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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연체, 꿇어!
2001-12-19

비디오카페/p

나는 요즘 연말결산을 위해 컴퓨터상에 장기 연체를 골라내는 작업을 진행하는 중이다. 대망의 2001년을 정리하는 방법이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나로서는 연말이 지나기 전에 미처 회수가 안 된 테이프를 찾아내는 일들이 가장 큰 일이다. 68일, 97일, 325일…. 연체된 일수가 기록된 파일들을 확인할 때마다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아내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들의 대다수는 이사를 갔든가 휴대폰 번호가 바뀌었든가 등의 이유로 연락두절이 되기 십상이다. 간혹 전화연락이 되는 경우는 “왜 진작 전화를 안 했느냐?, 연체료 받으려고 여태껏 일부러 연락 안 한 것 아니냐?”는 식의 적반하장의 태도를 취하는가 하면, “앗, 잊고 있었다. 갖다 주겠다”라고 말하고는 다음날 회수함에 넣고 우리 대여점에 더이상 안 오면 그만인 경우가 있다.

이 정도는 상식 선에서 이해할 수 있다. ‘비디오 하나 몇천원에 빌린 뒤 떼먹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웬만하면 그들의 사고에 나를 맞추는 편이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경우들은 곤란하다. 내가 회수 전화를 10차례 이상 한 경우, 빌려간 당사자인 아들한테 전해주겠다는 부모가 결국에는 전화를 한다. “비디오를 빌려간 아들이 가출해서 더이상 연락이 없으니 나는 모르겠다. 정, 억울하면 법대로 해라”라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얼마 전엔 몇달간 회수를 하지 않아 나를 비롯해 아르바이트가 매일매일 그 집을 찾아간 적이 있다. 빌려간 당사자가 집에 없다고 발뺌을 하다가 열흘 만에야 ‘잃어버렸다. 변상하겠다’고 말한 뒤, 또 열흘이 지난 뒤에야 테이프를 갖고 와서는 “돌려주었으니, 이제 됐지 않냐?, 문제있으면 법대로 해라”고 큰소리치는 일마저 있었다.

사실, 시장경제의 무수한 품목 중 ‘서비스 대여업’이란 것이 비디오와 만화책이 전부인데, 이 사소한(?) 품목에 대해 법률이 정해져 있을 리 만무하다. 법대로 하고 싶어도 해당 법률이 없게 때문에 나만 애를 끓을 수밖에 없다. 경찰서에 신고를 해도 절도로 취급하기엔 그 금액이 너무 경미하기에 해당사항이 안 된다는 말만 들을 뿐이다. 영화를 사랑하고 또한 이 문제에 공감하는 변호사가 있으면, 나에게 연락 바란다. 진심으로…. 이주현/ 비디오카페 종로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