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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읽는 장르소설] 작가는 젊었고, 주인공도 젊었다
이다혜 2009-07-23

<졸업> <잠자는 숲>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 <내가 그를 죽였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현대문학 펴냄

아직도 나올 히가시노 게이고 책이 있느냐고, 종종 질문을 받는다. 아무리 읽어도 어느새 인터넷 서점에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새 책이 나와 있다. 엄밀히 따지면 히가시노 게이고가 워낙 한국에서도 인기가 좋아 그의 예전 작품까지 모두 소개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긴 하지만. 여튼, 또 나왔다. 그것도 네권이 한꺼번에. <졸업>으로 시작하는 ‘가가 형사 시리즈’는 히가시노 게이고가 소설가로 데뷔한 이듬해인 1986년 시작한 것으로, 지금까지 일곱권이 소개되었다. 현대문학에서 이번에 펴낸 것은 <졸업>을 시작으로 <잠자는 숲>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 <내가 그를 죽였다>. 시리즈 중 <악의>와 <붉은 손가락>은 기출간작. 이 시리즈의 주인공인 가가 형사는 20여년 동안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와 함께 성장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젊었고, 그의 주인공도 젊었다. <졸업>을 보면 딱 그렇다. 가가 형사는 아직 형사가 되기는커녕 선생님이 될지 형사가 될지를 고민하는 대학생이다. 그가 첫사랑인 여학생에게 사귀자는 말도 아니고 “너를 좋아한다. 결혼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어”라는 거창한 프러포즈를 하는 장면에서 이야기가 시작한다. 차분하고 지적인 가가는 검도도 잘해서, 읽다 보면 성격이 원만한 유가와 마나부(히가시노 게이고의 <갈릴레오> 시리즈의 주인공으로, 한쪽으로 치우친 감이 있는 과학자되시겠다) 같은 인상이다. 대학 졸업을 앞둔 어느 날, 여학생 쇼코가 죽은 채 발견되었다. 자살과 타살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한 상태에서 가가를 포함해 쇼코와 친한 친구들은 갑작스런 죽음에 대해 슬픔과 궁금증을 가진다. <졸업>에서 첫 등장한 가가 교이치로는 대학생 신분으로 친구들 사이에서 일어난 의문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파헤쳐간다. 다도를 취미로 하는 학생들이 기묘한 룰의 다도 게임을 즐기는 새 두 번째 죽음이 친구들을 덮친다. <잠자는 숲>에 이르면 이제 가가는 어엿한 형사가 되어 있다. 사실 그는 <졸업>에서 선생님이 되기로 마음먹고 선생님으로 일을 시작하지만, <악의>에 언급되는 어떤 사건으로 경찰이었던 아버지의 뒤를 이어 형사가 된 뒤다. 도쿄의 한 발레단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수수께끼의 침입자가 발레단원과의 몸싸움 중 살해되었다. 사건을 수사하던 가가는, 발레단 안무가 독살사건을 맞닥뜨린다.

시리즈물의 가장 큰 즐거움은 주인공과 함께 성장하는 작가와 그의 스타일을 느끼는 데 있다. 초기작인 <졸업>에서 복잡한 다도 게임이 등장해 다소 작위적이라는 느낌이 들지만, 뒤로 갈수록 살인이라는 범죄를 저지르는 인간의 마음이라는 퍼즐을 특유의 반듯함으로 풀어가는 가가 형사가 주는 친근함이 시리즈에 대한 애착을 갖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