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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요리] 도미도 쉬어야 맛있는게야
박찬일 2009-09-17

<쓰쿠지 어시장 3대손>은 한국으로 치면 노량진이나 가락동 어시장이라고 할 쓰키지 어시장을 무대로 벌어지는 삶과 사랑 이야기다. 도쿄에 있는 쓰키지 어시장은 워낙 크고 유명해서 새벽부터 관광객이 줄을 서는 특이한 곳이다. 한국인의 도쿄 필수 관광 코스가 되어 더 화제를 몰고 왔던 영화다. 정확한 발음은 ‘쓰키지’가 맞는데, 영화 제목은 ‘쓰쿠지’로 되어 있다.

일본 소학관에서 만화로 발매되어 빅히트를 쳤고, 한국에서도 인기를 끌었다(한국 발매 제목은 <어시장 삼대째>). 그러나 한국에서 영화로는 주목을 받지 못했다. 밋밋한 인물 묘사와 사건 전개가 흥미를 모으지 못했기 때문인 듯하다. 실제, 다음 장면의 전개가 어느 정도 예상될 만큼 진부한 ‘만화적’ 화법이 고루하다. 그러나 진지한 인생의 순간을 포착하는 감독의 시선은 푸근하고 따뜻해서 볼 만하다.

도쿄의 유명 종합상사에 근무하는 아카기는 엘리트 사원. 사내에서 평판이 좋지만 회사 일이 썩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다. 특히 업무 이외의 상사 접대에 늘 피곤하다. 애인과 식사 중에 갑자기 상사의 심부름을 해야 하거나, 룸살롱에서 지친 샐러리맨의 일상을 보낸다. 한국의 샐러리맨을 다룬 영화로 봐도 좋을 만큼 흡사한 묘사가 깜짝 놀라게 만든다.

그는 어시장에서 유명한 도매상을 운영하는 집안의 딸과 연애를 하고, 우여곡절 끝에 샐러리맨 생활을 정리한다. 악전고투의 적응 기간을 거쳐 어시장의 일원이 된다. 아카기는 알고 보면 놀라운 미각의 소유자. 참가자미와 다른 가자미의 회맛을 감별해내는 장면은 꽤 실감나서, 은근히 동해안 가자미회를 생각나게 한다.

아카기가 초밥 장인에게서 한 대목을 가르침받는 장면도 작은 감동을 준다. 도미로 만든 초밥을 받아든 아카기에게 장인은 말한다. 바다에서 어부와의 사투 끝에 잡혀 올라온 도미는 기진맥진해서 맛이 없으므로 활어수조에서 충분히 쉬어야 제맛이 난다고. 때로는 사람도 쉬면서 자신을 돌아보아야 한다는 경구로 대치된다.

영화 도입부의 생선 경매장면과 참치를 해부하는 화려한 카메라가 볼 만하고, 연출되지 않은 실사장면인 역동적인 시장 상인들의 모습도 구경거리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자못 교훈적이어서 좀 고루하긴 한데, 그래도 고개를 끄덕이며 들을 대목이다. 아카기에게 한 시장 상인이 말한다. “우리가 왜 밥 먹을 때 ‘감사히 먹겠습니다’ 하고 말하는 줄 알아? 그건 다른 생명을 먹기 때문이야.”

어지간히 유명했던 소설을 영화화한 <어쩐지, 크리스털>의 마쓰하라 신고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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