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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의 여인부터 심청이까지
장미 2009-04-30

2009서울연극제/ 5월24일까지/ 아르코 예술극장 대극장·소극장,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자유소극장, 아르코시티 소극장

봄 햇살이 반갑다. 축제라도 맞은 기분이다. 춘심을 채 즐기지도 못했는데 벚꽃이 져버려 아쉽다면 이 행사에 주목하자. 들뜬 마음을 문화 공연으로 해소할 좋은 기회다. 2009서울연극제가 4월16일부터 5월24일까지 서울 각지의 공연장에서 열린다. 30회를 맞은 올해는 특별히 지금까지 선보였던 작품 중 9편을 공식초청작으로 선정해 다시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먼저 축제의 시작을 알릴 개막공연은 20세기 미술의 거장 피카소의 일생을 소재로 삼은 <피카소의 여인들>. 피카소에게 예술적 영감을 불어넣은 여인 4인이 모놀로그 형식으로 풀어가는 작품으로, 김성녀를 비롯해 카리스마 넘치는 여배우들이 출연해 기대를 모은다.

9편의 공식초청작 중 극단 백수광부가 꺼내든 카드는 1984년 초연된 <봄날>이다. 25년 만에 관객과 재회한 이 작품에는 연극배우 오현경이 초연에 이어 또 한번 아버지로 캐스팅되는가 하면 이대연과 백수광부의 간판배우들이 아비를 원망하는 일곱 아들로 얼굴을 내비친다. 아버지 대 아들, 한편으로 제도 대 개인에서 비롯되는 갈등은, 단순히 25년 전의 문제의식만은 아닐 것이다. 한편 <심청이는 왜 두 번 인당수에 몸을 던졌는가>는 1990년 초연돼 그해 동아연극상 대상을 거머쥔 문제작이다. 주인공 청년이 어떤 가혹한 운명에 휩쓸리는지 추적하는 과정에서 바닥에 처박힌 우리의 도덕성이 낱낱이 폭로된다. 폭력, 살인, 인신매매, 방화 등 무거운 이슈들이 서슴없이 거론되지만 해학적인 어조만큼은 놓치지 않는 블랙코미디다.

<심청이는…>이 심청과 용왕의 이야기를 비튼 지극히 한국적인 작품이라면 <한스와 그레텔>은 동화 <헨젤과 그레텔>를 뼈대로 하는 다소 이국적인 작품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펼쳐지는 독일, 정치적 신념을 두고 갈등하는 한 개인의 이야기는, 그러나 현대 한국 관객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 밖에도 비교적 최근작으로 어지러운 한국 근현대사를 담은 <이런 노래>, 30년 전 살인사건의 진실을 찾아 나서는 <흉가에 볕들어라>, 연희단거리패가 창단 20주년을 기념해 제작한 수난극 <아름다운 남자>는 물론, <불가불가> <풍금소리> <길 떠나는 가족> 등이 초청작에 포함됐다. 좀더 자세한 정보는 서울연극제 홈페이지(www.stf.or.kr)를 참고할 것. 공연일정, 관람료, 공연장 지도까지 비교적 상세하게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