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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배우] 박쥐의 남자, 마더의 그녀
강병진 2009-12-31

올해의 남자배우/ 송강호

다시 송강호다. 지난 몇년간 올해의 남자배우에 연이어 올랐던 송강호였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하정우에게 자리를 넘겨줬다. 그리고 올해 다시 박찬욱 감독의 <박쥐>로 올해의 남자배우에 선정됐다. 양익준과 김명민 등이 함께 후보에 올랐지만, ‘뱀파이어가 된 신부’란 비범하고 녹록지 않은 캐릭터에 숨결을 불어넣은 성과가 인정받았을 것이다. <씨네21> 필진들 또한 <박쥐>의 상현을 놓고 송강호 외에 다른 배우를 떠올릴 수 없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상현과 같은 캐릭터를 형상화할 수 있는 몇 안되는 배우 중 하나. 그리고 그중 최적격자”(장병원), “성과 속, 타락과 구원, 유머와 비탄을 아우르는 미묘한 뱀파이어 캐릭터가 송강호이기에 가능했다”(김혜리)는 평은 그 때문이다. 그처럼 <박쥐>는 영화감독이 자신의 상상력을 구체화하려할 때, 지금 한국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배우가 누구인지를 재확인시킨 작품이었다.

현재 송강호는 차기작인 <의형제>의 후반작업을 마무리하고 있다. <씨네21>과의 전화통화에서 그는 “사실 <박쥐>가 개봉 당시 그다지 열광적인 환호를 받은 건 아니었는데, 연말에 큰 격려와 힘을 불어넣어줘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박쥐>와 <의형제>로 2009년을 보냈던 송강호는 내년 2월 <의형제>가 개봉한 뒤부터는 이현승 감독의 <밤안개>로 직행할 예정이다. “<의형제>는 상당히 대중친화적인 작품이다. <박쥐>에 1년 반 정도 몸과 마음을 바치다가 바로 옮겨갔더니 적응이 안되기도 했다. (웃음) <밤안개>는 누아르에 가까운 영화인데, 정통적인 느낌의 이야기가 가진 멋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송강호가 한해에 두편을 내놓을 계획이니, 2010년 결산은 어떤 결과가 나올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올해의 여자배우/ 김혜자

올해의 한국영화 1위가 <마더>라면 올해의 여자배우는 김혜자일 수밖에 없을 거다. “한편의 영화가 온전히 한 배우의 체취로 채워질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송경원)거나, “엄마를 연기한 배우가 아니라, <마더> 그 자체”, 또는 “김혜자가 아니고서는 상상할 수 없는 영화의 물성”(황진미)이란 평가처럼 김혜자는 <마더>의 시작과 끝이었으니 말이다. 봉준호 감독은 김혜자와의 만남을 위해 시나리오를 쓰면서도 그녀가 가진 일반적인 이미지를 변주했다. 그러니 <마더>의 엄마는 김혜자였기 때문에 가능한 캐릭터인 한편, 김혜자이기 때문에 놀라운 여자였을 것이다. 2009년은 국민엄마 김혜자가 한 아들의 엄마이자, 한명의 여자, 그리고 배우로서 품던 에너지를 한방에 드러낸 한해였다.

올해의 여자배우는 김혜자와 고현정이 각축을 벌였다. 그럼에도 김혜자가 뽑힌 배경은 “그 또래 여배우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강렬한 종류의 연기”(장병원)란 평가로 요약된다. “과잉을 내면의 요동으로 드러내는 경지”(김영진), “시시각각 달라지는 그녀의 표정과 눈빛과 음색은, 100년 전에도 관객이 배우에게 기대하던 것”(김용언)이란 말처럼 <씨네21> 필진들은 배우의 관록이 보여줄 수 있는 영화적인 마법을 높이 평가했다. “오래된 모성에 예리한 신검을 내리쳤다”는 김소영 평론가의 의견처럼 ‘국민엄마’란 자신의 대표적인 이미지를 스스로 깨버리면서 드러낸 새로움도 선정 이유다. 칠순을 바라보는 그녀는 기대주로 평가받는 다른 어떤 배우보다도 신작을 기다리게 만드는 배우다. 현재 김혜자는 손녀딸이 있는 영국에서 에너지를 충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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