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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 일렉트로니카와 슈게이징의 진화

≪THE XX≫ THE XX / 강앤뮤직 발매

음악의 트렌드 지수 ★★★★★ 음악의 미래 지수 ★★★★☆

2009년 말, 영국에서 가장 핫하게 다뤄진 밴드는 아무래도 THE XX다. 규정되지 않음, 알 수 없음을 뜻하는 기호를 이름으로 삼은 이 밴드 멤버들은 데뷔 당시 모두 19살이었다. 손발이 바쁜 리스너들은 이미 MP3로 이 시크한 데뷔 앨범(셀프 타이틀 앨범이다)을 들어봤거나 수입, 해외 주문으로 앨범을 구했을 텐데(나도 연말에 아마존에서 주문했다) 다행히 얼마 전에 국내에 라이선스되었다.

이 앨범에 대한 세간의 평은 ‘미니멀리즘의 구현’으로 수렴된다. 착실하게 쌓아올린 비트가 만드는 공감각, 가득 채우는 대신 여백에 집중하는 사운드, 멈칫거리는 틈에 불현듯 도약하는 기타 리버브, 남녀(혹은 소년 소녀)의 혼성 보컬이 그를 총총 뒤따르는 구성은 이 음악을 깊은 우물 속에 빠뜨린 펜던트처럼 만든다. 첫곡 <Intro>부터 <Crystalised> <Heart Skipped a Beat> <Basic Space> <Night Time>에 이르기까지 모두 그렇다. 어둠 속에서 저 깊고 먼 곳을 들여다본 적이 있다면 이 음악이 깊숙이 겨냥하는 곳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두렵고 매혹적이다. 예사롭지 않기 때문에 지적인 감상을 자극하고, 같은 맥락으로 이들에 대해 필요 이상으로 많은 말을 하게 된다. 누군가는 환호하고 누군가는 폄훼하면서 대단하다는 감상과 별것 아니라는 평가가 공존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이 앨범은 특별한 가치를 얻는다.

사실 이 음반에 쏟아진 호의적인 감상평과 비평은 최근 몇년간 영국을 지배한 음악 트렌드의 영향 때문이다. 두 가지 맥락이다. 하나는 신시사이저가 주도하는 1980년대 뉴웨이브의 재림, 다른 하나는 1990년대의 대표적인 하위 장르로 컬트적인 팬덤을 형성한 슈게이징/드림팝의 재현이다. 인디와 메이저 구분없이 광범위하게 진행된 이런 트렌드는 미카와 레이디가가를 21세기의 팝스타로 만들었을 뿐 아니라 인디신에 막 출사표를 던진 비치하우스나 더 페인 오브 비잉 퓨어 앳 하트, jj 같은 유럽 밴드들을 집중조명하게 만들었다. THE XX의 음악은 이 트렌드를 동시에 관통한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일렉트로니카와 슈게이징의 구조적인 결합과 멤버들의 시크한 태도가 만나 ‘21세기적’이란 수사로 전환된다. 소름이 돋을 만큼 서늘하면서도 지독하게 감상적인 음악이란 점에서 마침내 그들의 미래를 확인하고 싶다는 욕망을 품는다. 그만큼 매력적인 앨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