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Culture > 초이스 > 음악
[음반] 그리움이 보편성을 얻을 때

향수를 자극하는 두장의 스웨덴 인디팝 앨범

서정성 ★★★★ 과거지향성 ★★★★

≪More Modern Short Stories From Hello Saferide≫ 아니카 놀린/ 리플레이뮤직 발매 ≪M.A.G.I.C≫ 사운드 오브 애로즈/ 리플레이뮤직 발매

한국의 음악팬들에게 스웨덴은 쿨한 음악들이 쌓인 곳이다. 2000년을 전후로 소수의 수입음반으로 한국에 소개된 스웨디시 팝은 곧 라디오와 TV드라마 등에 삽입되며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다. 그래서 어쩌면 스웨디시 팝은 ‘장르’처럼 쓰이는 말이기도 하다. 900만명밖에 되지 않는 인구에도 스웨덴이 세계 3위의 음악 수출국이란 사실을 상기할 때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다음은 가장 최근에 발매된 두장의 스웨디시 팝 앨범이다. 모두 아름답고 서정적이며 귀엽다. 이게 과연 동시에 가능할까 의아하겠지만 거 참, 진짜 그렇다.

스웨덴의 음악저널리스트이자 라디오 진행자인 아니카 놀린의 솔로 프로젝트 ‘헬로 세이프라이드’의 2008년 앨범 ≪More Modern Short Stories From Hello Saferide≫는 멜로디로 눌러 쓴 단편소설집이다. 성장과 연애, 결혼과 가족 등에 대한 자전적인 이야기를 그려낸 이 음반은 발랄하고 귀여운 멜로디로 가득하다. 작은 여자애 같은 멜로디를 따라 이리저리 다니다보면 금방 노스탤지어와 서정미에 빠지고 만다. 사랑 이야기는 달콤쌉싸름하고, 좌충우돌 성장담은 왠지 짠하다. 그런 점에서 <Anna>와 <X Telling Me About the Loss of Something Dear, At Age 16>을 추천한다. ≪More Modern Short Stories From Hello Saferide≫가 북유럽 미녀 싱어송라이터의 16mm 단편영화라면 사운드 오브 애로즈의 ≪M.A.G.I.C≫은 신시사이저로 빚은 판타지 드라마다. 80년대 영화와 드라마들을 짜깁기한 <M.G.I.C>의 뮤직비디오부터 그렇다. 명백하게 노스탤지어를 자극하는 사운드는 휑한 공간을 부유하다가 불꽃놀이처럼 환하게 터진다. 아닌 게 아니라 이들의 데뷔작은 유튜브에 올라온 어린이 합창을 샘플링해서 만든 크리스마스 노래였고 아기자기한 <Danger>는 <가십걸> 시즌2에 삽입되어 인기를 얻었다.

두장의 앨범을 들으면 대중음악의 정서적 근원은 아무래도 노스탤지어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지나가버린 것들에 대한 그리움이 보편성을 획득하는 순간이 바로 대중음악에서 국가와 민족과 언어 따위를 무시하게 만드는 힘이 아닐까, 싶은 것이다. 여러 가지 의미에서 ‘우리의 미래’를 고민해야 할 시점에 이런 과거지향적 음악을 소개한다는 게 좀 거시기하지만 뭐, 추천은 추천이니 선택은 알아서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