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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친숙하고도 낯선
장영엽 2009-06-18

<샌정 개인전: wildwood air> 6월28일까지 | 국제갤러리

, 2009, oil on canvas, 240x200cm

백마는 호숫가에 우두커니 서 있고, 꽃을 든 여인은 사색에 잠긴다. 그 풍경의 유일한 장식물인 무채색 나무들은 가늘고 섬세하다. 재독작가 샌정(senchung)의 그림은 서정이란 단어의 다른 표현이다. 꽃과 여인, 말과 새 등의 유순한 동물들이 종종 등장하는 그의 작품은 분위기만으로 관객을 압도한다. 그 독특한 분위기의 비결은 가볍고 옅은 색깔을 즐겨 사용하는 것인데, 거의 모든 캔버스에서 엿볼 수 있는 연회색과 도화색, 에메랄드색 등의 파스텔 컬러는 샌정 특유의 달콤하고도 몽환적인 그림을 성공적으로 완성시켜준다. 모든 작품이 유화임에도 그보다 무게감이 덜한 수채화를 보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 또한 옅은 컬러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샌정의 국내 여섯 번째 개인전 <wildwood air>는 더욱 깊어진 서정성과 공간에 대한 관심이 인상적인 전시다. ‘미지의 영역’과 ‘친숙하지만 어느 순간 낯설게 다가오는 영역’을 그림에 담아내고 싶었다는 작가는 적어도 ‘낯설게 보이기’에는 성공한 듯싶다. 공기의 움직임을 형형색색으로 표현한 <Walking on air>와 동화 속 한 장면 같은 <I thought about you>가 그 좋은 예다. 한편 대다수의 작품에 여성이 등장하는 까닭에 대한 작가의 견해가 흥미롭다. 자연 앞에서는 누구나 섬세한 감성을 가지게 되고, 여성은 그 섬세함에 대한 하나의 상징적인 표현 방법이라는 것. 남성 작가이지만 작품만 보고는 99% 여성 작가라고 믿어버릴 만큼 예리하게 여성적 감수성을 포착해내는 솜씨가 놀라울 따름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샌정의 최근작 유화 37점이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