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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동 감독의 <시> 첫 공개
이화정 2010-04-28

일시 4월 27(화) 오후 2시 장소 메가박스 코엑스

이 영화 한강을 끼고 있는 경기도의 어느 작은 도시, 낡은 서민 아파트에서 중학교에 다니는 손자와 함께 살아가는 미자. 그녀는 꽃 장식 모자부터 화사한 의상까지 치장하는 것을 좋아하고 호기심도 많은 엉뚱한 캐릭터다

미자는 어느 날 동네 문화원에서 우연히 '시' 강좌를 수강하게 되며 난생 처음으로 시를 쓰게 된다. 시상을 찾기 위해 그 동안 무심히 지나쳤던 일상을 주시하며 아름다움을 찾으려 하는 미자. 지금까지 봐왔던 모든 것들이 마치 처음 보는 것 같아 소녀처럼 설레 인다. 그러나, 그녀에게 예기치 못한 사건이 찾아오면서 세상이 자신의 생각처럼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100자평

양미자(윤정희)의 가슴속엔 시가 있다. 그녀는 아름다운 것만 보고, 아름다운 것만 느끼려고 노력한다. 세상은 이런 그녀를 가만두지 않는다. 애시당초 가만 둘 마음도 없었는지, 화면에 보여 지지 않은 그녀의 인생은 짐작컨대 상처투성이다. 시를 좋아하고 꽃을 좋아하는 그녀는 폭력적인 세상의 시선과 언사에 짓밟혀 왔고, 지금도 여전히 상처받고 있다. 대화도 이해도 구할 수 없는 순수한 외로움의 그녀를 지켜보는 건 관객으로써 쉽지 않은 경험이다. 이창동 감독은 시로도 꽃으로도 미화할 수 없는 그녀의 외로움을 공개한다. 그의 전작들에서 보여주었던 충격적인 장치하나 없이 모든 걸 말갛게 걷어낸 단촐함이다. <>는 가장 자극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건네는 이창동 감독의 진솔한 영화 화법이다. 이화정 <씨네21> 기자

독일 시인 횔덜린은 “인간은 시적으로 거주한다.”고 말한다. 그는 시인이 신들과 인간을 매개하는 위치에 있다고 보았다. 존재는 존재자를 통해 드러나지만 숨는다. 시인은 아직 드러나지 않은 것을 찾는 탐구자들이며 존재에 대한 질문을 하는 자들이다. 문화센터의 시인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라고 계속 얘기한다. 이러한 소통에 대한 이창동의 처절한 몸부림이 이번엔 많이 나갔다. 영화는 흐르는 물의 이미지로 시작해서 끝난다. 물은 비가 되어 빈 종이를 채우고 미자(윤정희)는 시를 완성하며 죽은 자와 죽을 자를 불러 모으지만 그 작위성을 쉽게 떨쳐버릴 수는 없다. 하지만 이창동은 여전히 좋은 이야기꾼이다. 좋은 이야기꾼은 듣는 사람에게 듣는 능력을 깨우는데 그의 자질이 있다. 그의 몸부림과 그가 던지는 질문은 우리 안에 깊이 내재해 있는 듣는 기쁨을 여전히 일깨운다. 김태훈 <씨네21>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