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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단편] 사랑과 우정 사이 벌렁벌렁
이주현 2009-08-12

<Offside> 감독 배현진

다다익선이 최고의 선이라 믿는 이들에게 연애는 결코 쉽지 않다. 한 사람만 바라보는 연애 말이다. 꼭 문어발식 확장 연애를 지향하지 않는다 해도 많은 이들이 유혹 앞에 속수무책이다. 축구의 오프사이드 반칙 같은 것 한번 저질러본 적 없는, 그러니까 넘으면 안되는 선 따위 넘어본 적 없는 이들은 사실 그리 많지 않다. 영화 <Offside>의 남자와 여자는 어떨까? 둘은 “가슴은 집에 놓고 왔냐”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주고받을 수 있는 친구 사이다. 서로에게 호감은 있었지만 현재는 각자 애인이 따로 있는 몸들. 술이 들어가고 가벼운 스킨십이 오가고 심장은 벌렁거린다. 영화는 그들의 말과 행동을 담을 뿐 이들에게 어떤 도의적 책임을 묻지 않는다. 그건 이 영화의 목적이 아니다.

KT&G 상상마당 3, 4월 이달의 단편 우수작 <Offside>의 배현진 감독은 그저 “20대에 할 수 있는 얘기를 해보고 싶었다”고 한다. 젊은 남녀가 술집에서 노닥거리는 모습, 그들이 안주거리처럼 늘어놓는 얘기들은 한편 익숙하지만 또 귀를 잡아당긴다. 그것이 외로운 청춘의 현재이고 일상이며 속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를 보노라면 마치 술집에서 옆 테이블에 앉은 이들의 대화를 엿듣(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영화는 2007년에 촬영했고 2008년에 완성됐다. 1년 반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배현진 감독은 영화를 다시 보니 “창피하다”며 자신의 작품을 냉정하게 평가하기도 했다. “대화장면을 찍을 때 컷을 많이 나눴다. 그때는 템포도 빠르게 가고 치고 박고 찍어야지 했는데 지금은 왜 그랬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다시 보니 과잉이 느껴지더라.” 당시 영화를 찍으면서 가장 고민한 것도 그런 부분이었다. “바(bar)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남자와 여자 둘이 앉아서 대화하는 게 전부인 영화다. 지그시 관조적으로 갈 수도 있었겠지만 감각적인 영상이 더해져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뻔한 대화장면을 뻔하지 않게 찍고 싶었던 감독의 의욕을 나무랄 수는 없다. “컨셉이 나빴던 것은 아니”었고 다만 욕심이 앞선 면이 있었다. 또 대화장면만큼은 어떻게 찍어야 하는지 제대로 공부한 셈이 됐다.

배현진 감독.

재밌는 건 <Offside> 이후 대학 졸업 작품으로 찍은 <닭둘기 사냥꾼>에는 대화는커녕 한마디 대사조차 없다는 점이다. <닭둘기 사냥꾼>은 올해 미쟝센단편영화제 4만번의 구타 섹션에서 상영되기도 했다. 영화는 환경미화원이 비비탄 총으로 닭둘기를 사냥한다는 설정을 했으며, 점점 비대해지고 혐오스러워지는 비둘기=닭둘기와 탐욕스러운 현대인의 모습을 매치해 보여준다. 내용도 형식도 <Offside>와는 많이 다르다.

다소 “몸 풀기” 느낌이 강했던 <Offside>를 넘어 자신감을 심어준 <닭둘기 사냥꾼>을 지나 배현진 감독의 다음 목적지는 무협단편이 될 것 같다. 4만번의 구타 섹션에 출품된 작품들을 보면서 제대로 된 합을 보여주는 무협액션영화가 의외로 드물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이번에도 전작과의 간극이 클 것 같다. 그러나 미술과 촬영 등 미장센에 대한 그의 욕심과 “배신, 배반 모티브”라는 통일된 맥은 그대로일 것이므로 장르는 그저 장치일 뿐일지도 모른다. 또는 도전해보고 싶은 무엇이거나. “내가 찍고 싶고, 내가 보고 싶고, 내가 재밌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배현진 감독. “사람들이 영화를 보는 시간이 아까우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그이니만큼 그의 무협단편에 대한 기대가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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