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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몽타주로 놀다
장영엽 2009-06-25

<미술시네마: 감각의 몽타주전>/8월22일까지/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분관/02-2124-8960

세상은 요지경 지수 ★★★★★ 풍자 지수 ★★★★

한때 ‘조인성 사이코패스’라는 검색어가 웹상에서 화제였다. 어느 네티즌이 배우 조인성의 부드러운 이미지를 부각시킨 커피 광고에 음산한 배경음악을 덧붙여 동영상을 만들었고, 그 영상이 큰 히트를 했다. 음악 하나 바꿨을 뿐인데, 부드러운 남자가 사이코패스로 변할 수 있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또 이런 경우도 있다. 요즘 드라마 시청자는 원치 않던 결말을 예전만큼 슬퍼하지 않는다. 직접 만들면 되니까. 드라마 장면을 캡처해 원하는 대로 이어붙여 자기만의 드라마를 만드는 네티즌이 종종 눈에 띈다. 시간과 공간을 재구성하고, 그 안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몽타주 기법’은 이미 시대의 놀이가 되어버린 것이다.

<미술시네마: 감각의 몽타주>는 22명의 예술가가 ‘몽타주’라는 시대의 놀이를 재현하는 전시다. 이들은 회화와 사진, 설치, 비디오 퍼포먼스 등을 통해 세계를 그들만의 시각으로 재구성한다. 몽타주 기법을 사용한 40여점의 작품들은 ‘혁명적 시선’, ‘유연한 풍경’, ‘뉴스의 재구성’ 등 총 11개의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다. 작품 안에서, 혹은 섹션과 섹션 사이에서 엇갈리고 뒤섞이는 시공간의 흐름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권여현의 <오이디푸스와 스핑크스>는 구스타브 모로의 동명 걸작을 패러디한 작품으로, 작가가 오이디푸스를 직접 연기했다. 동양인 오이디푸스의 모습에서 동양과 서양이, 고전과 현대가 교차한다. 난다의 <댄스! 댄스!>는 동화와 역사, 퍼포먼스가 한데 어우러진 작품이다. 일제시대 당시 벨기에 영사관이었던 서울시립미술관의 남서울분관에서 아리랑 극단 단원들이 퍼포먼스를 연다. 주제는 구두와 다리에 대한 동화다. 김아영의 <독살된 스파이의 미스터리>는 작가가 실제 뉴스에서 접한 사건을 상상 속에서 재구성한 작품이다. 건물과 자동차 등 작품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는 직접 찍은 사진을 오려붙인 것이다. 규격화된 현대인을 테트리스 블록처럼 표현한 신미리의 <쌓기>는 재치있는 표현방식이 돋보인다.

한편 이번 전시에는 ‘조립식 미래를 꿈꾸다’란 주제 아래 12편의 몽타주영화를 특별상영하는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다. <애인>의 김태은 감독이 프로그래머를 맡은 이 미니 영화제에서는 지난 2008년 슈퍼신인으로 화려하게 데뷔한 두 영화감독의 초기 단편을 만나볼 수 있다. 나홍진 감독의 <>(2007)과 이경미 감독의 <오디션>(2003)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