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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여정] 과감한 노출 연기 부끄럽다고 포기할 순 없었죠
이주현 사진 오계옥 2010-06-03

<방자전>의 조여정

조여정. 그녀의 필모그래피를 보자. 드라마 <집으로 가는 길> <쩐의 전쟁> <얼마나 좋길래> <조선에서 왔소이다> <애정의 조건>, 영화 <흡혈형사 나도열>, 오락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 그리고 각종 CF. 이 가운데 조여정을 배우로 느끼게끔 한 작품이 있었던가. 조여정은 실체없는 이미지로 어필했던 ‘연예인’이었다. 그런데 조여정이 <방자전>에 출연한다고 했다. 그녀는 100일 동안 춘향이가 돼서 김주혁, 류승범, 오달수 등과 함께 <방자전>을 찍었다. 조여정은 <방자전>으로 배우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줄 기회도 잡았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아 보였다. 이제 조여정이 말한다.

언론시사회 날이 이렇게 떨리는 날인 줄 처음 알았어요. 긴장한 건 아닌데 심장이 쿵쾅쿵쾅거렸어요. 기뻐서 쿵쾅거리는 게 아니라 책임감이 느껴져서. 작품에 대한 갈증이 늘 있었거든요. 작품은 해도해도 갈증이 나는 건데, 저는 해보지 못한 게 많으니까요. 사람들은 제 외모를 보고 연기에 대한 애정이 없게 생겼다고들 해요. 만사가 해피해 보이나봐요. 그렇지 않은데. 얼굴에 어려움이 없어 보인달까, 고민이 안 보인달까. 그래서인지 저를 두고 모험을 하려는 연출가가 없었어요. 제가 연출가였어도 그랬을 것 같긴 해요. 겪어보지 않고 사람을 어떻게 알겠어요. 그런데 김대우 감독님이 저를 발견하신 거죠. 사실 감독님과의 미팅 자리는 제가 만들었어요. <방자전> 시나리오를 봤는데 정말 하고 싶은 거예요. 출연 안 해도 좋으니 감독님과 미팅 한번만 했으면 좋겠다 싶었죠. 감사하게도 김대우 감독님이 한번에 저를 춘향이로 봐주셨어요. ‘조여정이라는 친구가 자존감이 있구나’ 싶었대요.

춘향이라는 캐릭터는 연기하면서 감정이입이 잘됐어요. 어떻게 보면 춘향이는 단순한 애예요. 태어날 때부터 자신이 예쁜 것도 알고, 기생의 딸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도 알고, 자신의 매력을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지도 본능적으로 알고 있어요. 춘향이에겐 사랑도 출세도 다 중요했죠. 처음엔 사랑까지 바란 건 아니었던 것 같아요. 권력의 섹시함, 명예가 중요했죠. 그런데 눈이 가는 남자가 생기니까 뜻대로 안되죠. 저는 제 생각만으로 캐릭터를 만들면 위험하다고 생각해서 현장에 반은 비우고 가는 편이에요. 촬영날 현장의 호흡과 분위기로 나머지 반을 채우죠. 방자 역의 (김)주혁 오빠, 몽룡 역의 류승범씨, 향단 역의 류현경씨 등 함께한 배우들의 기를 많이 받았어요. 영화 속 노출장면도 제가 예민해지기 미안할 정도로 사람들이 배려를 해줘서 NG 많이 내지 않고 찍었어요. 감독님이 정확한 리허설을 해줌으로써 여러 테이크 가지 않았고, 주혁 오빠의 말없는 배려도 너무 고마웠고. 쉽게 찍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제가 연기에만 집중할 수 있게 모두들 도와줬어요. 저 역시 부끄러움 때문에 영화의 중요한 포인트를 놓치면 안되잖아요. 스탭이 몇명 들어오건 그게 뭐 중요한가요?

조금씩 연기에 대한 마음이 커지고 짙어졌지만, 이제야 ‘아, 나도 배우구나’라고 느끼는 것 같아요. 고2 때 <쎄씨>라는 잡지 모델로 데뷔하고, 고3 때 <뽀뽀뽀> 하고, 연극영화과에 진학했죠. 드라마도 찍고 CF도 많이 찍었지만 중간에 배우라는 직업을 포기할 뻔한 적 많았어요. 딱 지난해 이맘때도 그랬어요. 대학원 수업 들으면서 연극 연습을 치열하게 했거든요. 그러다 쉬는 시간이 되면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걸까’라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내가 이 대사를 백번, 천번 한들 써먹을 날이 있을까 싶었어요. 그런데 한 작품 끝내고 나면 정말 많이 배우는 게 배우거든요. ‘아이고, 무슨 소리야 조여정. 배울 게 천지인데.’ 그리고는 다시 일어났죠. 올해 제가 서른이에요. 이십대가 가서 좋아요. 서른될 때 <방자전> 촬영하고 있었는데 현장에서 서른을 맞는 게 참 좋더라고요. 스물일곱, 스물여덟 때는 해뜨기 직전처럼 진짜 죽겠다 싶었어요. 과연 해가 뜰까 싶었다니까요. 이젠 김대우 감독님이 멋지게 모험해주셨으니까 늘 새롭고, 신선한 느낌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연출가들한테 욕심나는 배우였으면 좋겠고, 배우들한테는 같이 작업해보고 싶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지금은 <방자전>으로 행복한 고민밖에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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