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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기자클럽] 그래도 멋진 한해였어

2009년에 쓰는 마지막 칼럼이다. 좀 단순한 생각인지 모르겠으나, 올해 영화계는 이전에는 없던 커다란 변화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2009년은 <뉴욕타임스>에 영화 리뷰가 최초로 실린 해로부터 100년째 되는 해다. <뉴욕타임스>는 그대로 남아 있지만 신문산업은 광기의 시기에 들어선 듯하다. 예산 삭감, 뉴스 질 저하, 독자 수 감소, 다시 예산 삭감의 하강 고리를 거치며 점점 몰락해가는 길을 피할 수 없는 듯하다. 수익을 내는 신문조차 기형적인 패턴을 추구한다.

마찬가지로 영화산업 상업지들도 자멸해가는 듯하다. 아시아 지부를 닫은 결과 2009년 <버라이어티>의 아시아 관련 소식 보도는 60% 감소했다. <스크린 인터내셔널>과 <할리우드 리포터>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세 지면의 뉴스의 질도 원고료와 예산이 삭감되면서 급격히 저하됐다. 내년 신문사들은 온라인 독자들이 유료로 기사를 보도록 좀더 공격적인 방식을 취할 것이다. 심지어 구글 서치 엔진에서 기사 내용을 제외하겠다고도 한다. 그러나 누가 이전에 비해 훨씬 함량이 떨어지는 기사를 읽기 위해 돈을 내려 하겠는가(나는 아마도 글을 쓰면 당연히 원고료를 받아야 한다고 믿어 마지않는 마지막 세대의 저자군에 속할 것이다. 나는 블로그도 쓰지 않고, 트위터도 하지 않으며 페이스북에 내 인생을 방송하지도 않는다).

세계적으로 영화제들 역시 정체 상태다. 유일하게 아시아권에서 꼭 가야 하는 영화제는 중국과 한국의 영화제다. 일본과 홍콩에는 좋은 영화마켓이 있지만 이 마켓들은 더이상 발전하지 못하고 정체된 영화제들과 묶여 있다. 아시아의 영화제들은 대부분의 외국 게스트들이 가장 관심있어 하는, 지난 한해 만들어진 자국영화를 고르게 보여주는 역할조차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다.

왜 굳이 방콕까지 가야 하겠는가? 한달 뒤면 같은 영화를 부산에서 볼 수 있고 다시 한달 뒤면 도쿄에서, 한달 더 지나면 자카르타에서 볼 수 있는데. 영화제 참가자들이 아시아 영화제들에 가는 이유는 영화제가 제공해주는 호텔에 머물면서 영화사 관계자들을 만나고 그 기간 동안 그 나라 DVD들을 사서 다음주에 혼자 자기만의 영화제를 열기 위해서다. 내년에 부산영화제는 영화 구매자들에게 그들이 비행기를 타기도 전에 인터넷으로 영화들을 보여주려 계획하고 있다.

이 칼럼은 또한 제임스 카메론의 <아바타>가 극장에서 상영되기 전 마지막으로 쓰는 칼럼이다. 3D 하이 컨셉 액션영화의 출현은 1920년대와 30년대의 유성영화와 컬러영화의 도입만큼이나 영화사를 바꾸어놓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얼마나 성공적이든 간에 3D가 2D를 하룻밤 새에 대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컬러영화로의 전환도 적어도 몇 십년이 걸렸다는 게 상식이다.

그러나 아시아영화가 완벽한 오락영화로서 할리우드영화와 앞으로 과연 경쟁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문은 남는다. 지난 세기에 이루어진 사운드와 컬러로의 전환은, 지난 8월 15분 길이의 <아바타> 프리뷰가 보여준, 사람을 빨아들이는 3D의 경험만큼 돈이 많이 드는 것은 아니었다. 이 영화는 관객를 스크린 속으로 완전히 빨아들이는 첫 번째 3D 기술의 성과이며 그 효과에 대해서는 어떤 비관론자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영화제와 전통적 미디어들이 우리를 실망시켰다 해도, 2009년은 만들어진 영화들만 놓고 봤을 때는 빼어난 한해였다. 그것도 대부분 영광스러운 2D로 만들어진 영화들의 멋진 한해.

번역 이서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