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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 팝의 미래를 제시하다

≪Off The Wall≫/마이클 잭슨/ 소니뮤직 발매

아이돌 지수 ★ 시너지 효과 ★★★★

물론 마이클 잭슨 얘기는 너무 많이 나왔다. 그는 불행한 말년을 보냈고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그를 추모하는 글은 넘쳐난다. 스페셜 에디션도 마찬가지다. 이때 당신은 조심스럽게 투덜거릴지도 모른다. 당연하다. 누군가의 죽음이 산업적으로 작동하는 게 썩 좋은 경험은 아니니까. 분명히 할 게 있다. 마이클 잭슨이 세상을 떠난 뒤 전세계적으로 그의 앨범 판매량은 100배 이상 늘었다. 10배도 아니고 100배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그를 동정하기로 일제히 결심한 걸까. 아니다. 소비자는, 그러니까 우리는 영악하다. 동정심만으로 지갑을 열진 않는다. 한번 더 명확히 하자. 이 글은 마이클 잭슨을 위한 게 아니다.

≪Off The Wall≫은 마이클 잭슨의 다섯 번째 스튜디오 앨범이다. 1979년에 나왔다. 그의 나이 스물한살이었다. 연미복을 입은 그가 벽에 기대서 웃는 상반신 사진의 ≪Off The Wall≫은 당대 최고의 프로듀서 퀸시 존스와 마이클 잭슨의 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앨범이자, <Ben> 같은 아동용 팝을 부르던 꼬맹이와 영원히 결별한 앨범이다. 이 앨범은 이미 증명된 앨범이다. 온갖 언론과 평자들이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펑크를 넘어 댄스곡의 미래를 제시했고, 솔을 넘어 영혼을 흔드는 음악의 미래를 보여줬다’는 평부터 ‘스타일과 기교에서 당대 최고의 능력자’란 평까지 그렇다. 이 앨범에서 그는 ‘후커’(hooker)로서 첫걸음을 뗀다. 그래서 아무리 ≪Bad≫나 ≪Thriller≫, 혹은 ≪Dangerous≫를 마이클 잭슨 최고작으로 꼽아도 이 앨범을 지나갈 순 없다. <Rock With You> <Off The Wall> <She’s Out Of My Life>는 이른바 마이클 잭슨 팝의 원형이 되어버렸고 폴 매카트니가 쓴 <Girlfriend>는 비틀스의 멜로디 메이커와 모타운 최고의 프로듀서와 당대 최고의 보컬리스트가 어떻게 만나는지 증명한다. 디스코를 기반으로 훵크의 그루브가 요동치는 <Get On The Floor>, 로킹한 비트로 짠 댄스곡 <Workin’ Day And Night>도 마찬가지다.

스페셜 에디션의 표지는 마이클 잭슨의 하반신 사진이다. 오리지널과 스페셜 에디션을 위아래로 나란히 세워두면 그럴듯해 보이겠단 생각이 든다. 물론 상술이다. 그래도 전혀 아깝지 않다. 이 앨범이 거둔 가치에 대한 존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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