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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하라! 다시 보름달이 뜬다

런던 최고 중심가인 옥스퍼드 거리에서 리버풀 백화점이 있는 골목을 가로질러 걷다보면 여러 영화사들의 런던 사무실을 만날 수 있다. 지난 1월28일, 이곳에 위치한 영화 시사 전용관 ‘소호 스크리닝 룸’(Soho Screening Rooms)에서는 조 존스턴 감독의 <울프맨> 시사회가 열렸다. 영화가 시작되기를 기다리는 동안 몇몇 기자들은 하늘에 보름달(진짜 보름달은 1월30일에 떴다)이 떴다며 호들갑을 떨었고, 지난해 일부 동영상을 미리 접했던 몇몇은 이번 완성본과 어떤 차이가 있을지 궁금하다며 기대감을 보이기도 했다.

원작의 배경에서 50년 전으로

영화 <울프맨>의 전체적인 줄거리는 1941년 만들어진 동명의 원작과 매우 흡사하다. 로렌스 탈봇(베니치오 델 토로)은 아버지(앤서니 홉킨스)와의 갈등 때문에 오래전 고향을 떠났다. 미국에서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그가 고향을 찾은 것은 동생이 잔인하게 살해됐다는 동생 약혼녀 그웬(에밀리 블런트)의 애절한 편지 때문. 고향 마을로 돌아와 동생의 사체를 확인한 로렌스는 그곳에 남아 살인자를 추적하기로 결심한다. 보름달이 뜬 어느 날, 동생이 살해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숲으로 향하던 로렌스는 늑대의 공격을 받아 심한 상처를 입는다. 그는 한 집시 여인의 도움으로 어렵게 목숨을 구하지만 이때부터 그의 몸에 이상한 변화가 일어난다. 상처 부위가 급격히 빨리 완쾌되는가 하면, 먼 곳에서 들려오는 소리도 들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하늘에 다시 보름달이 뜨자 로렌스는 늑대인간이 돼 마을 주민들을 잔인하게 학살한다. 마을 사람들은 그를 런던에 있는 유명 의사에게 보내 치료하려고 하지만, 마을에는 여전히 공포감이 감돈다.

<쥬만지> <쥬라기 공원3> 등에서 특수효과를 담당했던 조 존스턴이 연출한 <울프맨>의 가장 큰 미덕은 원작의 주요 모티브를 무너뜨리지 않는 선에서 다양한 변화를 꾀했다는 점이다. 이 작품이 시도한 가장 큰 변화는 이야기의 배경을 1940년대가 아닌 산업혁명이 거의 끝나가는 1890년대로 잡았다는 데 있다. 덕분에 가스램프가 거리를 밝히는 지저분한 런던의 모습과 안개로 둘러싸여 더욱 미스터리해 보이는 로렌스의 고향 마을이 탄생할 수 있었다. 감독은 또 ‘비이성적인’ 늑대인간도 ‘과학기술’로 치유할 수 있다고 믿는 오만한 인간 군상에 대한 신랄한 묘사를 첨가해 당시 팽배했던 모더니즘적 사고에 대해 날카로운 비평도 첨가했다.

하지만 출연배우들의 명연기가 없었다면 <울프맨>은 지금과 같은 몰입도와 긴장감을 갖기 힘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베니치오 델 토로는 보름달만 뜨면 늑대인간으로 변하는 자신의 몸을 이성으로 통제할 수 없어 괴로워했던 로렌스의 고뇌를 생동감있게 구현해냈다. 비밀이 가득해 보이는 앤서니 홉킨스의 아버지 연기는 여느 때처럼 어느 곳 하나 흠잡을 데가 없다. 사랑해서는 안될 사람을 사랑하게 되면서 갖게 되는 그웬의 애절함과 안타까움, 두려움을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표현해낸 영국 배우 에밀리 블런트의 연기도 훌륭했다.

늑대인간의 액션 시퀀스에 박수

이 영화의 또 다른 장점은 늑대인간으로 변한 로렌스와 그가 벌이는 잔혹한 살육장면을 보여주는 액션 시퀀스에 있다. 마을 주민들이 파놓은 덫을 피해 그들을 잔혹하게 살해하고, 런던의 건물들 사이를 뛰어 도망가는 로렌스가 보여주는 일련의 장면들은 긴장감이 넘칠 뿐 아니라 아름답기까지 하다. 늑대인간에 물려 찢겨진 사람들의 팔다리가 날아다니는 장면 역시 호러영화사에 남을 명장면 중 하나다. 다만 후반부로 가면서 이야기가 너무 빨리 전개되다가 다급히 결말지어지는 건 아쉬운 부분 중 하나다. 도입부부터 공들여 쌓아왔던 이야기의 개연성이 잦은 편집과 불친절한 설명으로에 모호해지면서 극의 논리성도 슬금슬금 무너지고 만다.

<울프맨>의 주연배우인 베니치오 델 토로와 에밀리 블런트의 라운드 테이블 인터뷰는 시사회가 있은 다음날인 1월29일 런던 본드가에 위치한 한 호텔에서 열렸다. 시종일관 호탕한 웃음을 보여준 에밀리 블런트는 재치있는 농담과 진지함 사이를 오가며 <울프맨>과 자신이 연기한 그웬에 대해 설명해나갔다. 입장하면서부터 장난기 가득한 농담으로 실내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든 베니치오 델 토로 역시 진중함과 가벼움 사이를 오가며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한 시간여에 걸쳐 이뤄진 두 배우와의 즐거웠던 인터뷰를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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