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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칼럼] 꿈과 현실 사이
장미 2009-10-02

이상한 꿈을 자주 꾼다. 깨고 나서 이게 뭐야 싶을 만큼 엉망진창 뒤죽박죽 개꿈들. 그래도 재미있는 건 대개 아는 사람들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입사 초기. 그날의 주인공은 당시엔 번뜩이는 안경조차 무서웠던 N 선배였다. 꿈속에서 그는 교사였다. 회초리, 출석부 등을 끼고 들어와서 교탁에 탁, 얹은 다음 약간 언짢은 얼굴로 수업을 진행했던 듯싶다. 그러다 긴장한 학생들을 노려보면서 질문을 던지는 순간, 나는 체통을 잃고 재빨리 손을 들면서 “저요! 저요!” 하고 말았다. 실수 연발 문제아 처지를 어떻게든 만회하고 싶었을까, 라는 생각은 몇달이 지난 다음 벼락같이 찾아들었다.

평소 몇 마디 이상을 나눈 적이 없는 L 선배는 집들이에 반드시 와야 한다는 전언으로 산을 넘고 물을 건너는 모험을 감행하게 만들었고, P 선배는 퇴사 뒤에야 뜬금없이 아파트의 방 하나를 오갈 데 없는 나를 위해 비워주는 친절한 임대인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근래 가장 기억에 남는 꿈은 이런 것이다. 햇볕이 잘 드는 구식 병원에 앉아 있는데, 문득 입속이 이상했다. 손가락을 넣어 잡아당기니 뭔가 쑥 빠졌다. 이 위에 덧씌운 아말감이었는데, 예쁘게 깎은 작은 블록처럼 보였다. 이가 또 흔들렸다. 블록이 또 나왔다. 대여섯개 정도 빼냈으려나. 그러고 나니 불안했다. 이걸 도로 끼워넣어야 하는데. 접수처에 근처 치과가 있는지 물었지만 금요일 저녁이라 진료하는 데가 없으리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꿈에서 깼다. 꿈에서 이가 빠지면 나쁜 일이 일어난다더라는 말이 떠올라 괜히 울적했다. 그나마 생니는 아니라는 점에 은근히 안도했지만.

집에 좋지 않은 일이 있었다는 걸 눈치챈 게 그 주였다. “네 꿈이 그 사건을 의미했던 건 아닐까.” 남편이 지나가는 말로 던졌다. 물론 내게 예지력 따위 있을 리 없다. 다만 우리는 자기 삶에서 중요한 사람들에게 알게 모르게 신경을 곤두세우는 게 아닐지. 그래서 어머니, 아버지들이 정히 빌면 자식들이 어느 결에 소망을 이루고, 때론 심란한 마음으로 악몽에 빠져드는 게 아닐까, 라는 보편타당한 결론에 도달했달까. 그러니 꿈이란 걸 너무 진지하게, 혹은 가볍게 받아들일 필요도 없을 것이다. 프로이트까지 인용하지 않더라도 그 속에서 나름의 진실을 찾아내면 될 테니. 그나저나 내 꿈에 깜짝출연할 다음 타자가 누굴지 상당히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