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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은원` 그 이름 아시나요
2001-12-12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시나리오 작가이자 두 번째 여성감독인 홍은원(1922~1999)의 영화인생을 기리고 그의 작품세계를 되돌아보는 책 <시대를 앞서간 여성 시네아티스트 홍은원>(홍은원 기념사업회 엮음)이 도서출판 소도에서 나왔다.

지금은 그의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이 별로 없지만 홍은원은 스크립터로 출발해 조감독, 시나리오 작가를 거쳐 세편의 영화를 연출한 감독으로 50, 60년대 영화현장을 누비며 명성을 날렸던 여성 영화인의 선구자다. 역사 속으로 잊혀져 가던 그의 선구자적 영화인생이 다시 살아나게 된 것은 지난해말 여성영화인모임이 주최한 `여성영화인축제'에서 홍은원의 외동딸 이희재 교수(숙명여대 도서관장)가 여성 영화인들을 만나면서다.

`홍은원의 작품세계를 조명하고 싶었지만, <여판사> <홀어머니> <오해가 남긴 것> 등 그의 연출작 세편이 모두 유실되었기 때문에 사실상 그에 대한 재평가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희재 교수가 시나리오와 사진 등 다른 자료들을 갖고 있어 이번에 잊혀진 한국영화사의 한 부분을 복원할 수 있게 됐습니다.`

홍은원기념사업회에 참여하고 있는 채윤희(여성영화인모임 대표)씨는 “책 출간을 출발로 `홍은원 영상자료관', 홍은원의 영화인생을 담은 다큐멘터리 제작 등을 통해 30년 가까이 영화현장을 지킨 최장수 여성 스태프로서 홍은원의 영화인생을 재조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부인 홍철주가 조선조말 형조판서, 구한말 한성부윤을 지낸 풍산 홍가 명문의 핏줄을 받은 홍은원 감독은 1922년 순천에서 태어났다. 경기고등여학교 시절부터 극장에 자주 가서 프랑스 영화를 즐겨 보곤 했던 그는 졸업후 일본출판사인 마루젠 서적부에 들어갔다. 그뒤 만주로 건너가 만주신경음악단 성악부에서 오페라 여주인공과 합창단의 솔로 싱어로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해방후 귀국한 그는 당시 가장 촉망받던 최인규 감독을 소개받고 47년 최인규가 감독한 <죄없는 죄인>의 스크립터로 영화계에 첫발을 내딛는다. 이후 100여편 이상의 작품에서 스크립터와 조감독을 맡았던 홍은원은 59년 <유정무정>(신경균 감독)으로 시나리오 작가로 데뷔하고 62년 자신이 시나리오를 쓴 화제작 <여판사>를 연출하게 된다.

홍은원은 가정생활과 사회생활을 양립하려는 지식인 여성의 고민을 그린 <여판사>, 자식들에 대한 인고와 희생을 감내하는 숭고한 어머니상을 그린 <홀어머니>(1964), 술집에서 일하면서 가족과 애인을 뒷바라지했던 여인이 그들에게 배신당하고 자살하는 내용의 <오해가 남긴 것>(1965) 등 여성의 삶과 고뇌를 진솔하게 그린 작품을 주로 만들었다. 그러나 지방배급업자들의 횡포에 시달리고 제작자본의 불안한 상황에 지치면서 감독생활을 접고 작고하기까지 시나리오 작업을 비롯한 글쓰는 작업에만 전념한다. 책 <시대를 앞서간…>은 `여류 영화감독의 비애' 등 홍은원의 유고와 대담, 그의 시나리오 3편, 그가 남긴 사진들을 중심으로 돌아본 홍은원의 삶과 영화현장 그리고 영화평론가 변재란씨와 시나리오 작가 신봉승씨의 홍은원에 대한 글 등 4부로 구성돼 있다.

한편, `홍은원 영상자료관'은 2003년 6월 숙명여대 도서관에 세워질 예정이다. 소극장과 한국영화 관련 아카이브, DVD 명화 콜렉션 등으로 꾸며질 계획인데 이에 앞서 지난 6일 사이버영상관(http://e-lumiere.sookmyung.ac.kr)이 먼저 문을 열었다. 이희재 교수는 `웹사이트를 통해 홍은원의 영화와 글, 세계 명화 콜렉션 등 다양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언제든지 여러 장르의 DVD 명화를 검색,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신복례 기자bora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