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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진의 영화 판.판.판] <해운대>의 ‘천만’ 다행
강병진 2009-08-24

<씨네21> 718호가 가판에 나올 때쯤이면, <해운대>의 관객 1000만 달성 소식이 온라인 뉴스창을 채울 듯 보인다. <괴물> 이후 3년 만,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 <왕의 남자>를 포함해 5번째 1000만 기록이다. 새삼 ‘10000000’이란 숫자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다. 진정한 대박을 상징하는 꿈의 숫자고 명예의 전당에 오르기 위한 필수적인 숫자이며, 심지어 관객도 은근히 기다리는 숫자였다. 다른 한편으로는 견제해야 할 숫자이기도 했다. 1000만은 한국인의 이상한 민족성이 가져온 기현상으로 불렸고 스크린 독과점 논란을 일으켰으며 거품 증가의 주범이란 지적과 함께 엮이곤 했다.

그런데 <해운대>의 1000만은 다른 의미로 읽힌다. 논란은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 응원은 많다. <해운대>의 관계자뿐만 아니라 영화계 전체가 1000만을 바라는 듯 보인다. <해운대>의 1000만에서 긍정적 신호를 봤거나, 혹은 긍정적인 신호만을 보고 싶어 하는 것 같다. 단편적으로는 <해운대>의 1000만이 하반기 극장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CJ CGV의 이상규 홍보팀장은 “1000만은 관객이 다른 영화들에도 관심을 가지게 만드는 숫자”라고 말했다. “1000만은 평소에 영화를 거의 보지 않은 관객이 참여해 만든 숫자다. 영화가 볼 만하다고 판단되면 또 다른 영화를 찾을 수 있다. 2006년에 <괴물>이 1000만을 찍은 뒤, 추석 시즌에 <타짜>가 흥행했던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분석할 수 있다.”

무엇보다 <해운대>의 1000만은 한국영화산업이 2006년에 정점을 친 뒤, 하향곡선을 그리던 상황에서 터진 숫자이기 때문에 환영받는 듯 보인다. 이준동 한국영화제작가협회 부회장은 “<해운대>의 1000만은 관객이 아직 한국영화를 버리지 않았다는 상징적인 지표”라고 말한다. “사실 과거에는 약보다는 독이라고 봤던 숫자였다. 그래서 1000만 영화 한편보다는 200, 300만 영화 열편이 나오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처럼 산업이 위축된 상황에서는 위안이 되는 숫자다.” 그런가 하면 극장요금 8천원 시대의 1000만이라는 점을 의미있게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서영관 아시아문화기술투자 이사는 “요금인상에도 1000만이 나왔다는 건 투심을 호전시킬 수 있는 중요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물론 당장에 1000만 효과가 수면 위로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다. 투자 관계자들은 올해 연말과 내년 초를 보고 있다. 다만, 투자자들이 좀더 적극적으로 투자작을 찾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 시점에서 더욱 주시되는 건 CJ엔터테인먼트의 행보다. <박쥐>나 <마더> 등의 올해 CJ엔터테인먼트 기대작은 기대만큼의 결과를 내지는 못했다. <해운대>로 첫 1000만 기록을 달성한 CJ엔터테인먼트로서도 재투자의 여력이 생기지 않았겠냐는 예상이다. 한 제작자는 “CJ엔터테인먼트가 독주를 한다고 해도 독주이기 때문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CJ엔터테인먼트의 투자 여력은 어쩔 수 없이 한국영화 전체의 제작여건이 개선될 여지로 볼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과연 <해운대>의 1000만은 한국영화산업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1000만이라는 숫자가 1000만보다 더 큰 숫자를 기대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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