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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 영화제의 배우들] 한국영화사의 ‘제임스 딘’
문석 2009-08-25

‘씨네 레트로1’ 섹션의 신성일

“가장 잘생긴 사람?” “신성일!” 30년 전만 해도 이런 기가 막힌 문답이 당연하게 여겨질 정도로 신성일은 잘생긴 남성의 대명사였다. 물론 그가 잘생긴 얼굴 하나로 500여편의 영화에서 주연을 맡은 것은 아니었다. 순식간에 스타로 떠올랐지만, 그는 자만하지 않고 다종다양한 영화에 출연하면서 연기의 폭을 넓혀나갔고 그것이 원숙해질 때까지 갈고닦아왔다. 최근 들어서는 그가 영화배우보다 국회의원 또는 비리 정치인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어 아쉽지만, 충무로영화제 ‘씨네 레트로1’에서 선보일 10편의 영화는 젊은 관객에게 ‘신성일의 시대’를 이해시켜줄 자료가 될 것이다.

<맨발의 청춘>

<겨울여자>

신성일을 소개하는데서 김기덕 감독의 <맨발의 청춘>(1964)은 빼놓을 수 없는 영화다. 그는 이 영화를 통해 일약 청춘의 우상이요 모든 여성의 연인으로 떠올랐다. <맨발의 청춘>은 최무룡, 김진규 같은 선배 배우들과 다른 신성일만의 매력을 처음 선보인 영화이기도 하다. 이 허무주의 가득한 영화에서 그는 제임스 딘과 유사한 반항성을 한껏 드러내면서 질식할 것 같은 1960년대 초반 한국사회의 아이콘으로 떠올랐을 뿐 아니라 잘 다듬어진 육체를 보여주면서 한국영화사 최초의 ‘섹시 남자 배우’로 등극했다. 당시의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에서 그 누구도 노골적으로 발설할 수 없었지만 청바지 차림의 하체나 잘 단련된 상체 근육은 성적 매력을 물씬 풍겼다. <맨발의 청춘>은 아내 엄앵란과의 사랑을 촉발시킨 계기이기도 했다. 당대 최고 남녀 스타 커플은 같은 해 멜로영화 <떠날 때는 말없이>(1964)에 출연하기도 했다. 정창화 감독의 <위험한 청춘>(1966) 또한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청춘의 상징이었던 신성일의 스타성을 활용한 청춘 액션영화다.

그는 1년에 60편을 찍을 정도로 멜로영화나 청춘영화에 불려다니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실험성으로 무장한 모던한 영화에도 출연하기를 꺼리지 않았다. 신분 상승을 꿈꾸는 비루한 남녀의 이야기인 정진우 감독의 <초우>(1966), 김승옥의 <무진기행>을 그야말로 모던한 내러티브로 해석한 김수용 감독의 <안개>(1967), ‘1960년대 한국 누벨바그의 기수’ 이성구 감독의 패기 넘치는 영화 <장군의 수염>(1968) 등은 신성일의 거침없는 행보를 드러내는 대표작들이다.

이번 선정작 중 70년대에 만들어진 영화 3편은 공교롭게도 모두 멜로영화다. 앙드레 지드의 <전원교향곡>에 영향을 받은 이만희 감독의 <태양 닮은 소녀>(1974), 한국 ‘호스티스 영화’의 원조 <별들의 고향>(1974), 그리고 70년대 멜로영화의 정점 <겨울여자>(1977)에서 그는 젊고 아름다운 여성과 사랑에 빠지는 나이 많은 남성을 연기한다. 30대 후반 또는 40대 초반에 출연한 이들 영화에서 그는 여전히 잘 관리된 육체를 거리낌없이 드러내며 베드신을 소화했다.

장길수 감독의 멜로물 <레테의 연가>(1987)는 신성일 개인에게 색다른 의미를 가진 영화다. 사투리에 반감이 강했던 60, 70년대에는 대구 사투리가 진하게 묻어 있는 그 대신 성우가 그의 목소리를 담당했지만, 80년대 접어들면서 그는 자신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었다. <레테의 연가>는 <길소뜸> <달빛 사냥꾼> 등과 함께 신성일의 육성을 들을 수 있는 몇 안되는 영화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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