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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기자클럽] 멜버른영화제와 ‘진짜 중국’

<먀오 먀오>

멜버른국제영화제에서 정치와 예술이 맞부딪혔다. 영화제는 호주 감독 제프 대니얼스의 위구르 인권운동가 레비야 카디르에 관한 다큐멘터리 <사랑의 열 가지 조건>을 상영했다. 레비야는 지난 7월 중국 신장에서 197명이 죽고 1721명이 다친 인종 폭동의 배후 조종자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 결과 많은 중국어권 영화들이 영화제 불참을 선언했다. 그 결정을 내린 것은 영화감독과 제작자들이며, 중국 정부의 압력 때문에 그 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자신의 영화가 초대되지 않았는데도 펑샤오강 감독은 “영화제쪽이 레비야 카디르를 초대해서 영화제를 정치 쇼로 변질시키려 한다”고 비난했다.

지아장커의 제작사 엑스트림은 에밀리 탕의 <퍼펙트 라이프>와 지아장커의 단편 <크라이 미 어 리버>(Cry Me a River)를 영화제에서 철회했다. 그는 언론에 “레비야와 함께 완전히 정치화한 영화제에 참가하는 것은 우리의 감정과 행동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한계를 넘는 것이다. 이것은 부적절하며 그런 만큼 엑스트림은 우리의 입장을 명확히 하기 위해 모든 영화를 철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영화제 위원장 리처드 무어는 지역 언론에다 내년에는 비밀 섹션에 논쟁적인 영화들을 상영할 것이며 “미리 정보를 발표하지 않으면 중국 정부도 모르게 영화들을 상영할 수 있다. 관객은 벌써 그 섹션에 중국 독립영화가 있다는 사실을 짐작하고 영화를 보러 올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올해 영화제에서 영화를 철회한 것은 바로 중국 독립영화 제작자들이라는 사실을 그는 간과했다.

철회를 선언한 것은 중국 본토 영화만이 아니다. 홍콩 스릴러영화 <푸른 이끼>와 대만 청춘영화 <먀오 먀오> 역시 철회를 선언했다. <먀오 먀오>는 대만 감독 쳉샤오체가 감독, 대만 배우들이 출연했으며,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상영됐다. 영화 철회를 결정한 것은 영화의 홍콩 제작자인 왕가위의 제톤픽처스로, 그들은 네덜란드 세일즈 회사를 통해 철회 절차를 밟았다.

<먀오 먀오>에 대한 논쟁은 홍콩 회사가 제작한 영화를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했다는 사실로 옮겨갔다. 대만의 국회의원 린수펀은 “대만영화가 지금처럼 위축된 상황에서 많은 재능있는 감독들이 제한된 예술 지원금을 놓고 경쟁해야 하는 이때, 사이비 대만영화에 국민의 돈을 낭비할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먀오 먀오>는 경쟁이 치열한 대만 정부의 제작지원금 제도를 통해 12만달러를 지원받았다. 린수펀이 <먀오 먀오>를 “사이비 대만영화”라 한 것은 진실 이상의 무게를 안고 있다. 이 영화는 대만의 게이 청춘영화를 베낀 것으로 영화 자체의 섹슈얼리티도 혼동했다. 워너브러더스 지사에 의해 널리 배급되었음에도 영화는 대만에서 완전히 실패했다. 곽자건의 <푸른 이끼>와 에밀리 탕의 <퍼펙트 라이프>는 각 장르영화의 변종일 뿐이다.

멜버른국제영화제는 세계의 다른 영화제들처럼 “진짜 중국”이라는 단순하고 편파적인 시각으로 중국영화를 예술보다 정치적으로만 접근하는 것이 문제다. 영화제가 중국 사람들의 꿈과 욕망, 이야기에는 아무 관심이 없으면서 단순히 중국에 대한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데만 관심이 있을 때, 영화제가 표방하는 인권에 대한 우려는 단순히 추상적 관념 이상의 그 무엇도 아닐 것이다.

번역=이서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