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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관객을 만나다-뉴욕] 달콤한 사랑은 불편하다

지나간 사랑을 기억할 때, 시간의 흐름대로 순차적으로 기억하는 이들은 아마 드물 것이다. 기억에 남도록 행복했던 순간이나, 가슴 아팠던 순간들이 두서없이 얼기설기 엮여 생각난다. 선댄스영화제에서 화제를 모았던 마크 웹 감독의 인디 로맨스 <500일의 서머>(500 Days of Summer)가 바로 그런 영화다. 톰(조셉 고든 레빗)와 서머(주이 디샤넬)의 500일간의 로맨스는 처음부터 관객에게 강조한다. 지금 보게 될 것이 보통의 할리우드영화처럼 해피엔드로 끝나진 않으리라고. 이 젊은 사랑 이야기를 보고 극장을 나서는 관객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름과 하는 일을 말해줄 수 있나. =클라우디아 카이저. 스위스에서 뉴욕으로 3개월간 단기 어학연수왔다.

-1년이 아니라 왜 3개월인가. 그리고 영어도 잘하는데 연수는 필요 없겠다. =돈과 비자문제로 오래 머물 사정은 못 되고, 말하자면 일종의 휴가처럼 다니러 왔다. 원래는 아동교육을 공부했고 음악과 무용 관련 교육기관에서 일을 해왔다.

-로맨스영화를 좋아하나. =할리우드식 해피엔딩은 별로다. 할리우드영화가 다 좋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너무 ‘달콤’하면 불편하다.

-일부에서는 이 영화가 488일의 에피소드를 보여줬다가 249일을 보여주는 것처럼 시간 점프를 자주해 헛갈린다는 의견도 있다.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순차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이야기를 들려줬기 때문에 더 특별한 것 같다. 다른 영화보다 좀더 집중을 해야 했지만. (웃음) 실제 한 커플의 이야기를 보는 듯했다. 그리고 영화에서는 자주 여자들이 뒤에 남겨지지 않나. 이 영화에서는 남자가 떠나간 여자를 잊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감정이 잘 표현돼 좋았다.

-가장 좋았던 장면이 있나. =톰이 서머의 집에 처음으로 초대됐을 때다. 톰은 그녀의 닫혔던 마음이 조금씩 열린다면서 이 초대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나. 완전 혼자 공상을 한 거다. 꼭 나와 내 남자친구의 이야기 같다. 우리 집에 남자친구를 처음 초대했을 때, 그는 나를 무척 사랑하게 됐다고 한다. 근데 솔직히 난 아니었거든. 계속 사귈지 아닐지 결정 못하던 상태다. (웃음)

-아직도 그 남자친구랑 사귀나. =그렇다. 이 영화와는 반대로 우리 이야기는 해피엔딩이지. 아직까지는 말이다. (웃음)

-그럼 남자친구와 함께 어학연수를 왔나. =아직 스위스에 있다. 그래서 이런 로맨스를 보면 남자친구가 생각나서 슬퍼진다.

-극중 톰은 운명론자고 서머는 운명을 믿지 않는다. 당신은 어떤가. =난 공상을 많이 하는 타입은 아니다. 현실주의에 가깝다고 해야겠지. 다만 어떤 것은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극중에서처럼 자신의 인생에서 중요한 사람을 우연히 만난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운명을 믿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구제 못할 정도로 로맨틱한 몽상가는 아니다. 그 선상에 서 있다고나 할까. 가끔 그 선을 넘기는 해도.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