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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진의 영화 판.판.판] 영진위는 있다? 없다!
이영진 2010-07-05

제작 및 유통 지원 사업 사실상 ‘포기’한 2011년 영화발전기금 운용계획(안)

“영진위가 영화 제작을 직접 지원하는 게 맞는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영진위의 지원제도 내지는 정책적 수행 기능 자체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최근 들어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 등이 영화진흥위원회의 기능 및 역할 축소를 연달아 시사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영진위가 없어지는 것 아니야”라는 우려가 있었으나 “지원하면서 왜 욕먹느냐”는 상급기관의 강한 질책 정도로 해석하는 이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현 정부는 “돈 제대로 쓸 줄 모르는” 영진위에 대한 ‘고민’과 ‘검토’를 일찌감치 끝낸 듯 보인다. 영진위가 6월28일 9인 위원회와 30일 기금운영위원회를 열어 통과시킨 뒤 현재 기획재정부로 넘겨진 ‘2011년 영화발전기금 운용계획(안)’에 따르면, 영진위를 더이상 ‘한국영화 진흥기구’라고 부르기 어렵다. ‘도우미’라면 모를까.

영진위는 2011년 콘텐츠산업 육성을 목적으로 421억2900만원을 지출할 예정이다. 2010년과 비교할 때 약 5%가 감소했다. 겉으로 큰 변화는 없다. 하지만 세부 내역을 보면 ‘직접 지원’은 대폭 줄었다. 7억원 예산이던 독립영화제작지원(이하 괄호 안은 2010년 예산)과 예술영화 제작지원(32억5천만원) 사업이 없어졌다. 두 사업을 “통합하고 현물지원한다”는데 사실상 폐지다. 기획개발 역량강화(12억600만원) 사업도 사라졌다. 투자조합 출자사업 역시 100억원(150억원)으로 줄었으며, 예술영화전용관(17억1400만원) 사업과 시네마테크전용관 사업(4억5천만원)도 ‘수요 부족’ 등을 이유로 13억5500만원과 2억8천만원으로 각각 깎였다. 한국영화 해외수출 지원(34억원) 사업 역시 한국영화 해외극장 개봉지원 사업 등이 폐지되면서 14억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동안의 핵심 업무였던 제작 및 유통 지원 사업을 ‘포기’한 영진위의 2011년 계획안은 영화계 안팎의 큰 반발을 불러올 것이 분명하다. 참고로 산업 활성화와 문화다양성 증진을 위한 지원사업이 대거 없어진 반면, 인프라 구축 예산은 전체 예산의 30%에서 70% 수준으로 늘어났다. 한국영화단체연대회의 최현용 사무국장은 “영진위는 43억원을 들여 인건비 지원 사업을 한다고 한다. 그러면 투자사들은 그만큼 인건비를 예산 항목에서 제할 것이고, 영진위의 지원은 결국 시장을 교란시킬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500억원 이상이 들어갈 글로벌 스튜디오 건립을 위한 설계비 명목으로 35억원을 쓴다는데 전체적인 사업 계획이나 갖고 추진하는지 모르겠다. 50억원의 투자조합 출자 감소 또한 200억원 이상의 투자재원이 줄어드는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계획안 통과와 관련해 영진위가 문화체육관광부의 거수기에 불과하다는 비난이 높다. 영진위 위원으로 활동해왔던 이미연 감독은 “위원회 회의에서 기금계획안에 대한 최소한의 토론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곧 구성될 새 위원회에 맡기자고 했지만 이 또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업 기조가 바뀌었는데도 조희문 위원장은 표결만 주장했다”고 말했다. 한쪽에선 “문화체육관광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 이번 계획안에 대해 사퇴 위기에 직면한 조희문 위원장이 ‘NO’라고 말할 의지도, 상황도 아니지 않냐는 의견을 내놓는다. ‘자리보전’과 ‘계획안 처리’를 맞바꾼 것 아니냐는 추측도 있다. 분명한 건 “정부로부터 예산은 지원받지만 정책적 전문성과 독립성을 인정받는 분권자율기관”으로서의 영진위는 눈 씻고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는 거다.

덧붙여. 영진위는 조만간 새 위원들을 임명, 발표할 것이다.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이 올해 바뀌어 추천위원회가 따로 구성되지 않았다. ‘새 술은 새 부대’라는데 ‘그 나물에 그 밥’일까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