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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영진위, 시네마테크 공모할 권리 있나?”
이영진 2010-02-10

시네마테크 전용관 운영자 ‘공모제’ 방침… 서울아트시네마 반발

독립영화 전용관 및 영상미디어센터 운영자 선정과 관련 영화진흥위원회(위원장 조희문)가 도마에 오른 가운데 시네마테크 전용관 지원사업이 어떻게 추진될지에 영화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참고로 영진위가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와 맺은 위탁협약 기간은 2월28일까지로 계약 종료 시점이 얼마 남지 않았다. 영진위는 “기존 지원사업을 공개공모 방식으로 전환한다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입장”에 따라 시네마테크 전용관 또한 독립영화 전용관, 영상미디어센터 등과 동일하게 운용자를 공모한다는 계획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영진위 실무 담당자는 “공모를 진행하겠지만 아직 결정된 건 없다. 조희문 위원장이 결정할 사항이며, 곧 발표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공모제 추진, 영화계 반발 눈치보기

영진위의 공모제 전환 계획에 대해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는 그동안 강하게 반발해왔다. 지금도 강경한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가 운영하는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의 김성욱 프로그래머는 “조희문 위원장 체제로 바뀐 뒤 공식적으로 영진위가 공모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적이 없다. 현재 우리 입장에선 영진위가 시네마테크 전용관 지원 사업을 공모제로 전환하겠다고 결정했다고 보기도 어렵다”면서 “공모제로 전환한다고 하면 영진위는 그 이전에 그 이유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여전히 우리는 영진위를 파트너로 생각하고 있으며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파트너십이 붕괴될 경우 책임은 영진위의 것”이라고 못박았다.

위탁협약 기간 종료가 한달이 채 안 남았으나 이와 관련한 발표가 나오지 않는 것을 보면, 영진위가 시네마테크 전용관 지원사업을 공모제로 전환하는 것에 적잖은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추측도 나온다. 실제로 영진위는 강한섭 전 위원장 시절인 2009년 2월에도 시네마테크 전용관 사업의 공모제 전환을 추진하려 했으나 영화계 안팎의 높은 반대여론으로 결국 공모 추진을 연기하겠다고 물러난 바 있다. 당시 박찬욱, 김지운, 고현정, 봉준호, 류승완 등 40여명의 영화인들은 “시네마테크 지원은 경쟁에 의한 사업이 아니며 더군다나 공모로 매번 사업자가 선정되어 진행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물론 영진위가 공모제 진행을 포기할 것 같진 않다. 다만 시네마테크 전용관 운용자를 공모한다는 발표가 나올 경우 독립영화전용관, 영상미디어센터의 경우보다 더한 반발을 불러올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일단 공모제 전환 이유가 분명치 않다. 영진위는 2월1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국정감사 시 지속적으로 지적되어 온 특정 단체에의 지정 위탁으로 인한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영상미디어센터 등에 대한 공모제를 실시했다고 했다. 하지만 최근 <프레시안>이 보도한 2009년 국회 문화관광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 결과 보고서에 대해선 말을 바꿨다. “현행 지정위탁방식으로 운영되는 시네마테크 지원사업을 공모제로 전환하는 것의 타당성 여부에 대해 좀더 신중하게 검토”하라는 시정 및 처리 요구 사항에 대해 조희문 위원장은 “그것은 단지 참고할 만한 사항”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행평가 85점, 지원 확대 제안

영진위의 공모제 전환을 영화계가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 까닭은 또 있다. 영진위는 지난해 4월29일 시네마테크지원사업 수행평가를 실시했다.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 수행평가 때와 마찬가지로 한 위원이 지나치게 낮은 점수를 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아트시네마는 평가위원들에게 85점을 받았다. 수행평가 내용 또한 “현재의 사업성과를 향상시키려면 국고지원금 증액과 사업체의 자립 노력이 병행되어야 하며 (중략) 다른 업체를 선정해도 현재의 지원금으로는 인력·예산 부족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면서 “위탁 업체와의 계약을 현재의 1년 단위가 아니라 3년 이상 장기적으로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2009년 5월26일 영진위가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와 뒤늦게 지원사업 업무 협약을 체결한 것은 수행평가를 받아들인 결과이기도 하다.

“영진위가 시네마테크를 공모할 권리가 있는가.” 지난해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에서 홍상수 감독이 한 말이다. 실상을 따지고 보면, 영진위는 2002년부터 2005년까지 연간 임대료에 해당하는 1억5천만원 정도를 지원해왔다. 2006년부터 영진위는 임대료에 약간의 사업비를 더한 금액을 서울아트시네마에 지원했지만, 늘어난 비용은 불과 2천여만원에 불과하다. 김성욱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는 “영진위는 지난 시기 시네마테크 전용관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 중 30% 정도를 부담했다”면서 “영진위가 시네마테크 전용관 지원사업을 폐기할 수는 있다. 하지만 영진위 시네마테크 전용관을 소유한 것도 아닌데 운용자를 공모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라고 반문했다.

영진위, 정부 방침 거역할 수 없다?

현재 영진위가 특정 세력의 이전투구 장이 됐다고 단정하긴 이를지 모른다. 하지만 철학의 부재로 인해 적절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주춤거리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심사과정 자체가 특혜시비로 얼룩지는 상황을 지켜볼 때 영진위가 과연 앞으로 10년 동안 한국영화 진흥의 청사진을 갖고 있는지 의문시된다. 조희문 영진위 위원장은 지난해 최정운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 대표와 가진 면담에서 “영진위는 정부 방침에 이견을 제시할 수 있는 위치가 못 된다”고 했다 한다. 그는 2월1일 기자회견에서도 “영진위는 행정기구”라고 말했다. 영진위의 설립 취지와 어긋나는 발언들을 조희문 영진위 위원장 스스로 한 셈이다. 이러한 주장들이 평소 조희문 영진위 위원장의 생각이었다면, 영진위에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아 보인다.

“3일 동안 1639만원 모았다” 시네마테크 살리기 모금하는 장지혜, 신선자, 최혁규씨

2월3일 찬바람 쌩쌩 부는 서울아트시네마 로비. 모금함 들고 시네마테크 살리기에 발벗고 나선 관객을 만났다. 장지혜(28), 신선자(39), 최혁규(25)씨는 “이제는 관객이 나서서 시네마테크의 역사를 써야 할 때”라면서 “매달 1만원 이상씩 5천명의 사람들이 후원하면 서울아트시네마를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모금은 언제부터 시작했나. =(장지혜)1월29일에 공지를 했고, 30일부터 부스를 시작했다. 월요일은 휴관이라 화·토·일요일 이렇게 3일 진행했는데 1639만원을 모금했다. (신선자)더 뛰어야 한다. 우리 목표가 월 5천만원 정도다. 극장 임대료와 활동하는 스탭들의 운영자금, 프로그램 비용 등을 감당하려면 그 정도는 모아야 한다. 1년에 5억원 이상이 필요하다.

-영진위의 시네마테크 지원사업 공모 계획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신선자)공모 시행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 지난해에 영진위가 공모제를 시행하겠다고 했을 때 반대서명을 벌였던 친구들도 모금운동에 결합하고 있다. 공모와 상관없이 우리가 인정하고 믿을 수 있는 시네마테크는 역사를 갖고 있는 서울아트시네마뿐이다.

-기억에 남는 후원회원이 있다면. =(장지혜)수줍음을 많이 타는 분이었는데 100만원짜리 수표 내고 영화 보러 쓱 들어가신 분도 있고. 첫날에는 시간이 없는데도 CMS 후원회원 신청하러온 열아홉살 고등학생도 있었다.

-할 일이 태산일 텐데. =(최혁규)온라인에서는 곧바로 후원이 불가능한데 그걸 빨리 해결해야 한다. (장지혜)영화인들에게 물품을 기증받아 바자회를 하는 것도 고민 중이다. (신선자)동영상을 만들어서 캠페인을 알려야 하고. 시네마테크 전용관 건립 추진위원회가 있는데 추진위 활동하는 감독님들도 후원을 약속하셨다. 찾아뵙고 돈 받아와야지. 그리고 조만간 영진위에 공모 철회를 요청하는 서명서를 전달할 예정이다.

-후원 방법을 좀 설명해달라. =(최혁규)일단 계좌부터 알려드리겠다. 우리은행 068-390044-13-004, 하나은행 271-810016-70004(예금주 사단법인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이다. 서울아트시네마 홈페이지에서 후원회원 가입신청서를 작성한 뒤 회비를 무통장 입금하고 전화(02-741-9782)로 확인하면 된다. 서울아트시네마 극장 회원 라운지에서 후원회원 신청서를 작성하고 회비를 내는 방법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