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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주식회사>`엄마∼ 벽장에 괴물이 있어요`
2001-12-14

밤에 잠들기 전 방의 불을 끄고 누우면 어딘 가에서 괴물이 튀어나올 것만 같은 두려움에 쉽게 잠들지 못하고 몸을 움츠리던 일은 어린 시절 누구나 한번쯤 경험해봤을 것이다. <토이 스토리> <벅스 라이프>를 만든 픽사가 디즈니의 자금 지원을 받아 제작한 컴퓨터 애니메이션 <몬스터 주식회사>의 스토리는 거기서 출발한다. 괴물들이 벽장 문을 통해 나타나 아이들을 겁주는 건 아이들이 비명을 지르게 하기 위해서이고, 그 비명은 괴물들이 모여 사는 도시인 몬스트로폴리스를 움직이는 동력원으로 사용된다는 상상력은 첫 출발부터 관객들을 매료시킬 만큼 흥미진진하고 기발하다.

몬스터 주식회사는 바로 몬스트로폴리스에 있는 아이들 비명소리 채집공장이다. 하지만 요즘은 아이들이 괴물을 보고 어지간해선 놀라지 않기 때문에 비명을 모으기가 쉽지 않다. 에너지 부족으로 언젠가는 도시가 멈춰 설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회사는 아이들을 놀라게할 새로운 겁주기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몬스터 주식회사에서 아이들 겁주기 1등 선수는 푸른색 털북숭이 괴물인 설리(목소리 연기 존 굿맨). 어느날 밤 그는 퇴근 길에 회사의 거대한 문 저장고로 돌려보내지 않은 벽장 문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벽장 문은 바로 괴물세계와 인간세계의 어린이 방을 연결해주는 창구이다. 이 문을 열고 그 안에 무엇이 있나 조사하던 설리는 그만 실수를 저지르게 되다. 네살바기인 깜찍한 소녀 부(목소리 연기 메리 깁스)가 설리를 따라 괴물의 세계로 들어와 버린 것.

한번 닿기만 해도 괴물을 죽일 수 있을 만큼 아이들에겐 치명적인 독성이 있다고 믿는 설리와 설리를 무서워하기는 커녕 애완용 고양이를 부르듯 `키디 키디(야옹아)'를 외치며 달려드는 소녀와의 쫓고 쫓기는 싸움이 시작된다. 그리고 둘 사이에는 우정이 싹트고, 설리는 어떻게든 소녀를 인간세계로 돌려보내려 한다.

물론, 소녀가 괴물의 세계로 들어오게 된 데는 음모가 있고 이때쯤 등장해야하는 것이 바로 설리의 계획을 가로막는 악당이다. 설리 때문에 아이들 겁주기에서 만년 2등 자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괴물 랜달 복스(목소리 연기 스티브 부세미)와 동력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랜달과 손을 잡은 몬스터 주식회사의 워터누즈 회장(목소리 연기 제임스 코번)이 설리와 맞서는 악당으로 나온다. 물론, 다른 편에는 설리를 돕는 조수이자 친구인 초록색 외눈박이 괴물 마이크 와조스키(목소리 연기 빌리 크리스탈)와 마이크의 애인으로 메두사의 머릿결을 가진 괴물 셀리아(목소리 연기 제니퍼 틸리)가 등장한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이야기는 어린이 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함께 즐길 수 있었던 픽사의 전작과 달리 선과 악의 대결구도로 단순화되며 초반의 흥미진진함이 반감되기도 한다.

<몬스터 주식회사>는 전작에 비해 진일보한 컴퓨터 애니메이션 테크놀로지를 보여준다. 푸른색이 감도는 초록색과 보라색 털로 만들어진 설리의 몸은 300만개 털 하나하나의 움직임이 살랑살랑 보여질 정도로 섬세하고 자연스럽다. 또한 570만개의 벽장문이 수 백 마일의 컨베이어 벨트에 매달려 움직이고 설리와 악당 랜달이 벽장문을 넘나들며 벌이는 추격전은 롤러코스터를 탄 듯 환상적인 재미를 안겨준다. 설리나 마이크는 물론, 소녀 부와 여덟 개의 다리와 크고 긴 꼬리를 가진 도마뱀을 닮은 랜달 복스와 왕게발 괴물인 워터누즈 회장 등 캐릭터들의 이미지에 어울리는 멋진 색감과 생동감 넘치는 움직임도 제작에 소요된 4년 세월의 공력을 느끼게 한다.

<몬스터 주식회사>는 개봉 첫 주 3일 동안 635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역대 애니메이션 중 최고의 오프닝 흥행성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토이 스토리> <벅스 라이프>를 만든 존 레스터가 제작 총지휘를 맡고 피트 닥터가 감독했다. 전체 관람가. 21일 개봉.

신복례 기자 bora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