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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차·송환 요구 모두 근거가 없잖아”
김용언 2010-07-20

스위스 법무부, 캘리포니아 법원의 증언 제출 거부로 폴란스키 석방 결정

30년 넘게 끌어온 ‘폴란스키 스캔들’은 아직도 종결되지 않았다. 로만 폴란스키는 지난 2009년 9월26일 취리히에서 스위스 경찰에 체포된 뒤, 미국으로 송환되기만을 기다리며 구금되어 있었다. 그런데 지난 7월12일 스위스 법무부는 폴란스키를 미국에 송환할 의무가 없다며 “그는 자유의 몸”이라고 선언했다. 폴란스키는 그날 밤 프랑스 파리의 자택으로 돌아갔다. 지금 미국, 특히 캘리포니아 검찰은 발칵 뒤집힌 상황이다.

스캔들의 시작, 1977년 로만 폴란스키가 13살 소녀 사만사 게일리를 강간한 사건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뒤얽혀 있었다, 특히 당시 재판 과정에서 판사와 검사 사이에 부적절한 유착이 있었음이 뒤늦게 밝혀졌고, 판사가 공명정대한 절차가 아닌 외부적 요인에 휘둘렸다는 반론이 수차례 제기됐다. 폴란스키는 당시 선고받은 90일형 수감과 정신감정을 마친 뒤 바로 프랑스로 망명했고, 지난 30여년 동안 캘리포니아 검찰은 그를 다시 체포하기 위해 무수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리고 마침내 스위스 취리히에서 그를 붙잡는 데 성공했던 것이다.

스위스 법무장관 에벨리네 비드머-실럼프는 7월12일 폴란스키의 석방 결정에 대해 “폴란스키가 유죄냐 아니냐를 결정내린 것이 아니다”라며, 그동안 캘리포니아 법원쪽에 ‘폴란스키가 당시 선고받은 형을 실제로 마쳤음’을 입증할 수 있는 증언의 사본 제출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고 밝혔다. 비드머-실럼프는 “만일 그 증언이 사실이이라면, 미국쪽의 절차와 송환 요구 둘 다에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미국쪽에서 아예 증언 제출을 거부함으로써 스위스쪽에선 당연한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는 뜻이다. 결국 미국쪽의 조급하고 비밀스런 절차의 허점을 제대로 짚은 것이다. 이에 7월13일 로스앤젤레스 지방검사 스티브 쿨리는 스위스의 결정이 “모든 희생자들과 정의에 불친절한 행위”라고 반발하며 폴란스키의 송환 작업을 지속할 것임을 명시했다.