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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딕] 감독님, 한국과의 경기는 좀 살살…

축구의 신, 디에고 마라도나에 대해 알아봅시다

Q1. 영화에서 마라도나교의 종교 의식이 등장합니다. ‘마라도나교’라는 종교가 실제로 있나요? A. 그럼요. 마라도나의 38번째 생일인 1998년 10월30일, 열성 팬인 바리오 라 타블라타라는 사람이 창시했습니다. 말 그대로 마라도나를 신으로 숭배하는데요, 기본이념은‘여호와를 영의 아버지로, 마라도나를 육체의 아버지로’입니다. 십계명이 재미나네요. ‘신이 공을 섬기듯 공을 더럽히지 마라’ ‘사람을 경외하고 아르헨티나 국가대표 유니폼을 소중하게 지켜라’ ‘아이들의 이름에 디에고를 넣어라’ 등입니다. 한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박지성과 한솥밥을 먹었던 카를로스 테베즈는 이 종교의 사도로 유명하고, 게리 리네커, 데이비드 베컴 등 잉글랜드 선수들은 이 종교에 의해 이단자로 간주됐습니다.

Q2. TV에서 마라도나가 월드컵 때 골 넣는 장면만 주로 보여줘서 그런지 클럽에서 그가 얼마나 잘했는지 모르겠어요. A. 이탈리아 나폴리의 3대 보물이 뭔지 아십니까? 나폴리 항구, 베수비오 화산, 그리고 디에고 마라도나입니다. 또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 때, 나폴리에서 이탈리아와 아르헨티나 경기가 있었는데요, 당시 나폴리 관중은 자국이 아닌 아르헨티나를 응원했다죠(이후 한동안 나폴리에서 이탈리아 A매치는 열리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마라도나의 나폴리 시절은 굉장했어요. 마라도나가 합류한 84/85시즌 전까지 나폴리는 약체였죠. 당시 최대 규모의 이적료를 기록하면서 FC바르셀로나에서 나폴리로 합류한 마라도나는 팀을 일약 강팀으로 올려놓습니다. 7시즌 동안 2번의 스쿠데토(리그 우승), 1번의 이탈리안컵과 UEFA CUP(현 유로파 리그)을 차지할 정도였죠. 특히, 그의 전성기는 88/89시즌이었어요. 당시 오렌지 삼총사(반 바스텐, 루드 굴리트, 프랑크 레이카르트)와 전설적인 포백라인(마우로 타소티, 프랑코 바레시, 알레산드로 코스타쿠르타, 파올로 말디니)을 자랑하는 AC밀란을 물리치고 스쿠데토를 차지했습니다. 늘 유벤투스, AC밀란, AS로마 등 경제적으로 부유한 북부 지역의 클럽들이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것만 보았던 가난한 나폴리 시민들이 마라도나를 사랑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건지도 모릅니다.

Q3. 마라도나가 낫나요? 메시가 낫나요? A. 이건 어떻습니까. 호나우두와 펠레 중 누가 골 결정력이 더 좋나요? 사비와 지단 중 누구 패스가 더 정확하나요? 그만큼 우열을 가리기 힘든 문제라는 겁니다. 차라리 플레이의 차이점에 대해 얘기하는 게 더 쉬운 일일지도. 그래서 서형욱 MBC축구해설위원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현역 시절 마라도나는 스스로 해결을 많이 하는 편이었고, 메시는 동료들을 잘 활용하고, 동료들의 지원을 잘 이끌어내는 능력이 있죠.” 그러나 그는 단순한 비교를 경계합니다. 서 해설위원의 말에 따르면, 대표팀에서 마라도나는 1986년 월드컵 우승, 1990년 월드컵 준우승이라는 업적을 쌓은 반면, 메시는 아직 월드컵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클럽의 환경 역시 달랐죠. 마라도나의 나폴리는 당시 어느 정도의 돈을 쓰긴 했지만 약체였죠. 반면 메시가 뛰고 있는 FC바르셀로나는 세계 최고의 명문 구단으로, 언제든지 그에게 양질의 패스를 제공하는 사비, 이니에스타와 같은 뛰어난 미드필드진이 포진해 있죠. 아직까지는 마라도나가 더 뛰어나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분명한 건 메시가 훨씬 어리다는 겁니다.

Q4. 지난 5월21일, 마라도나 감독은 올 시즌 트레블의 주역, 인터밀란의 캄비아소와 사네티를 제외한 남아공월드컵 아르헨티나 대표팀 엔트리를 발표했어요. ‘아르헨티나의 약점은 감독’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인데, 감독으로서 그의 자질은 부족하지 않나요? A. 2008년 10월 아르헨티나 감독으로 부임하자마자 마라도나는 남아공월드컵 남미 지역 예선을 치렀죠. 그런데 볼리비아 원정에서 6:1로 패하는 등 아르헨티나는 지역 예선 내내 고전을 면치 못하며 겨우 남미 4위로 본선에 진출했습니다. 이것만 보면 감독으로서의 그의 능력은 형편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섣부른 판단은 금물입니다. 축구감독의 역할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전술적인 능력과 리더로서의 역할이죠. 그간 아르헨티나 대표팀은 스타 선수들로 인해 세대교체, 팀을 위한 플레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죠. 그런 상황에서 아르헨티나축구협회는 마라도나가 가진 카리스마와 장악력이 필요했습니다. 그런 협회의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듯 마라도나는 ‘남미의 지단’ 리켈메 등을 과감하게 제외했습니다. 어쨌거나 축구는 감독이 뛰는 스포츠가 아닌 건 아시죠? 그나저나 허정무 감독님, 메시, 테베즈, 아게로로 이어지는 공포의 3톱을 어떻게 막으실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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