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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진의 영화 판판판] 에이, 위원장은 문제의 깃털 아닌가요?
강병진 사진 최성열 2010-06-14

문화부의 무능력, 영진위 파행 불렀다

지난 6월9일, 문화체육관광부 기자실에서는 유인촌 장관의 갑작스러운 브리핑이 있었다. <한겨레>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유인촌 장관은 신재민 차관이 사퇴를 요구한 뒤, 별다른 소식이 없는 조희문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위원장의 거취에 대해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다른 사안을 브리핑을 한 뒤, 일정을 이유로 질의응답도 받지 않았다고 한다. 기사를 읽다가 약 1년 전에 있었던 유인촌 장관의 브리핑 현장이 떠올랐다. 지난해 7월2일이었다. 그때는 강한섭 전 위원장의 사퇴여부가 관심사였던 시기다. 당시에도 갑자기 브리핑 일정을 마련한 유인촌 장관은 먼저 부서와 관련된 다른 현안들에 대해 말했다. 영진위 관련 소식은 마지막이었다. 그 순간 장관은 기자들을 흘깃 쳐다보면 “이게 제일 궁금한 소식이었나요?”라고 물었다. 강 전 위원장의 자진사퇴를 알린 뒤에는 기자들 틈에 앉아 질의응답을 받았다. 30분 정도의 시간이 흐른 뒤, 장관은 함께 식사를 하러 가자고 했다. “진짜 중요한 이야기는 밥 먹으면서 하자고요. 이래야 기자들이 관심을 보이더라고. 장관도 1년 하다보니 이제는 이런 것도 알게 됐어. (웃음)”

1년의 시간차를 두고 열린 두 브리핑에서 유인촌 장관은 극명한 온도차를 보였다. 이유는 단순하다. 강한섭 전 위원장은 자진사퇴했지만, 조희문 위원장은 버티고 있다. 강한섭 위원장의 사퇴 배경에는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경영평가 결과가 있었지만, 조희문 위원장의 심사외압 사건은 명백히 조 위원장의 탓이고 그를 선정한 문화부의 책임이다. 갑자기 브리핑을 해놓고 황급히 떠난 장관의 행동은 책임회피의 제스처로 보인다. 이번에는 ‘문화부 책임론’을 가려줄 ‘영진위 책임론’을 거론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내놓은 것이 “영진위의 지원방식을 간접지원 방식으로 전환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신재민 차관의 말이었다. 그리고 지난 6일 보도된 “영진위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를 폐지·통합해 ‘문화예술경영지원센터’(가칭)를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정부 관계자의 발언은 신재민 차관의 말에 힘을 실었다.

<연합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이 정부 관계자는 “예술분야는 예술 그대로 봐야 하는데 작품마다 심사를 통해 직접 지원을 하다 보니 불필요한 이념논쟁 등 논란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음날. 문화체육관광부는 그런 방안을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이 정부 관계자의 말은 신재민 차관의 말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장관의 성급한 브리핑에 이어 신재민 차관은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조희문 위원장의 자진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조 위원장은 영화계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스스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논란이 많은 영화제작 직접지원방식을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주문했는데 영진위는 이 부분에 대해 아무런 노력도 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정부 관계자와 신재민 차관이 내세운 영진위 책임론은 곧 자신의 무능력을 드러내고 있는 것 같다. 문화부는 심사과정상의 문제 때문에 지원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자신들은 지원심사에 외압을 하지 않을 만한 위원장을 선정하거나, 심사의 공정성을 감시할 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으니 말이다. 조희문 위원장이 사퇴요구를 받고도 버틸 수 있는 것도, 문화부 스스로 입증한 무능력 덕분이 아닐까? 조희문 위원장의 버티기로 훼손된 유인촌 장관의 카리스마를 복원하는 건 문화부쪽으로 쏠리는 책임론을 영진위쪽으로 돌려서 될 일이 아니다. 영진위의 지원방식에 논란을 일으킨 건 문화부가 임명한 조희문 위원장이다. 그리고 ‘이’를 잡겠다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건 진짜 무능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