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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t] 영상활동은 이제 일상이다
김용언 사진 이혜정 2009-05-12

7주년 맞은 미디액트의 이주훈 사무국장

“문제는 기술이 아니야, 이 바보야!” 올해로 7주년을 맞은 미디액트의 일성(一聲)을 ‘쎄게’ 표현한다면 이 정도가 아닐까. 한국 미디어교육의 중심이자 산증인인 미디액트는 당신에게 거듭 되묻는 중이다. 더이상 기술의 진입 장벽이 핑계가 될 수 없는 지금, 영상을 통해 소통한다면 당신은 무엇을 이야기할 것인가. 미디액트의 이주훈 사무국장을 만났다.

-2002년 설립 당시 미디액트의 목표의식이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이후 7년 동안의 역사를 간단히 소개해 달라. =미디액트는 국내에선 최초로 세워진 미디어센터이자, 전례없는 스펙트럼을 아우르는 단체였다. 독립영화와 미디어교육과 퍼블릭 액세스 정책까지 도맡아하는 곳은 해외에도 거의 없다. 해외 활동가들이 신기해하는 놀라운 조직이다. (웃음) 2002년 이후 지금까지 불모지였던 미디어교육을 풍성하게 가꿔왔고, 미디어정책과 독립영화 제작에 대한 백업 활동도 해왔다. 실제로 노인, 장애인, 이주노동자, 아동, 군대 미디어교육 등이 우리가 개척한 영역이다. 또한 미디액트의 출범 이후 시민사회단체와 방송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등에서 운영하는 독립·지역영상미디어센터들이 활발하게 등장했다. 모든 지역에 보건소가 세워지듯 혹은 카네기가 미국 전역에 도서관을 세웠듯 이런 미디어센터가 곳곳에 있어야 한다. 누구나 정보를 취득할 수 있고 그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정보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가 여기서 비롯된다. 가진 사람과 가지지 못한 사람의 정보 격차가 지식 권력의 격차로 이어질 때, 그 간격을 줄이자는 것이 미디액트의 설립 취지기도 했다.

-미디어교육 수강생들의 만족도가 무척 높다고 들었다. =수강생의 절반은 20대고, 35% 정도가 30대 직장인들이다. 모두 직업 영화인이 아니다. 그리고 직업과 취미를 넘어선다는 점이야말로 미디액트의 주근거다. 문자 언어를 사용한다고 전부 시인이 되겠다고 목표하는 건 아니다. 그건 일상생활이다. 영상활동 역시, 읽고 쓰는 행위처럼 삶의 결을 드러내는 소중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될 수 있다.

-인상 깊은 수강생이 있었다면. =장애우를 키우는 분이 교육과정 수료 작품으로 자폐 아동을 다룬 영상을 만들었는데, 그게 각종 영화제에서 상영되면서 지금은 장애인 미디어교육 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미디어를 통해 스스로 치유와 극복의 과정을 거친 셈이다.

-그동안 휴대폰이라든가 디지털카메라 등 매체의 급속한 변화가 있었는데. =매체 환경의 변화가 제작 환경의 새로운 변화를 다 포함한다고는 보지 않는다. 웹에 떠도는 UCC의 90%가 기존 매체의 모방적 변형에 불과하지 않나. 다만 사용자들이 미디어에 쉽고 편하게 접근할 수 있게 된 건 맞다. 미디액트는 매체를 어떻게 제대로 활용할 건지, 소통을 어떻게 할 건지를 중시하는 정통적인 커리큘럼을 고수하고 있다.

-대중적인 퍼블릭 액세스의 맹아를 발견한 건 지난해 촛불집회 때가 아닌가 한다. =사회적 의제를 설정하는 주류 매체의 영향력에는 선택과 배제, 제약의 논리가 작용한다. 결과적으로 이들로부터 전달되는 정보는 이 사회를 살아가는 다수와 유리될 수 있다. 우리는 이런 차이를 지난해 몸으로 체득했다. 그것을 해결하고자 하는 욕구가 공동체 미디어로 서서히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이를테면 ‘칼라티비’라든가 ‘촛불방송국’ 등이 이런 아래로부터의 욕구를 갈무리하는 ‘직접 방송’에 대한 열망이었다고 생각한다. 아래로부터의 새로운 미디어 흐름이 주류 질서에 완벽한 구멍을 내지 못하더라도 특정 시기에 어떤 폭발력을 보여줄 수 있는지를 촛불집회 당시 확인한 것이다. 이걸 어떻게 오래 갖고 갈지가 문제다. 당분간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떤가. =우선 점점 더 늘어날 미디어센터들에 제시할 수 있는 일정한 가이드와 평가 기준을 마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는 매체 환경의 변화에 발맞추는 게 급선무다. HD 영상의 제작전반을 아우르는 표준공정이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미디액트가 그 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지금까지 3년 동안 매해 1억8천만원 정도를 들여 HD 영상 장비를 구입해왔다. 그 돈이 전혀 아깝지 않다. 매주 대여 현황을 보면 놀라울 만큼 활발하게 운용되고 있으니까. 그렇게 새로운 HD 환경의 변화 속에서 독립영화를 비롯한 창작 전문 지원 센터로서의 역할을 확고하게 가져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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