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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 프랑스 무성영화의 영광, <바퀴>

<바퀴> La Roue

1923년 감독 아벨 강스 상영시간 263분 화면포맷 1.33:1 스탠더드 음성포맷 DD 2.0 무성영화 출시사 플리커앨리(미국, 2장)

화질 ★★★☆ 음질 ★★★☆ 부록 ★★☆

초기 무성영화의 영광은 대부분 미국의 D. W. 그리피스, 소련의 세르게이 에이젠슈테인, 독일의 프리츠 랑에게 돌아간다. 뤼미에르 형제의 나라인 프랑스로서는 그런 상황에 많이 서운했을 터다. 근래 출시된 두편의 DVD- 마르셀 레르비에의 <돈>과 아벨 강스의 <바퀴>- 는 프랑스 무성영화의 영광을 재발견할 기회를 제공한다. <돈>이 초기 영화예술의 한 정점을 보여준다면 <바퀴>는 세계영화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작품으로 기억된다. 구로사와 아키라는 “내게 심오한 영향을 끼친 첫 번째 영화다”라고 밝혔고, 장 콕토는 “영화는 <바퀴>의 전과 후로 나뉜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당시의 작가들이 <바퀴>에 담긴 ‘인물의 심리, 욕망, 꿈의 집요한 묘사’, ‘혁신적인 몽타주와 화면비율의 시도’ 등을 접하지 않았더라면 영화의 모습은 바뀌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고발한다>의 성공으로 아벨 강스는 ‘파테사’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차기작에 임했다. 전쟁영화의 걸작을 마친 그는 이번엔 ‘산업사회를 사는 현대인과 신화적인 사랑 이야기’로 눈을 돌렸다. <바퀴>의 줄거리는 그리스 비극, 앙드레 지드의 <전원교향악>,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 로제 마르탱 뒤 가르의 <아프리카에서 온 편지> 등을 연상하게 하지만 노동자 시지프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시대의 풍경이라는 점에서 영화에 직접적인 영감을 준 작가는 빅토르 위고와 에밀 졸라다. 그들의 영혼 아래 젊은 강스는 장장 3년에 걸쳐 누구도 보지 못한 스펙터클에 도전했고, 그 스스로 “이미지의 시대가 도래했다”라고 평한 작품을 완성한다.

열차 기관사인 시지프는 전복사고 현장에서 고아 소녀 노르마를 발견하고 몰래 집으로 데려온다. 엄마 없이 자란 아들 엘리와 노르마를 함께 키우려던 그의 욕심은 비극을 낳는다. 어느 날, 시지프는 노르마에 관한 비밀을 고위 관료인 에르상에게 털어놓는데, 노르마를 탐한 에르상은 비밀을 빌미 삼아 그녀와의 결혼을 요구한다. 어느 새 노르마를 남자로서 흠모했던 시지프는 힘겹게 그녀를 떠나보내고, 노르마에 대한 애정을 간직해온 엘리 또한 사실을 알게 된 뒤 좌절감에 빠진다. 정작 노르마 자신은 비밀을 모르는 가운데, 한 여자를 사랑한 세 남자는 지옥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바퀴>는 크게 두 부분- 철로 작업장 주변에서 벌어지는 1부와 몽블랑 산악지대로 배경을 옮긴 2부- 으로 나뉜다. 열병과 집착으로 방황하던 시지프가 마침내 구원에 이르는 과정에는, 강스가 실제로 겪은 슬픔이 반영되어 있다. 제작 첫날, 그의 아내 이다 데니스가 병을 앓기 시작하자, 강스는 그녀의 건강을 위해 파테의 스튜디오를 포기하고 니스 주변에서 모든 작업이 이루어지도록 했고, 알프스의 공기가 좋을 거라는 의사의 권유에 따라 아내와 제작진을 이끌고 프랑스 알프스에서 2부를 찍었으며, 작업이 끝나던 날 아내의 죽음을 맞았다. 그리고 강스는 제작 도중 완료한 시나리오의 결말부에 자신이 통과한 주제를 심어놓았다. ‘어떤 사람은 고통으로부터 평안과 자유가 주어지는 운명을 받아들여야 한다.’

애초 상영시간이 8시간에 가까웠던 <바퀴>는 이후 2시간이 채 안되는 버전으로 배급됐는데, DVD는 4시간30분짜리 버전을 선보인다. 복원 자체가 의미가 깊거니와 각고의 노력을 거친 결과물도 훌륭하다. 부록으로 강스의 친구이자 시인인 블레즈 상드라르가 기록한 ‘제작 다큐멘터리’(9분)와 홍보자료를 수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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