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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nk up] ‘골든위크’엔 무슨 영화를 보았나

지금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골든위크’라는 말은 원래 일본영화계에서 사용하던 단어였다. 일본에서는 매년 4월 말부터 5월 중순까지 약 열흘간의 연휴가 이어지는데 법령으로 정해진 4월29일 ‘쇼와의 날’이 연휴의 시작을 알리는 축포를 쏘면 5월1일 노동절, 3일 헌법기념일(제헌절), 4일 미도리의 날(식목일), 5일 어린이날 등 며칠 건너 한번씩 휴일이 계속된다. 게다가 일본의 경우 법령휴일이 일요일과 겹쳤을 경우 다른 평일에 쉬게 해주는 ‘대체휴일’ 제도가 있어 합법적으로 휴가를 늘릴 수 있다.

올해는 계속되는 불황으로 오히려 회사쪽에서 장기휴가를 독려하면서 이르게는 4월25일부터 5월10일까지 약 16일간 휴가를 받은 곳도 있다고 한다. 영화산업이 막 성장하던 50, 60년대 이후 일본영화계에서는 이 휴가기를 일명 ‘황금주간’(黃金週間, Golden Week)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영화가 점차 일반 대중에게 가장 가까운 ‘오락’으로 자리잡고, 황금연휴에 영화계 또한 엄청난 흥행수익을 올렸으니 그야말로 적절한 표현이었던 셈이다. 물론 이제는 수많은 오락거리가 영화의 자리를 대체하는 시대가 왔지만 여전히 골든위크 기간에 일본의 극장은 문전성시를 이룬다. 많은 영화들 또한 이 시기의 특수를 노려 개봉 스케줄을 맞추기도 한다. 일본의 영화정보 사이트 ‘eiga.com’에 따르면 골든위크가 정점을 이뤘던 5월1~3일, 흥행순위 1위의 영예를 차지한 작품은 <명탐정 코난: 칠흑의 추적자>였다. <명탐정 코난> 극장판 시리즈 13기에 해당하는 이번 작품은 흥행성이나 스토리 면에서 코난 팬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지난 4월18일 개봉한 뒤 3주 연속 흥행성적 1위를 기록하며 약 30억엔의 흥행수익을 올린 것은 물론, 5월 첫쨋주까지 237만명의 관객 동원에 성공해 전작의 흥행성적을 훨씬 뛰어넘었다. 탐정물에 대한 사랑 그리고 코난에 대한 일본인들의 사랑은 골든위크에도 쉬지 않는다.

골든위크 기간에 흥행성적 2위를 기록한 것은 양조위, 금성무 주연의 <적벽대전2: 최후의 결전>이다. 4월10일 개봉한 이후 한달 가까이 꾸준히 상영된 이 작품은 총흥행수입이 50억엔, 총동원 누적관객 수는 368만명에 이른다. 한편 골든위크의 정점이자 극장 티켓이 1천엔으로 할인되는 ‘서비스데이’(매월 1일)인 5월1일에 개봉한 영화 <고에몽>이 코난과 레드 클리프의 뒤를 이어 흥행성적 3위를 기록했다. 이 영화는 오다 노부나가 암살사건을 다룬 역사물로 최홍만이 극중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호위무사 역으로 등장한 사실이 알려져 한국에서도 화제가 됐다. 지난 2005년 데뷔작 <케샨>을 내놓으며 일본영화계의 주목을 받은 기리야 가즈아키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인 이 영화는 골든위크의 여세를 타고 개봉 첫주 만에 60만명 가까이 관객을 동원해 흥행 면에서도 합격점을 받았다.

역시 5월1일 골든위크 기간 중에 개봉한 <가면 라이더> 극장판 <귀신섬의 전함>이 치열한 경쟁을 뚫고 흥행성적 4위에 올랐으며, 5위에는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 <크로우즈>의 전편에 해당하는 이야기 <크로우즈 제로>가 이름을 올렸다. <크로우즈 제로>는 만화책에서는 다뤄지지 않았던 이야기를 새롭게 다뤘는데 젊은 배우 오구리 &#49804;이 열연을 펼쳐 4월11일 개봉한 이후 장기흥행을 이어갔다. 이제 골든위크도 마무리되고, 각 영화사들은 흥행성적표를 들고 손익분기점을 넘겼는지 계산기를 두드릴 시간이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골든위크가 일본영화계의 보증수표이지는 않을 듯하다. 골든위크 기간 동안 일본의 국내외 여행객 수가 전례없는 수치를 경신했다는 소식들이 최근 몇년간 반복해서 들려오는 것을 보면 영화계에서 시작된 ‘황금기’는 여행업에 자리를 내주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