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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회 한국독립단편영화제
2001-11-28

국내 최대 경쟁 독립영화제, 경쟁작 38편, 선댄스 수상작 등 초청작 100편 상영

“내년에도 경쟁영화제로 치러야 할지 고민입니다.” 지난해 한국독립단편영화제 폐막식에서 이효인 집행위원장은 일정 작품에만 꽃다발을 안겨야 하는 상황의 곤혹스러움을 그렇게 털어놨다. 하지만 올해도 ‘선의의 경쟁’은 계속된다. 12월1일부터 대학로 동숭홀과 하이퍼텍 나다에서 열리는 제27회 한국독립단편영화제는 올 한해 두각을 나타낸 독립영화를 격려하고 고무하는 일을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

극영화, 다큐멘터리, 실험영화, 애니메이션 등으로 나누어 시상했던 예년과 달리 올해는 장편, 중편, 단편으로 나누어 장르 구분없이 본선작 심사가 진행된다. 본선 심사는 문성근(스크린쿼터문화연대 이사장)을 비롯 6인의 심사위원이 맡는다. 응모작은 462편으로 두배 가까이 늘었지만, 시상부문은 오히려 지난해보다 줄어들어 한층 “강화된 형태의 경쟁영화제로 치러진다”는 게 영화제쪽 설명이다. 대신 부문별 상금은 크게 늘었다. 대상에 1500만원을 지급하는 것을 비롯해 총상금이 4100만원이다. 부문별 우수작품상 중 필름으로 촬영된 1작품에는 후원사인 코닥필름이 제공하는 35mm 네거필름 1만 피트가 수여된다. 예년과 달리 한국독립영화협회가 주도적으로 나서 행사를 준비한다는 것도 특징. 영화진흥위원회와 공동으로 행사를 주최하지만 업무를 위탁받아 예산안 운영 등에서 좀더 자유롭게 살림을 꾸리게 됐다.

으뜸일까, 버금일까

경쟁영화제인 만큼 시선은 아무래도 본선진출작 38편(단편 22편, 중편 10편, 장편 6편)에 먼저 쏠리게 마련이다. 특히 단편부문은 완성도 있는 애니메이션이 대거 몰려 있어, 극영화와 치열한 경합이 예상된다. 3D 직종이 아닌 편한 직장을 얻기 위해 꼬리를 잘라내야 하는 생쥐의 분투기를 코믹하게 묘사한 (연출 박원철, 6mm, 15분)이나 큰 스태플러와 작은 스태플러가 책상 위 먹이를 차지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모습을 앙증맞게 표현한 오브제애니메이션 <패르딕스>(연출 이완규, 35mm, 10분) 등은 매체 특유의 깜찍한 상상력을 펼쳐보인다. 올해 안시애니메이션페스티벌 경쟁부문에 진출한 3D 컴퓨터애니메이션 <GRANDMA>(연출 조성연, Beta, 5분)나 2001년 대한민국만화문화대상 수상작인 <Angel>(연출 임아론, Beta, 6분17초), <False Poupee>(연출 린다 김, 6mm, 7분) 등도 감독의 개성이 한껏 드러난 쟁쟁한 작품들이다.

단편본선에 오른 극영화 역시 이에 뒤지지 않는다. 제6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단편영화 중 최우수작품에 수여하는 선재펀드를 받은 <샴, 하드 로맨스>(35mm, 18분22초)는 지하창작집단 파적의 김정구 감독 작품. 샴쌍둥이로 태어나 생의 끝까지 등을 맞대고 살아야 하는 남녀의 비극적 로맨스를 그로테스크한 상상력으로 그려냈다. (연출 고영민, 35mm, 12분)는 고봉에 올라 태극기를 두르고 사진을 찍으려 하지만 번번이 실패하는 한 산악인의 우스꽝스런 해프닝을 담은 작품. 하지만 마지막 장면의 묵직한 메시지를 대하면 깨달음을 전해주는 우화였음이 드러난다. 이 밖에도 감독의 차분한 호흡이 느껴지는 <오후>(연출 장명숙, 16mm, 13분), 보는 이를 끝까지 불편케 하는 페이크 다큐멘터리 <자살비디오>(연출 최양현, 16mm, 19분30초), 어린 남매의 내면 풍경을 사물의 표정에 담아 스케치하는 <달이 지고 비가 옵니다>(연출 박혜민, 16mm, 13분30초) 등이 상영된다.

중편부문 본선에 오른 10편의 작품 중에는 이미 이전의 영화제에서 뜨거운 관객의 호응을 경험했던 작품들이 포진해 있다. 이송희일 감독의 <굿 로맨스>(6mm, 28분)는 30대 유부녀와 10대 고등학생의 원조교제를 소재로 삼았지만 섣불리 둘의 관계를 재단하려 드는 대신 찰랑이는 두 사람의 미묘한 감정선의 변화에 관심을 둔다. 김지현 감독의 <바다가 육지라면>(6mm, 41분)은 서로 다른 비법으로 라면을 끓이는 이들이 벌이는 릴레이 토크쇼. 인디포럼 2001의 개막작으로 상영됐고, 이색적인 소재만으로도 객석의 갈채를 끌어냈다. <달을 먹다>(연출 최반, 28분30초)는 자신을 두고서 다들 어디론가 떠난다고 믿는 실성한 한 여자를 뒤쫓는다. 흉포한 도시에 짓밟힌 한 여인의 허망한 발걸음 뒤로 슬픔과 연민과 동정이 묻어나는 영화다.

풍성한 초청작 100편

6편이 본선에 오른 장편 부문에서는 새로운 소재와 형식의 다큐멘터리들이 흥미를 끈다. 황윤 감독의 <작별>(6mm, 84분)은 동물원에서 하나둘씩 죽어가는 동물들의 슬픈 눈동자를 클로즈업해 야마가타다큐멘터리영화제 뉴커런츠 부문과 부산영화제 다큐멘터리상인 운파상을 수상했다. <뻑큐멘타리-박통진리교>(연출 최진성, 6mm, 95분)는 제목 그대로 박정희를 희구하는 이들의 시대착오적인 발언에 쌍욕도 불사하는 거친 다큐멘터리. 이 밖에 크라잉 넛이 출연한 <이소룡을 찾아랏!>(연출 강론, 35mm, 74분), 황철민 감독의 디지털 장편영화 <그녀의 핸드폰>(6mm, 84분) 등이 본선에 올랐다.

본선에 진출하지 못했지만, 국내외 초청작도 크게 늘어 올해 상영작은 100여편에 이른다. 기존 상영관으로 쓰이던 하이퍼텍 나다 이외에 500석이 넘는 동숭홀을 대관한 것도 이 때문. CJ엔터테인먼트와 CGV의 기금 지원으로 <자연의 아이들>로 알려진 아이슬란드의 대표적인 감독 프리드릭 토르 프리드릭슨의 작품 7편을 비롯해 선댄스영화제 역대 수상작과 뉴욕모음전 등 이전에 맛볼 수 없었던 해외 독립영화 식단을 엿볼 수 있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소식이다. 국내초청작 역시 <다큐멘터리 한대수>(연출 장지욱, 6mm, 80분)를 비롯, 40여편의 초청작이 상영된다.

12월1일 7시에 거행되는 개막식에서는 2001년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수상작인 <지나, 여배우 나이는 29>와 <이모의 데이트> 등이 개막작으로 상영된다. 김동원, 민동현 감독 등 독립영화인들이 모여 결성한 밴드 ‘깜장 고무신’의 축하공연도 있을 예정. 영화제 기간인 12월6일 7시에는 ‘영상미디어센터 발전방향에 관한 토론회’도 열린다. 자세한 문의는 02-334-3166(한독협 사무국)이나 www.kicf.or.kr로 하면 된다. 이영진

▶ 상영시간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