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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 빡세게 충돌하고 콱 터지네

<<Shines In The Dark>> 황보령 | 엠넷미디어 발매

카타르시스 지수 ★★★★☆ 오리지널리티 지수 ★★★★★

황보령은 15살에 미국으로 떠났다. 1985년이었다. 대학에서는 미술을 전공했다. 1990년의 일이다. 이상은의 <언젠가는>에서 코러스를, <여름밤>을 작사·작곡한 건 1993년이었다. 1집 <<귀가 세 개 달린 곤양이>>를 발표한 건 1998년, 밴드 스맥소프트를 결성하고 2집 <<태양륜>>을 발표한 건 2001년이다. 3집 <<Shines In The Dark>>는 2009년, 두달 전에 나왔다. 그 사이 미술과 음악, 한국과 미국을 내키는 대로 오갔다. 황보령에 대한 단서들이다. 키워드는 알아서 생각하자.

나는 주저없이 이 앨범을 올해의 베스트로 꼽을 생각이다. 이런 이유 때문이다. 사운드의 밀도와 가사의 이미지, 포괄적인 정서와 그걸 받치는 구성이 탄탄하다. 독창적이다. 징그럽게 넘쳐나는 록의 하위 장르들이나 모던 록, 한국 록 담론 등에 기댈 수 있는 성질이 아니다. 산울림 정도가 떠올라도 ‘정서적’인 것 외에 연관성은 없다. 그러니까 황보령은 진짜로 자기 음악을 만든다. 게다가 이 음악은 죄다 ‘모순과 공존’이라는 큰 틀에서 순환한다. 밴드 이름도 그렇고 3집 제목도 그렇다. 거기에는 연한 것과 날선 것, 순한 것과 진한 것, 어둠과 빛이 공존하는 찰나의 비장함이 있다. 신윤철의 기타가 주도하는 <돌고래노래>에는 “나는 다시 하늘 위로/ 바다 속을 날아올라”라는 가사가 등장하고 <식물펑크>는 제목부터가 아이러니다. 마블링의 한가운데로 빠져드는 공간감을 선사하는 <해 海 解 GO>를 비롯해 일종의 만가(輓歌)처럼 들리는 <집으로 가는 길> 등 모든 곡은 가사와 사운드, 이미지와 이미지가 빡세게 충돌하고 콱 터지는 카타르시스를 준다.

무엇보다 이게 모두 ‘한국적’으로 들리는 게 놀랍다. 문득 꼬이는 박자 따라 강약의 포인트가 달라지고, 백 비트가 어디쯤 미묘하게 엇갈리면서 특유의 리듬감이 생성된다. 그걸 ‘한국적’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애초에 이런 감은 우연에 의한 것이겠지만 그걸 강화시킨 건 의도적이다. 그게 중요하다. 이 존재감이야말로 압도적이다. 허세가 아니다. 황보령의 오리지널리티는 바로 거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