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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essional] 웃으며, 열심히 뛰면 선수들도 인정한다

MBC ESPN 김민아 아나운서

스포츠 전문 채널 MBC ESPN의 야구프로그램 <베이스볼 투나잇 야>팀이 올 시즌 개막 직전 미야자키 전지훈련장을 방문했을 때였다. 삼성 라이온즈 선수들이 장난으로 김민아 아나운서에게 달리기 내기를 걸었다가 낭패를 봤다. 운동화를 질끈 묶더니 힘차게 내달려서 기대하지 않았던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그 활기찬 모습에 시청자는 재미있었다. 유년 시절부터 8년간이나 피겨스케이팅 선수로 뛰었던 운동실력을 제대로 발휘한 순간이었다. 김민아 아나운서는 1997년 MBC ESPN에 입사해서 신입사원치고는 이례적으로 자기 이름을 걸고 <김민아의 유럽축구 GOALS>를 진행했다. <베이스볼 투나잇 야>의 두 MC 중 한명으로 활동하면서부터 인기 아나운서로 자리잡았다. 필드에서는 “선수들이 당황할 정도로 털털”하지만 스튜디오에서는 시청자의 주목을 한눈에 모을 만큼 세련된, 그 양면의 매력 때문인가보다. 방송계의 프로페셔널로 김민아 아나운서를 만났다.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나. =일주일에 세번 정도 야구장에 나가는데 보통 경기 시작 세 시간 전에 도착한다. 야구장에 가지 않는 날에도 회사에 일찍 출근해서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일을 준비한다.

-경기장에 나가면 어떤 취재를 하나. =프로그램에 들어갈 선수들의 멘트를 담아온다. 우리가 나가는 것 자체를 선수들이 재미있어 한다. 이제 더이상 낯선 사람이 아니어서 그런지 “왜 그때 방송에서 말 더듬었나, 우와 살빠졌네, 그때 머리 스타일은 좀 아니었다” 등등 피드백을 즉각적으로 해준다. 나도 솔직하게 많이 물어본다. 걸음이 좀 느려서 통산 삼루타가 네개밖에 안되는 최준석 선수가 얼마 전에 안타 치고 삼루까지 뛰었다. “솔직히 힘들었지요?” 물어봤더니 “아, 죽는 줄 알았어요” 그러더라. (웃음) 이렇게 선수들이 인터뷰에 부담 갖지 않고 곧잘 한방씩 터뜨려준다. 음… 그럴 때는 뭐랄까… 내가 이 일을 너무 잘하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

-처음에는 경기장에서 민망하지 않던가. =웬걸, 민망했다. 분위기 안 좋은 날에는 내가 말을 아껴야 할 때도 있고 선수들의 침묵 때문에 힘든 날도 있다. 지난해에 한화가 13연패를 했을 때 11연패까지 내가 담당이었다! 그런 분위기에서도 물어볼 건 물어볼 수밖에. 코치진에서 눈치를 줄 때도 있는데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지금은 다 전략이 생겼다. 그럴 땐 코치님부터 먼저 인터뷰하는 거다. (웃음) 결국 중요한 건 성격이고 사람이고 관심인 것 같다. 선수들에 대해서도 애정을 갖고 공부를 열심히 한다.

-미야자키 전지훈련장에서 달리기 실력을 보여준 적이 있다. =초등학생이 전교생 앞을 그냥 지나가기만 해도 부끄럽지 않나. 그런데 그 눈빛 이글거리는 남자들 사이에서 뛰었으니. 원래 투수들이 말이 많다는 속설이 있다. 특히 불펜투수들. 왜냐하면 대기 시간이 길다보니 그렇단다. 알고 보면 모든 소문의 진원지는 다 거기인데, 그때 그들이 거기 다 있었다. 이러다 못생겼다, 뚱뚱하다 소리라도 들으면 어떡하나 했는데, 웃으며 열심히 하니까 분위기는 더 좋았다.

-스포츠 전문 채널의 여성 전문 캐스터는 흔한 경우가 아니겠다. =지금은 야구만 하지만 농구도 했었고, 계절 씨름, 마라톤, 테니스, 골프 다 한다. 대한민국에서 몇 안되는 직업 중 하나일 거다. 스포츠 전문 채널이 3개뿐이고 그중에서도 여자 아나운서가 캐스터로서 입지를 굳히는 건 MBC ESPN뿐이다. 내 위로도 여자선배는 두분뿐이다. 한분은 골프를, 한분은 NBA 농구를 하신다. 이렇게 전문적인 자기 종목을 찾아가기까지는 쉽지 않다. 외국, 특히 NBA를 보면 선수 출신인 아줌마 리포트가 남자 선수들이 팬티만 입고 있는 로커룸에 거침없이 드나들며 방송을 한다. 그렇게 필드를 돌아다니는 것이 앞으로 블루오션이 될 거라는 말도 주변에서는 많이 하는데, 지금은 스튜디오와 필드를 병행하는 것, 둘 다 좋다.

-이렇게 유명인이 될 줄 알았나. =유명해지는 것보다는 자기 만족도가 중요한 것 같다. 처음 한 1년은 힘들었는데 지금은 되게 재미있다. 시청률도 잘 나오고!

-좋아하는 팀이 있느냐는 질문을 많이 들을 것 같다. =고향이 대구라서 삼성이 우리 팀처럼 생각되긴 했는데… 솔직히 지금은 나한테 잘해주는 프론트가 있는 팀이 좋다. (웃음) “그 선수 왜 다쳤어요?” 물어보면 빨리 알려주고, 표도 빨리 구해주는 그런 팀?

-같은 길을 가고 싶은 사람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야구를 기록으로만 기억하려 하지 말고 야구를 볼 때 자신만의 이야기도 함께 갖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