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News & Report > Report > 기획리포트
[인터뷰] <익스플로딩 걸> 브래들리 러스트 그레이, 김소영 부부
글·사진 양지현(뉴욕 통신원) 2009-05-14

올해 트라이베카 필름 페스티벌 경쟁부문에 출품된 <익스플로딩 걸>은 여름 방학 때 집에 돌아온 대학생 남녀의 이야기다. 뉴욕 베이스 인디 감독인 브래들리 러스트 그레이가 연출을 맡았고, 그의 아내 김소영 감독이 공동 제작을 담당했다. 이 부부는 영화제 기간과 맞물려 김 감독의 두 번째 장편 <나무없는 산>이 뉴욕에 개봉돼 뉴욕타임스는 물론 타임아웃뉴욕 등 각종 미디어 인터뷰를 통해 두 작품을 함께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졌다. 멀찌감치 떨어져 캐릭터들을 관찰하는 듯한 느릿하면서도 감수성이 느껴지는 두 작품에 대해 디렉트 TV 트라이베카 프레스 센터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 <익스플로딩 걸>은 어떻게 구상했는지? = 그레이: 본래 규모가 큰 <잭 앤 다이앤> (틴에이지 레즈비언 로맨스)이란 장편을 뉴욕에서 준비 중이었는데, 촬영이 어려워져 갑자기 하게 된 작품이다. 전에 오디션을 본 조이 (카잔)가 생각나서 그녀를 주인공으로 함께 구상했다. 같이 걸어 다니면서 이런 저런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다가 조이가 전에 관절염 환자를 연기했다는 얘기를 했다. 잘 보이지는 않지만 늘 감정상태를 조심해야 하는 소극적인 간질병 소녀를 주인공으로 택하게 됐다.

- 뉴욕 느낌을 잘 담았다. 특히 옥상 장면들이 멋있더라. = 그레이: 고맙다. 본래는 센트럴파크에서도 촬영을 하려고 했는데, 시간이나 위치상의 문제도 있어서 이스트 빌리지 쪽에서 대부분 촬영했다. 옥상 비둘기 장면은 일부러 연출한 것은 아니고 어떻게 찍다 보니 그렇게 됐다. (레드 원) 디지털 카메라를 사용했는데, 야외 촬영에서 전혀 추가 조명을 사용하지 않았다. 여러 차례 테이크나 롱테이크도 수월했고. (총 40시간 이상 분량 촬영 분이 있다고) 내 생각에는 뉴욕이라는 것이 확연한 것 같은데, 해외 영화제에서는 “어디서 찍었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뉴욕에 살았다는 관객한테서도.

- 서로의 작품에서 제작을 맡았던데? = 작품 성향이 비슷해서 함께 작업하는 편이 훨씬 수월하다. 시간도 절약할 수 있고, 서로가 제작자로 이름은 올랐지만, 사실 조감독일도 다 하거든. 저예산이기 때문에 스탭도 규모가 작아서 꼭 필요한 인원만 쓰는 편이다. = 그레이: <엑스플로딩 걸>이나 <나무없는 산>에서 처음으로 서로의 작품을 편집했다. 그 전까지는 자기 것은 자기가 알아서 했는데. (웃음) 서로를 믿기 때문에 같이 작업할 수 있었지.

- 그렇게 늘 같이 일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 브래드는 세트장에서 무척 긴장하는 편이다. 난 정리 정돈을 잘하고 차분한데. 브래드는 꼭 야생 고양이 같아진다. 당신은 완전히 ‘컨트롤 프릭’이야. (웃음) = 그레이: 당신이 연출할 때만 그런거야. (웃음) = 일단 촬영에 들어가면 서로를 보조해 주지만, 구상단계나 집필 단계에서는 거의 터치를 안한다. 물론 완성 후에 제일 먼저 보여주지만. 아마 앞으로도 같이 집필하긴 힘들 것 같다.

- 두 작품을 가지고 여러 영화제에 참석한 것으로 안다. 기억에 남는 관객들이 있다면? = 그레이: 여러 곳을 다녔는데, 뉴욕 웨스체스터에 있는 작은 극장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관객들이 대체로 노인이었고, 극장 앞에는 <한나 몬타나: 더 무비> 포스터가 붙어있더라. 괜히 왔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막상 질의응답 시간에는 가장 적극적이고, 다양한 질문들이 나왔다. 진짜 관객들이 다양한 만큼 다양한 반응을 접한다.

- 자주 받는 질문이 있는지? = 자주 받는 것은 아닌데, 베를린 영화제에선가 한 남자가 <나무없는 산>에서 동물을 너무 많이 죽였다고 하더라. 곤충이랑 벌레였는데 말이지. 그래서 프로듀서 중 하나가 죽인 곤충은 스탭이 다 먹었다고 답변했다. (웃음)

- 남자 주인공 마크 렌댈에 따르면 상황설정만 지시하고 즉흥 연기를 하기도 했다던데 = 그레이: 우리는 전문 배우와 작업한 적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대사까지 외우고 촬영장에 나타난 조이와 마크를 보고 좀 이상했지. (웃음). 원래 사람들이 직접 자신의 대사를 만들어 말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데 배우들은 별로 반기지 않더라. (웃음)

- 리허설과 촬영기간은 어느 정도였나? = 그레이: 조이와 아이디어를 구상한 후 4일만에 시나리오를 완성했고, 2주 정도 리허설 기간을 거쳐서 촬영은 17일간 했다. 촬영 중 첫 7일 동안 마크가 올 수 없었다. 그래서 조이가 나오는 부분을 먼저 모두 찍었지. 이제 생각하니, 조이의 캐릭터 개발에 이 시간이 무척 도움이 됐던 것 같다.

- 후속 작품이 있는지? = 한국인은 아니고, 한 노인을 주인공으로 장편을 쓰고 있다. 장편은 시간이 많이 소요되니까, 규모가 작은 실험영화 준비도 병행하고 있다. 대학생인 두 친구의 이야기다. = 그레이: <잭 앤 다이앤>을 계속 추진 중이다. 주인공으로 올리비아 썰비가 정해졌지만, 다른 배역 캐스팅이 추가로 필요하다. 그 밖에도 약간의 각본 수정도 필요하고. 빠르면 올 가을이나 늦어도 내년 봄 쯤에는 뉴욕에서 촬영을 시작할 것 같다. 흠… 그리고 윌 페럴 영화 같은 아주 정통적인 ‘크레이지 코미디’ 영화도 만들고 싶다. 엉뚱할수록 더 좋은 영화지. 사실 꿈에서 내가 그런 영화를 보고 있더라고. 그래서 착안한 거다. 아직은 구상단계긴 하지만.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