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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t] ‘마니아 중심’ 탈피하련다
이화정 2009-07-23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SICAF 집행위원장 손기환

손기환 집행위원장은 13회를 맞는 만화·애니메이션 페스티벌 SICAF의 총지휘자다. 영화제, 전시, 캐릭터 페어, 국제디지털만화전 등이 함께 열리는 복합행사 SICAF는 챙겨야 할 것도 신경 써야 할 부분도 유독 많은 ‘멀티한’ 페스티벌이다. “분야가 많다보니 매일 컨펌하느라 바쁘다. (웃음) 다행히 학교(상명대학교 예술대학 교수로 재직 중)가 방학이라 눈치보지 않고 전념한다”는 손기환 집행위원장. 사람 좋아하고 술 좋아하는 성격상 호락호락해 보이지만, 함께 일하는 이들은 모두 입 모아 그가 ‘SICAF의 방향을 돈독히 해줄 외유내강형의 수장’임을 확신한다. 영화제를 열흘 남짓 앞두고, SICAF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지난해 12회부터 SICAF 집행위원장직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올해는 변화의 색깔을 기대하게 된다. =SICAF와의 인연은 2005년 부집행위원장을 역임하면서부터다. 밖에서만 보다가 막상 일하면서 차분하게 들여다보니 SICAF가 정체성이 모호하더라. 만화, 애니메이션, SICAF 자체 행사와 같은 다양한 요소들을 조화롭게 조율할 필요가 있었다. 안시, 히로시마, 자그레브 같은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이 저마다의 성격을 공고히 한 것처럼 SICAF만의 성격 규정이 필요하다. 지난해는 늦게 참여해 큰 틀에서 가지치기 정도만 했다면 올해 비로소 내 뜻을 보여주게 될 것이다.

-13년이면 짧지 않은 역사를 가진 페스티벌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다시 정체성을 재확립한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지금까지 SICAF는 너무 마니아 중심의 페스티벌이었다. 진행 방식에서도 전체적인 성격 규정 없이 행사 진행하는 이들의 개인적인 특성이 더 크게 작용했다. 극단적으로 말해 초반에는 SICAF의 가장 중요한 쟁점 중 하나가 ‘만화와 애니메이션은 다르다’는 것이었고 그걸 논쟁하느라 바빴다. 그러나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아우르는 것이 결국 SICAF만의 장점이다. 일본, 중국 등 아시아에서 SICAF를 벤치마킹하려는 시도도 엿보인다. 다양성을 전제로 한 멀티풀한 사고. 앞으로 SICAF의 나아갈 방향이다.

-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SICAF에 대한 대중적 인식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2년째 집행위원장을 수행하면서 느낀 가장 큰 고충은 무엇인가. =사회적 인식의 벽이 가장 높았다. 만화, 애니메이션에 대한 관심 자체가 부족하다보니 산업이 부진하게 되고, 그 결과 페스티벌 자체의 역할과 위상도 축소됐다.

-올해의 복안은 무엇인가. =가장 큰 변화는 매년 SICAF와 맞물려 오히려 행사에 서로 마이너스가 됐던 ‘서울캐릭터. 라이선싱 페어’를 하나의 행사로 끌어안았다는 점이다. 지난해부터 시도한 수확이다. 올해의 제휴가 둘 모두에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안겨줄 것이다. 또 하나, 접근성도 높였다. 영화제의 경우, 코엑스라는 행사 중심의 장소를 떠나 건대롯데시네마에서 개최한다. 코엑스와 건대롯데시네마가 지하철 2호선이라는 같은 동선이라 지리적으로도 무리가 없다. 셔틀버스도 준비했다.

-영화제 프로그램 중 주목할 만한 변화는 무엇인가. =400편이 넘는 작품이 상영되는데 역시 다양성을 중점으로 두고 있다. 특히 올해는 만화 100주년인 해라 그걸 축하하는 애니메이션들도 많다. 또 이전까지 유럽, 아메리카의 작품들을 수급해왔다면 거기서 벗어나 올해는 잘 보지 못했던 아시아 애니메이션을 모으려고 노력했다. 한번 SICAF에 참여한 감독들의 참여도가 높아 작품 수급은 오히려 까다롭지 않은 편이다.

-SICAF 조직 자체에 변화는 없었나. =예산은 그대로, 후원과 협찬은 줄고 물가는 높아졌다. 힘들어하는 대신 과감히 구조조정을 감행했다. 프로그래머를 외주 형식으로 계약한 것도 그래서다.

-최근 들어 만화, 애니메이션 관련 페스티벌은 오히려 축소, 폐지되는 실정이다. 그런 점에서 SICAF가 단순히 행사의 성공뿐만 아니라 산업, 콘텐츠의 활성화에서도 책임이 크다. =만화, 애니메이션을 많이 사랑해야 한다는 관심 하나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좋은 만화,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다는 대중적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노력이 SICAF가 할 사명 중 하나다. 영화제의 예를 들자면, 단순히 상영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SICAF에서 배출한 인재를 키우는 프로그램을 늘릴 예정이다. 올해는 전주영화제의 3인3색과 비슷하게 지난해 수상작 감독에게 제작비를 지원해 <서울>을 주제로 한 3분짜리 단편을 구성했다. SICAF의 도약을 위해 이런 작은 밑거름들이 큰 역할을 해주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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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안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