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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 이것이 21세기 소년소녀!

<닉과 노라의 인피니트 플레이리스트>

2008년 감독 피터 솔레트 상영시간 89분 화면포맷 1.85:1 아나모픽 음성포맷 DD 5.1 영어 자막 한글, 영어 자막 출시사 (주)유이케이

화질 ★★★★ 음질 ★★★★ 부록 ★★★☆

당연히 21세기에도 주목할 만한 하이틴무비가 몇편 등장했다. <슈퍼배드>는 하이틴무비의 걸작으로 떠올랐고, <주노>는 평단과 흥행 양면에서 하이틴무비가 다다를 수 있는 정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그뿐이다. 평단을 포함한 대부분의 어른들은 하이틴무비가 나올 때마다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게 마련이다. 매번 유치한 아이들이 나와 바보 같은 짓거리를 벌이는 시시한 줄거리의 영화를 좋게 보아줄 마음이 그들에겐 없다. 그런 가운데 <뉴문>이 등장했다. 실로 엄청난 흥행성적과 반대로 평단은 하이틴무비의 변종인 <뉴문>을 공격하느라 바쁘다. 십대와 성인의 시공간이 분리된 현실을 감안하면 이해 못할 현상은 아니다. 하이틴무비에 대한 무관심과 공격은 ‘나는 너를 모르며, 알고 싶지도 않다’는 고백의 이면일지 모른다. 근래 등장한 하이틴무비 가운데 그나마 고른 지지를 얻은 작품은 <500일의 썸머>다. 깔끔한 만듦새의 결과였다. <슈퍼배드>를 연출한 그렉 모톨라의 신작 <어드벤처랜드>에 대한 반응은 그저 그랬다. 모톨라의 변화에 예민하게 반응한 사람은 별로 없었다. 나쁜 상황은 <닉과 노라의 인피니트 플레이리스트>(이하 <닉과 노라>)에 벌어졌다. 레이첼 콘과 데이비드 리바이선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했으며, <슈퍼배드>와 <주노>에 나와 십대의 아이콘으로 등극한 마이클 세라가 주연을 맡은 영화는 그럭저럭 돈벌이에 성공한 데 만족해야 했다. 비판하는 사람들의 말은 뻔했고, 그들의 눈엔 ‘현실성없는 인물과 어처구니없는 전개’만 들어올 따름이었다.

<닉과 노라>는 음악을 사랑하는 고등학생인 닉과 노라의 이야기다. 클럽에서 우연히 만난 두 사람은 뉴욕의 밤거리를 동행하면서 서로에게 가까운 존재가 된다. <닉과 노라>에 후한 별점을 안긴 거의 유일한 평론가는 리사 슈워츠봄이다. 그녀는 ‘현실의 아이들과 그들의 세계에 진정한 기반을 둔 인물을 보여줬다’고 쓴 데 이어, 다양한 계층, 취향, 성격의 젊은이들이 뒤섞여 밤새 즉흥연주를 펼치는 세계를 실감나게 묘사하고 의미를 부여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잠들지 않는다는 도시, 뉴욕의 밤거리를 걸어보지 못한 나로선 <닉과 노라>가 현실을 얼마나 제대로 반영했는지 알 수 없다. 분명한 건, 21세기의 소년소녀영화를 보기 위해선 다른 눈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닉과 노라>의 NG컷엔 그런 장면이 나온다. 두 배우가 연기하는 도중 불쑥 끼어든 행인이 “거지 같은 영화, 딴 데 가서 만들어”라고 말하며 지나간다. 물론 어떤 사람은 <닉과 노라>를 멍청한 영화로 생각할 거다. 그러나 그의 눈에 ‘멍청한 정신과 어리석은 행동’으로 보이는 것들이 요즘 아이들의 본질 중 하나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 어른들은 정체불명의, 그래서 무시무시한 십대의 세계를 열린 마음으로 대하고 이해하는 게 당면한 의무임을 깨달아야 한다. 먼저 진단할 건 우리의 머릿속이며, 한심함에 짜증이 밀려들고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비판은 그 다음 문제다. 닉과 노라처럼 한때 음악에 미쳐 밤을 샜던 당신이라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DVD의 화질과 음질은 무난한 수준이다. 두 가지의 음성해설- 감독과 배우들의 것, 감독과 작가들의 것 - 을 제공하는데, 한글자막이 지원된다면 더 좋았겠다. 9개의 삭제 및 다른 장면(10분), NG 모음(4분), 노라 역의 캣 데닝스가 직접 진행한 인형극(5분), 비디오 다이어리 형식의 촬영현장 기록(4분), 스토리보드 애니메이션(9분), 배우들의 가짜 인터뷰(3분), 뮤직비디오 등의 부록은 가볍게 즐길 만한 것들로 채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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