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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다락방에 있을 보물찾기
장영엽 2010-07-13

영국영화협회 75편의 실종된 필름 프린트 공개 수배

사라진 필름을 찾습니다! 세계 최대의 영화 아카이브를 자랑하는 영국영화협회(BFI: British Film Institute)가 7월5일 홈페이지를 통해 실종된 필름 프린트를 공개 수배했다. BFI가 찾고 있는 영국영화는 총 75편. 멀리는 빅토리아 시대 살인사건을 다룬 1913년의 <마리아 마튼>부터 오슨 웰스가 배우로 출연한 코미디영화 <파시팔은 어디에?>(1983)까지 20세기를 아우른다. BFI 관계자는 <가디언>을 통해 “우리는 사라진 영화들이 어딘가에 분명히 존재한다고 믿는다. 누군가의 다락방에, 지하실에, 혹은 중고품 가게의 어느 낡은 상자 속에”라며 대대적인 필름 수배령의 배경을 밝혔다. 이번 수배령은 1992년 BFI가 유실 필름 리스트를 발표한 이래 가장 주목할 만한 공지다.

그런데 75편의 영화 중에서 BFI가 가장 애타게 찾고 있는 작품은 무엇일까. 그건 바로 앨프리드 히치콕의 두 번째 장편영화 <마운틴 이글>(1928)이다. 한 여자를 향한 욕정에 눈이 먼 남자가 평소 질투하던 남자에게 누명을 씌워 감옥에 보내고, 갇힌 남자는 온갖 고군분투 끝에 탈출해 여자와 함께 새 삶을 산다는 내용의 무성 흑백영화다. <마운틴 이글>을 향한 BFI의 간절한 구애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이 작품은 영국을 대표하는 감독인 히치콕의 유일하게 실종된 영화이며, 이 영화를 운좋게 관람한 어느 영화사가의 기록에는 “히치콕을 세상에 알린 <로저>보다 <마운틴 이글>이 더 우월하다”(위키피디아)는 평도 있기 때문이다. 여러모로 발견을 바랄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정작 실종된 필름에 대한 히치콕의 생전 반응은 냉담했다. “그 끔찍한 영화의 프린트가 사라진 것에 대해 전혀 유감스럽지 않다.”(프랑수아 트뤼포가 쓴 <히치콕과의 대화> 중에서) 그러나 거장의 감추고 싶은 작품마저도 빠짐없이 소유하고 싶은 게 아카이브의 마음일 거다. BFI는 ‘전국 다락방 수사대’라도 만드는 게 어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