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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히트가 사랑한 코미디 천재 `칼 발렌틴 특별전`
2001-12-18

12월21일부터 25일까지 아트선재센터에서, 무성·유성영화 상영

칼 발렌틴(Karl Valentin, 1882∼1948)은 88년 전, <칼 발렌틴의 결혼>이라는 8분짜리 무성영화를 만들며 영화활동을 시작한 독일의 초기 무성·유성 코미디영화인이다. 원래 연극배우 출신인 그는 많은 코미디영화에서 직접 연기를 했을뿐더러 각본도 쓰고 연출도 했다. 베르톨트 브레히트로부터 `T발렌틴을 보면 드라마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가를 배울 수 있다`라는 찬사를 들었던 발렌틴은, <미장원의 미스터리>(사진)를 브레히트와 함께 연출하기도 했다.

칼 발렌틴의 코미디는 찰리 채플린의 코미디와 곧잘 비교된다. 하지만 발렌틴의 코미디는 찰리 채플린의 슬랩스틱과는 다른,`만담`의 재미로 설명될 수 있다. 칼 발렌틴의 만담은, 논리와 비논리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걸으며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전개되는 양상을 보이며, 매우 지적이고도 페이소스 있는 웃음을 자아낸다.

독일문화원과 아트선재센터는 국내에는 거의 알려진 바 없는 칼 발렌틴의 작품 14편을 상영하는 `칼 발렌틴 특별전`을 12월21일부터 25일까지 닷새간 아트선재센터에서 연다. 괴테 인티투트 영화자문위원인 한스 귄터 플라움과 영화평론가 김소희씨가 강연자로 나오는 강연회 `독일과 한국의 초기 코미디영화에 대하여`도 마련된다.

프로그램은 시기별로 나뉜 네개의 묶음으로 구성돼 있다. 첫 프로그램에 속한 작품들은 1913년부터 1923년까지의 단편무성영화들. <칼 발렌틴의 결혼>부터 <미장원의 미스터리>까지 포함돼 있다. 두 번째 프로그램에는 88분짜리 장편인 무성영화 <별난 사람>(1929)이며, 세 번째, 네 번째 프로그램은 1932년 이후 나온 단편유성영화들을 2년 단위로 묶었다.

발렌틴의 첫 영화인 <칼 발렌틴의 결혼>은 결혼 당일 처음으로 신부를 만나는 한 사나이의 에피소드를 전한다. 신부의 집을 찾아간 신랑 앞에 나타나는 이는 웬 뚱뚱한 아주머니. 그녀가 바로 이날의 신부로 밝혀지면서 남자가 당황하게 된다는 이야기. 브레히트와 함께 연출하고 단짝배우 리슬 칼슈타트(Liesl Karlstadt)와 함께 출연한 <미장원의 미스터리>에서 발렌틴은 이발사를 연기한다. 손님들을 면도칼로 살해하는 이발사가 있다는 소문이 횡행하는 가운데 면도 도중 그만 손님의 목을 살짝 벤 주인공 이발사. 작은 사고에 그만 손님의 머리가 통째로 분리돼버리고, 이상한 일들이 이어진다.

장편<별난 사람>>은 일종의 희비극으로, 한 재단사의 웃지 못할 인생행로를 포착한 수작이다. 재단사인 칼은 우표수집에만 몰두하는, 파리날리는 재단사. 장사가 안 되자 한 회사의 사환으로 들어간 그는 거기서 직업정신이 발동, 심부름은 제대로 못 하면서 사장의 양복 매무새를 살피기 바쁘다. 급기야 사장의 양복 윗옷을 벗겨 세탁소에 다림질을 맡긴 그는, 솜씨가 눈에 띄어 세탁소에 취직되고 세탁소 여주인과 돈독한 사이를 일군다.

특정한 직업과 연관된 코미디는, 발렌틴 작품의 주요한 특징이다. 리슬 칼슈타트와 함께 사진관 견습생으로 나오는 <사진관에서>를 비롯, 티격태격하는 오케스트라 단원과 지휘자의 이야기 <오케스트라 리허설>, 극장의 전기공 이야기인 <이상한 조명>, 바이올린 연주자의 이야기 <비참한 바이올린 연주자> 등이 모두 직업의 애환과 작업에 얽힌 에피소드들을 예리하게 담아낸 작품들이다. <사진관에서>는 사진사가 출타한 동안 견습생들이 손님을 맞는 모습들을 보여주는데, 꺽다리 신랑과 신부가 결혼사진을 찍으러 오자 앵글이 안 나와 무릎을 꿇게 하고 찍는 등 견습생들의 우스운 해프닝을 담았다.코믹함의 강도에서, <이상한 조명>은 발렌틴 작품 중에서도 백미라 할 만하다. 공연을 해야 하는데, 한쪽 스포트라이트가 켜지지 않자 극장관계자는 급히 전기공을 부른다. 그러나 나름대로 원칙을 갖고 있는 이들(칼 발렌틴과 리슬 칼슈타트)은 일단 맥주와 소시지, 치즈부터 구한다. `어제 고쳤으면 오늘 잘 켜졌을 텐데`T라는 말에 울그락붉그락하는 극장관계자와는 달리, 관객은 어느새 이들의 작업을 하나의 공연처럼 관람한다. 본공연은 시작도 못하고 뜻밖에 실제상황 코미디를 관람하는 관객은 <비참한 바이올린 연주자>(사진) 안에도 나온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오랫동안 무대 위에 있으면서도 연주를 시작하지 못하고 결국 들어가버리는 바이올린 연주자의 모습은, 흡사 존 케이지의 퍼포먼스 를 떠오르게 하기도 한다.

영화스튜디오 `인공조명`을 설립하고 탁월한 각본과 연기로 독일 초기 코미디영화를 이끌었던 칼 발렌틴의 작품들이 많이 알려지지 않은 데에는 그의 작품 속에 들어 있는 `가시`가 나치즘의 영화검열에 걸려 빛을 보지 못한 탓도 있다. 이번 `칼 발렌틴 특별전`은 서울에서 그의 영화들을 모아 볼 수 있는 진귀한 기회이다. 관람료 일반 5천원, 학생 4500원. 문의 02-733-8945.

최수임

발렌틴 특별전 상영시간표

요일 및 시간

3시30분

5시30분

7시30분

12월 21일 (금)

색션1*

색션3*

22일 (토)

섹션1

색션2*

색션4*

23일 (일)

색션2

색션3

색션1

24일 (월)

색션3

색션4

색션2

25일 (화)

색션4

색션2

색션1

12월 20일 3~6시:

세미나 "독일과 한국의 초기 코미디 영화에 대하여"

* 표시가 있는 시간에는 한스 퀀터 플라움의 작품해설이 있습니다.

색션 1

<칼 발렌틴의 결혼> <유쾌한 부랑자> <미장원의

미스터리> <새 책상>

<옥토버페스트에서>

색션 2/3

<별난사람> / <사진관에서><오케스트라 리허설>

<이상한 조명>

<연극관람>

색션 4

<견진성사를 받은 날> <레코드가게에서>

<비참한 바이롤린 연주자> <유산>

◆ 장소 : 아트선재센터(02-733-8945)

◆ 관람료 : 5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