy Shop) / 비르질 비드리히 / 오스트리아

아톰필름상(최우수 애니메이션상)

<아버지와 딸>(Father And Daughter) / 미카엘 두도크 데 비트 / 네덜란드ㆍ영국

촬영상

<튼 손을 위한 온구엔토>(Ungliento Para Manos Agrietadas) / 세자리 자보르스키 /베네수엘라

청년상

<누군가 무엇을 죽였다(혹은 최후의 순수성)>(Alguien mato algo(o la ultima inocencia)) / 호르헤 나바스 /콜롬비아

카날 플러스상

두려울 것 없다(Nicego Strasnego) / 울리아나 쉬키나 / 러시아

에퀴메니상

서머타임(Summertime) / 안나 루리프 / 스위스

와나두 단편상

필요한 어떤 방법으로도(By Any Means Necessary) / 에밀리 맨텔 / 영국

나쁜 동물들(Bad Animals) / 대비드 버드셀 / 미국

와나두 관객상

최종적 결말(The Showdown) / 마시모 가라티 코스타/영국

기자상

서머타임(Summertime) / 안나 루이프 / 스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