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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이슈] 방송 비즈니스
김소희(시민) 2009-07-27

대단위 아파트 단지마다 인터넷 기반 텔레비전(IPTV) 무료사용 혜택이 즐비하다. 공정 거래 여부를 따질 필요도 없다. 거래시장도 만들어지기 전에 물량부터 퍼붓는 형국이니까. 신문 무가지 경품 제공 차원을 뛰어넘는다. 신문은 재미없지만 이 텔레비전은 재미있거든. 게다가 편리함이 중독된다. <결혼 못하는 남자>를 볼까, <선덕여왕>을 볼까 본방 사수를 고민할 필요없다. 편한 시간에 모니터가 아니라 브라운관을 통해 앞으로 뒤로 멈춰가며 볼 수 있다. 흥행영화도 며칠만 지나면 입장료의 절반도 안되는 돈으로 온 가족이 떠들면서 볼 수 있다. 지금은 콘텐츠를 지상파 등에서 제공받지만 조만간 자체 제작의 길까지 열리면 굿바이~ 마봉춘 굿바이~ 김봉수씨. 온 국민이 예능인으로 거듭나는 일만 남았다. 아참, 무료사용 기간 공짜로 퍼먹은 것까지 지갑 열어 몇배로 뱉어낼 일도 남았구나.

이번에 ‘조중동 방송법’과 함께 날치기 처리된 ‘IPTV법’은 방송 장악의 다음 시나리오를 보여준다. 대기업이나 신문, 뉴스통신사가 이 인터넷 기반 텔레비전의 콘텐츠 사업을 쥐락펴락할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그동안 이들은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 콘텐츠 사업을 겸영하거나 소유할 수 없었다. 외국자본에도 빗장이 풀렸다. 한마디로 돈 많은 놈들 다 뛰어들어 새로운 시장을 만들라는 말씀이다. 어휴. 등골 빼가는 과정이 뭐 이렇게 선진 글로벌하다냐. 가장 큰 혜택은 사양길에 놓인 거대 신문사(신문사주)들에 돌아간다. 바뀐 미디어 환경에도, 여론·정보 독점의 지위를 대대손손 세습할 길이 열렸다. 왕비호 말투대로 너희들 이거 아니었으면 대체 어쩔 뻔했니.

직권상정을 한 국회의장조차도 이번 방송법 등이 민생과는 관련없다고 했다. 국민의 60% 이상이 반대하는데도 밀어붙이며 내건 명분은 지상파 방송사들의 여론 독과점 체제를 허물겠다는 것이었다. 앞뒤가 안 맞는 말이지만 비즈니스의 세계는 그런 거다. 이 비즈니스를 위해 여러 종류의 멍멍이 역할을 해준 국회의원들이 딱해 보일 정도였다. 살짝 아쉬운 마음도 든다. 머지않아 국회의 개싸움조차 욕할 일이 없어질지 모르니. 휙 채널 돌리면 그만. 아, 그럴 필요도 없겠구나. 시청률 안 나오면 뉴스도 없어질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