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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앙자오] 뱀 같은 황사를 뚫고 물을 찾아라

서울환경영화제에서 단편 대상을 수상한 <마른 땅의 농사꾼>의 리앙자오 감독

지난 5월26일 제7회 서울환경영화제가 8일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그 어느 때보다 물이 소중한 시기인 만큼 물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많았다. 국제환경영화 경선에서 단편 대상을 수상한 <마른 땅의 농사꾼> 역시 물이 부족해 황폐화해가는 중국의 간쑤성 민친현을 배경으로 하는 다큐멘터리다. 이 작품을 연출한 리앙자오 감독은 15년 동안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활약한 전문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제작자다. 30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 황무지에서 아내와 단둘이 살아가는 남자 웨이광카이의 일상을 보여줌으로서 그는“중국의 물 부족 문제는 물론이고 열악한 환경을 살아가는 인간의 강인함을 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일본 <NHK>의 제안으로 참여했다고 들었다. 프로젝트를 시작한 계기는. =CCTV와 함께 제작한 전작 다큐멘터리 <물이 운다>에서 수자원의 부족, 물의 오염 등을 이야기했다. 중국의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촬영을 했는데, 우리가 보여주고 있는 사람들의 삶이 그렇게 비관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러면서 다음 작품에서는 밖에서 바라보는, 단면적인 모습이 아닌 어떤 환경을 살아가는 사람의 삶 내부로 들어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주인공인 웨이광카이는 어떻게 알게 됐나. =처음에는 환경이 심각하게 오염된 시짱자치구(티베트) 같은 지역의 삶을 보여줄까 했는데, 너무 극단적이겠더라. 그래서 생각을 바꿨다. 사람들이 모두 공감할 만한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자고. 그때 우연히 간쑤성 민친현에서 홀로 남아 살아가고 있는 주인공을 발견했다.

-주인공이 촬영을 순순히 허락해주던가. =촬영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다만, 주인공이 카메라를 불편해하고, 말하는 것을 쑥스러워해서 처음에는 그 지역의 풍경을 위주로 찍었다.

-주인공이 카메라를 낯설어해서 연출 입장에서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NHK>로부터 연출 제안을 받았을 때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어 너무 좋았는데 막상 가보니 이야깃거리가 많지 않았고, 주인공이 생각만큼 말을 하지 않아 걱정이 많았다. 그래서 5개월 뒤인 2008년 11월에 혼자서 다시 찾았다. 옆마을을 우연히 돌아다니다가 한 학교를 발견했다. 주인공이 마실 물을 구하러 다닐 때마다 들르는 학교였다. 원래 그가 선생님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의 사정에 대해 자세히 알지는 못했다. 동료 선생님이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기 전까지는 말이다. 학교 이야기를 작품에 녹이면 풍부해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연적인 상황이 연출 방향의 전환점이 된 셈이다. =맞다. 생각지도 못한 것들을 건져올리는 것이 다큐멘터리만의 매력이다. 뱀처럼 큰 황사바람을 찍을 수 있었던 것도 우연이고. 사실 그 지역이 항상 날씨가 나쁜 것이 아니다. 파란 하늘도 많은 곳이다.

-맑은 날씨가 많은 곳인데 다큐멘터리는 황폐화된 풍경을 주로 보여준다. 이유가 뭔가. =사실 내가 촬영하러 갔던 시기는 여름으로 황사가 없던 시기였다. 그러나 물이 풍부하지 않아 옆마을까지 길러 가야 하고, 가뭄에 강한 식물들을 재배하는 등,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강인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마음이 강했던 것 같다.

-사실을 다루되 당신의 의도대로 재구성하는 것을 선호하는 편인가 보다. =개인적으로 다큐멘터리를 만들 때 두 가지가 중요하다고 본다. 첫 번째는 기록의 일관성이다. 대상의 잠자는 모습까지 따라다니면서 담는 등, 보여지는 것을 모두 기록해야 한다. 두 번째는 사고의 객관성이다. 시시콜콜한 것들을 모두 보여주면서 주제가 불분명한 것보다 의도의 핵심을 다루는 것이 중요하다. 필요하다면 사실을 해치지 않은 선에서 재구성 해야 한다는 주의다.

-중국 정부의 무분별한 개발 정책과 같은 문제들을 직접적으로 다루지 않고 한 사람의 삶만 보여주면서 환경을 이야기하는 것이 신선했다. =구상할 때 ‘환경의 적이 누구일까’를 많이 고민했다. 그런데 환경의 적이 누구냐고 지적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닌 것 같더라. 왜냐하면 환경오염은 인간의 욕망으로 인해 생긴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인간은 오랫동안 자연과 환경의 혜택을 누려왔잖나. 다만 불공평하게 누렸지. 가진 자들은 못 가진 자들보다 더 많이 혜택을 받았고, 반면 야생동물은 현대문명을 전혀 누리지 못했는데 환경오염으로 인한 고통은 함께 겪고. 누렸으면 그만큼 결과를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무엇보다 현실이 어떤지를 정확하게 알고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관심사는 무엇이고 차기작은 어떤 이야기인가. =남아공 월드컵을 기다리고 있다. 아시아 국가인 한국과 일본을 응원할 생각이다. 아르헨티나의 메시도 좋아하고. (웃음) 차기작은 경제를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다. 내 생활을 위해서라도 경제에 대해 좀 알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